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풍경과 글

새벽예불

김현거사 2011. 4. 25. 11:38

작성자
작성일
2008-12-19 (10:42:15)
수정일
2008-12-20 (11:07:39)
글제목
새벽예불
새벽 예불

새벽 3시면 속가에선 한밤중이다.세수하고 마당에 서면,별빛 영롱하다.별은 기와 위에 구슬 뿌린듯 하고,
달은 계곡을 하얗게 비친다.한 해가 끝나는 년말의 앙상한 느티나무 가지 사이 달은 초생달에서 만월로 바뀌고 있다.
별이 총총하여 산이 더 칠흑같이 어둡다.수행자는 별빛을 보고 공부한다고 한다.
처마에 흔들리는 풍경처럼 혼자 팔다리 흔들어 본다.밤공기 얼음처럼 차급고 상큼하다.심호흡하면 사이다마냥
목을 톡 쏜다.이 맑은 공기 천년 전 신라  자장율사가 이 절을 개창할 때부터 많은 스님이 마셨을 것이다.
모든 수행자가 저 고목나무 사이로 비치는 별빛 보고,둥근 돌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 속의 달빛 보고,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범종소리 듣고,폐부를 씻어주는 이 새벽 공기 마셨을 것이다.

향냄새 나는 법당은 황촛불 휘황하고,녹황색 단청한 용마루에 냇가에서 노는 동자 그림 그려있다.
종이 연꽃으로 치장된 천정은 연화장 세계다.경건히 아홉번 절하고 좌정하여 마음 가다듬는다.
데에에에에엥~~~!웅장한 범종소리 범종루에서 들려온다.종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 깨우고 영취산
이 골짝 저 능선 어둠 속에 흩어진다.기도를 떨리는 종소리 공명음에 실어보낸다.별빛에 영취산에 부처님전에 올린다.
마음 속에 靑蓮이 피어나는듯 하다.자신 속에 부처가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설흔세번 타종 끝나면 딱따닥닥 딱따닥!法鼓 차례다.법고 치는 스님의 쇠북소리 템포가 삼바 리듬같다.
화살처럼 내달리는 오추마 말발꿉소리 같기도 하다.적진 돌파하는 병사처럼 용감하게 진리로 돌진하라는 북소리다.
법고 끝나면 木魚와 雲版소리 들린다.목어는 물속에 사는 물고기,운판은 공중의 새와 곤충에게 불법 미치라고 친다.

이윽고 예불 시작된다.至心歸命禮!어깨에 붉은 장삼 걸친 스님이 낭랑히 목탁 치고 선창하면,백여명의 보살 처사님들
일제히 화답한다.소리가 시조의 唱처럼 한 자 한 자 긴 메타포로 허공에 울린다.언젠가 본 희랍 정교회 미사가 생각난다.
너무나 장중하고 아름다운 화음이다.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불법에 귀의하자는 주문이다.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하자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淨口業眞言,죄업을 참회하자는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懺悔眞言,드라마 왕건에 자주 나오던 <옴마니 반메 훔>
觀世音菩薩 本心微妙 六字大明王眞言 왼다.반야심경과 법성게 외며 마음 속 번뇌 다스린다.

새벽예불은 沐浴齋戒 같다.찜질방에서 땀 내면 몸이 개운하듯 새벽예불 마치면 정신이 개운하다.
신비롭고 감사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법당을 나와 금강계단 뒤 탑전에 올라간다.금강은 어떤 것도 깨트릴 수 있는  다이아몬드를 의미한다.
금강반야 지혜는 모든 번뇌 망상과 미혹의 뿌리를 끊는 것이다.사리탑은 선덕여왕 15년에 당나라에서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한 탑이다.지금은 장관 자리 하나에 목을 매는 한심한 세태지만,부처님은 스스로 왕궁
버리고 참 자아를 찾기 위해 출가하셨다.그 부처님 진신사리에 직접 참배 드리는 것이다.

컴컴한 경내 각 전마다 불이 켜졌고,목탁소리 들린다.은구슬처럼 이슬 맺힌 돌확의 살얼음 낀 석간수
한모금 바가지로 마시면 오장육부가 시원해진다.탑전 어둠은 붉고 푸른 연등 은은한 불빛이 밝히고 있다.
두손 합장하고 한걸음 한걸음 경건히 탑돌이 하는 허리 굽은 노보살님 흰 머리칼이 아름답다.
그 차그운 화강암 바닥에 단정히 흰 고무신 벗어놓고 올라가 두 손 위에 엎드려 기도하는 보살님 눈빛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눈빛은 쌍거풀이나 마스카라 한 눈빛이 아니다.기도하는 衲衣의 젊은 보살님 눈빛 산호초에서 건져올린
진주처럼 맑다.

산 위에 교교히 비치던 달 기울고 차그운 별빛 희미해지면 앞산에 먼동이 튼다.희뿌연한 새벽 안개 속
탑전 뒤 차밭과 노송들 모습 들어난다.대숲의 산새소리 청아하다.비로서 산사에 아침이 온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아침이다.
2008.12.19(12:26:48) 수정 삭제
산사의 새벽예불 잘 읽었읍니다.

2008.12.19(15:18:30) 수정 삭제
매일 되풀이 되는 우리의 일상 아침 풍경이네요
이러한 진경이 있기에 우리가 범부를 벗어날 수 있지요
아침 수행후 뚜꺼운 파카와 등산화를 신고
인근 산행에 나서 아침해를 맞이하는 생활이 비가오나
눈이 오나 매일 되풀이 되면 참 좋지요 !

2008.12.19(17:51:10) 수정 삭제
거사의`새벽예불`을 읽는 동안,40여년전
봉래동잇골의 구비,구비를 후비던 靜寂의 警覺이```,
朝夕으로 은은하게 울리던 義谷寺의 범종 의 여음이 들리듯````
두~ㅇ,두~ㅇ하며  아름다운 黎明을 열어주었던  생각이
그 에불의 精과 誠과 祈願이 ```
어두운 중생들을 영원한 극락 세계로의  衆生 祈願이 아니겠는가--!! 
뜻깊게 읽었다네.
 
나 무 아 미 타 불,
관세음 보살 ~!!

2008.12.20(09:58:25) 수정 삭제
역시 거사가 좋은 체험을 하고있구나....마음먹은 대로
실천에 옮기는 거사가 부럽네.나도 항시 생각은 있지만
못하고 있는데......제행무상인데....

2008.12.21(18:07:42) 수정 삭제
https://t1.daumcdn.net/cfile/blog/14772A03494E07732F
나 무 아 미 타 불,
관세음 보살 ~!!

2008.12.22(15:41:47) 수정 삭제
하종인이 한테 불교도 결혼정보자료를 부탁하러 갔다.
그 날도 사과 즙을 한봉지 꺼집어 내어 주길래 쭈욱 빨아 묵고
조금 앉아 있으려니 정보살이 나타나더라.
김창현이는 지금 몸 속에 사리가 많이 들어 있을 줄 믿는다.
옥체를 잘 보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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