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촉석루에서

김현거사 2013. 12. 30. 07:13

   촉석루에서

 

고향을 떠나온지 반 백년 넘었는가

옛 성에 꽃은 지고 바람은 고요하여

그리움 가슴 가득히 밀물로 밀려온다

 

촉석루 올라가서 남강을 바라보니

버들피리 불던 강은 맑고 또 푸르른데

물 위에 뜬구름 하나 어딘가로 흘러간다

.

강 건너 대숲에서 은모래밭 그 위에서

소 싸움 씨름 대회 연날리기 하던 사람

모두들 어디로 갔나 구름처럼 흘러갔다

 

누하에 석류나무 가만히 꽃이 피어

붉어진 그 얼굴을 잎새로 가리었다

그 옛날 곱던 그 님의 자태도 저러했다

 

난간에 기대 앉아 회억에 잠기나니

청운의 푸른 꿈은 백발 속에 시드는데

섬돌의 고운 이끼만 무심하게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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