매화차 매화차 암자에 바람 부니 옥구슬 떨어진다. 산승이 고이 여겨 발우에 담아오니 그윽한 매화향기가 찻잔에 가득하다 눈 덮힌 가지 밑에 푸른 이끼 돋아나고 세월에 늙은 몸은 굽이굽이 굽은 모습 멀리서 바라만 봐도 매화는 기괴하다 눈속에 피는 뜻을 속인이 알랴마는 부처님전 예불한 .. 시조 2014.01.17
세모의 약수터에서 세모의 약수터에서 청산에 눈이 오니 혼자라도 마냥 좋다 눈 쌓인 앞 산은 산수화 되어있고 약수터 차그운 물은 맑고도 시원하다 산인의 좋은 벗이 멧새가 아니던가 약수터 옆에 와서 한 음절 읊고 가니 청산에 홀로 살아서 새소리 그리 맑다 백설에 쌓인 산에 백발이 홀로 가니 천지와 .. 시조 2013.12.31
촉석루에서 촉석루에서 고향을 떠나온지 반 백년 넘었는가 옛 성에 꽃은 지고 바람은 고요하여 그리움 가슴 가득히 밀물로 밀려온다 촉석루 올라가서 남강을 바라보니 버들피리 불던 강은 맑고 또 푸르른데 물 위에 뜬구름 하나 어딘가로 흘러간다 . 강 건너 대숲에서 은모래밭 그 위에서 소 싸움 씨.. 시조 2013.12.30
함양 소녀 함양 소녀 산 깊어 물 맑을 줄 그 누가 모르더냐 함양이라 산골짝에 머루가 생각나던 눈알이 머루알 같던 그 소녀도 곱더라 풀숲의 산딸기가 그렇게 수줍더냐 함양이라 산골짝에 그윽히 숨어있던 두 뺨이 산딸기 같던 그 소녀도 곱더라. 지리산 산토끼가 그렇게 귀엽더냐 첫시집 다섯권.. 시조 2013.10.05
경호강의 설중매 경호강의 설중매 3월의 경호강에 설중매가 신비롭다 뼈 속을 파고 드는 설한풍 이겨내고 등 굽은 늙은 가지에 꽃망울 피우네 강물에 씻었는지 별빛에 씻었는지 옥같이 고운 피부 얼음같이 맑은 얼굴 고결한 천상의 향기 지상에다 풍기네. 시조 2013.02.27
국화주 국화주 초승달 옅은 밤에 오동잎 떨어지고 산 첩첩 깊은 골에 청여시 슬피 우니 청산은 말이 없는데 물소리 고요하다 백발의 상늙은이 여우잠 언뜻 깨어 죽창에 비쳐오는 달빛이 하도 고와 술 익는 냄새를 따라 토방에 들어간다 주둥이 깨진 술병 험 있으되 백자로다 개다리 소반 위에 국.. 시조 2012.11.21
단풍에게 단풍에게 단풍에게 누구를 연모하여 네 마음을 바쳤길래 너는 아예 네 한 몸을 선혈로 물들였나 단풍아 말 물어보자 그리움이 무엇인지 티 없이 맑은 마음 누구에게 바쳤길래 청산에 불을 질러 속마음을 토로하나 단풍아 말 물어보자 그리움이 무엇인지 시조 2012.11.12
바위 바위 태산에 올라앉아 천지를 둘러보니 솔바람 향기롭고 흰구름은 너울너울 발 아래 광활한 모습 눈 앞이 시원하다 차라리 돌이 되자 태고로 돌아가자 묵언도 멋이로다 말문을 닫았더니 하늘의 청풍 명월이 벗을 하자 하더라 시조 2012.10.21
가만히 가만히 고운님 여위옵고 가을산을 찾아가서 단풍은 어이하여 떠나갈 때 더 고운가 가만히 나무를 보고 혼자 물어 보았소 밤은 깊어 적막한데 물소리만 혼자 높아 물은 어이 깊은 밤도 잠들지를 못하는가 가만히 계곡물에게 혼자 물어 보았소 새들도 잠든 밤에 나무도 잠든 밤에 너는 어.. 시조 201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