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풍경과 글

아무데서나 참선하기

김현거사 2011. 4. 25. 11:58

작성자
작성일
2010-02-21 (06:32:11)
수정일
2010-03-18 (15:28:55)
글제목
난초 앞에서 참선하기

참선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누가 참선에 관해 물어보면 처음부터 어려운 이야기만 꺼내는 분이 있다.참 딱하다.

초보자가 이런 분 만나면 발심 했다가도 실망하기 쉽다.이런 분은 문전에서 사람을 위압하는 수위와 같다.외부에서

보기엔 그럴듯 하나,사실 그는 내부에서 말단 문지기에 불과하다.참선하는 사람마다 내공과 깊이가 다를 것이다.

그러나 마음 비우는 공부에 깊고 얕은 것의 차별이 왜 필요한가.

현명한 수행자라면 부드러운 미소 띄며 그냥 시작하시라고 할 것이다.자신을 건시궐(乾屎獗)이라고 표현한 고승이

있었다.입에 음식이 들어가 똥으로 되어 나오는 마른 똥막대기가 인간이라는 표현이다.하심(下心)의 뜻이 그 속에

숨어있다.마른 똥막대기가 무슨 복잡한 말이 필요한가.수행에 중요한 것은 무심(無心)과 하심(下心)이다.

 

 

 

참선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나?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모두가 참선이다.

가나 서나 앉으나 누우나,말하나 침묵하나,움직이나 서있나 일상 모두가 참선이다.장소나

격식에 얶매일 필요  없다.물에 던져진 돌이 스르르 아래로 가라앉듯이 언제 어디서나 일상에서

 참선 세계로 스르르 빠져들면 되는 것이다.돌은 억지로 열심히 가라앉으려고 하지 않는다.

해가 일부러 빨리 하늘을 달리는 법 없고,과일이 철 앞당겨 일부러 일찍 익는 법 없다.

우주만상 중에 서두는 놈은 하나도 없다.깊고 심오해지려 하지말자.시작이 반이니, 언제

어디서나 가까이 하면 경지는 스스로 깊어지게 마련이다.

 

 

 

도심도 참선할 곳이 많다.궂이 심산유곡이나 고요한 선방 찾을 필요없다.진흙 속에서 연꽃이

핀다하지 않던가.오탁의 도심 속에서 가만히 마음 속에 청정한 연꽃 하나 피워올리는 일이 기실

 더 깊고 오묘한 법이다.버스나 전철 타고 가는 동안이 오붓이 참선할 좋은 장소다.커피점이나

제과점에서 누구를 기다릴 때도 참선하기 좋다.땀 흘리며 뜨거운 열탕속에 앉아 있을 때도

적당한 때다.척추를 바로 세우고,허공처럼 마음을 비우거나 반야심경을 외면서 조용히 호홉

하노라면 점차 머리가 맑아지고,피곤이 가신다.화상 입은 피부를 차그운 물에 담글 때처럼 

청량감을 느낀다.국가 대표 아니라도 축구 즐길 수 있고,복잡한 기술 없어도 누구나 참선

즐길 수 있다.그러면 된 것이다.

   

 

 

집도 참선하기 좋은 곳이다.새벽에 일어나 주변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한번 난초 화분 앞에

앉아보라.고요히 생각을 가다듬고,그윽한 난초향을 하단전 깊숙히 채워보라.고고한 난잎처럼 

 마음을 허공에 그려보라.속된 마음이 깨끗히 씻겨져 나갈 것이다.

깊은 밤에 달을 보며 명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아파트 어디에서도 달이 보인다.초생달

보름달 새벽달 어느 달도 좋다.달빛을 마시노라면 문득 누항(陋巷)이 고요한 아란야(阿蘭若)로

변함을 느낄 것이다.

 

 

 

이타행(利他行)도 좋은 화두가 될 수 있다.옹달샘에 놓인 저 표주박을 보라. 맑고 시원한 

감로수를 나그네에게 퍼준다.물소리는 부처님의 불법이다.바람은 천지자연의 호홉이다.

자신을 부처님의 불법 전하고,천지자연의 호홉 전하는 표주박으로 생각해보자.고양이가 쥐를

노리듯 밤이나 낮이나 이 하나 화두만 움켜쥐고 사생결단 내겠다고 생각한 순간 이타행

(利他行)은 시작된다.

  

 

 

 

하심(下心) 무심(無心)도 좋은 화두일 것이다.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처럼 마음 속에 하심 무심

두 생각을 땡그렁 땡그렁 울려보자.산 위에서 강 가에서, 큰나무 큰바위 앞에서,뻐스나 전철

안에서, 어디서나 울려보자.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택하지 말자. 팔만대장경 다 읽어도 소용없다.한소식 한 자도 소용없다.

쓸데없는 업장이다.하심만 실행해도 수행하는 마음 이미 익을대로 익었다 할 것이다.

무심이면 이미 도인이라 할 것이다. 생활인으로 이 보다 더 좋은 화두가 없다.

 

 

 

선종(禪宗)에는 화두(話頭)나 공안(公案)이란 게 있다.얼핏 이해 안가는 것 들이다.<뜰  앞의

잣나무> <마 삼근> <개도 불성이 있느냐> 등 1700 공안이 있다고 한다.이 공안을 통해 말 길이

 끊어지고,생각의 길이 끊어진 조사관에 든다고 한다.상대적인 세계에서 절대적인 세계로

든다고 한다.

속가에서는 무소유(無所有) 같은 것이 좋은 화두가 될 수 있을 것이다.욕심 버리는 연습을

해야한다.가진 것이 적을수록 번뇌도 적다.수도자는 평생 누비옷 하나,바랑 하나,밀집모자

하나만으로도 산다.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졌기 때문에 피곤하다.무소유에 피는 고요한

미소를 마음에 그려보자. 

   

2010.02.21(07:17:42) 수정 삭제
Truth is Always Simple.

2010.02.21(08:43:35) 수정 삭제
"입에 음식이 들어가
똥으로 되어 나오는
마른 똥막대기가 인간이라"
우리 "똥막대기"끼리 대모산에서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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