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풍경과 글

산문에 들어가니

김현거사 2011. 4. 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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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12-16 (09:46:53)
수정일
2008-12-16 (11: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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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門에 들어가니
山門에 들어가니

영취산은 멀리서 보면,누추한 주변 산 속에 홀로 미끈한 바바리 코트 차림한 신사같다.
마치 잘 생긴 산은 이런 기요 과시하듯 하다.산정의 우람한 암봉은 성채나 절벽 위 요새같고,
좌우로 시원히 뻗은 준수한 산세도 범상찮다.그 주봉에서 흘러내린 기운 뭉친 곳에 통도사가 있다.

산문에 들어가니,계류 양쪽이 천년 노송숲이다.물도 맑거니와 이렇게 아름다운 소나무숲의 건재가
심히 신통하다.8만4천 법문 다 읽으면 뭐하나?염불도 마찬가지다.먼저 통도사 입구 저 창공으로 용트림하며
뻗어간 늠름한 赤松들의 붉은 가지가 얼마나 향기롭고 푸른 솔잎이 얼마나 아름다우냐를 알아야 한다.
‘거사님! 낙목한천 노송의 진면목이 정말로 어떤지 보고싶었소?’ 청룡 황룡이 되어 앞발 치켜올리고 다투어
차그운 하늘로 오르려는 기세를 한 소나무가 이렇게 묻고,사천왕처럼 우람한 소나무,허공에 신령스럽고 미묘한
곡을 그린 소나무들이 일제히 내게 답을 보여주려는 듯 하다.그들은 淸風을 이야기 하고,별빛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숲 위를 배회하는 외로운 달을 이야기 했고,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가 옥같이 하얀 고드럼을 맺아놓은
황홀한 경지를 말하고 있었다.그렇다.수백년 黙言으로 절을 지켜온 저 멋진 소나무들의 경지가 법문이요,
禪定을 시범하는 선배 道伴이다.

수많은 연등 매달린 화강암 보도 끝에 일주문이 높이 섰다.<靈鷲山通度寺> 여섯자 휘호는 대원군 글씨다.
땅 위로 노출된 拔根蘭으로 불우한 선비의 처지를 암시하고,쇄국정책을 취한 그 분 성격과 달리 웅대하면서
원만한 글씨가 인상 깊다.

바닥의 단정한 연꽃무늬 전돌 밟고 천왕문 통과하니,문 밖은 이해타산 오욕에 쌓인 중생들의 사바세계요,
안은 부처님 극락세계다.안쪽의 고색창연한 범종루는,1층엔 사람 놀랄만한 큰 범종 매달려있고,
2층엔 그 아우뻘의 커다란 法鼓 올려져 있다.골기와 올린 낮으막한 예쁜 담장 너머 산죽과 이끼 낀 바위 아래서
흐르는 물소리 들려오고,그 위엔 아취형 화강암 무지개다리가 놓여있다.이 虹蜺를 밟고 옆 암자 비구니스님들이
오간다.물가 벚나무 고목에 꽃피는 봄엔 한 폭 그림이겠다.

향냄새 그윽한 不二門 통과하니 皇華閣 앞 만리향 하얀 꽃향기 도량을 덮었다.보살 할머니들 합장하고 오가는
약사전 옆 커다란 동백은 아직 꽃봉우리만 달고 있다.둘 다 수형도 좋고 년륜도 오래된 것이다.
통도사 겨울은 만리향과 동백꽃 향기로 넘어가는 모양이다.

바가지로 돌확에 고인 청정수 시원히 한모금 마시고,수백년 법당을 지탱한 기둥을 손으로 쓸어보고,
청아한 처마 풍경소리 들어보고,꽃창살 무늬 아래 하얀 고무신 나란히 놓인 법당에 들어가 홀로 마루바닥에
이마를 대고 아홉 번 절하였다.금강계단은 부처님 진골사리 모신 뒤편의 사리탑이 보이도록 창문을 빼꼼히
뚫어놓았고 부처님은 없다.창문으로 보이는 탑전의 부처님 진신에 직접 참배하라는 뜻이다.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모시고와서 중국 오대산 문수보살한테 받아온 사리를 탑에 봉안하고,한국 불교 최초로
비구 비구니 우바이(淸信女) 우바새(淸信士) 4부대중을 모아 교단을 이룬 곳이 이곳 금강계단이다.

천여년 香火의 성전에 좌정 합장하니 영축산의 온 능선과 계곡의 숨결이 몸으로 스미는 듯 하고,
진흙탕 사바에 시달린 몸에 청정 연꽃 하나 피어나는듯 한다.願我速乘般若船.지장보살이 龍船에 중생을 태우고
고해의 바다 건너 피안으로 가는 그림이 눈 앞에 떠오른다.참배하러 잘 왔구나!고요한 환회가 가슴 속에
샘솟아 오른다. 山門에 들어서니 이렇게 안온하다.
2008.12.16(10:38:06) 수정 삭제
사찰 순례, 깨달음을 길에서 보인 명상의 말을 잘 들었다.

2008.12.16(17:46:00) 수정 삭제
영취산 산문의 고요하고게적막한속에
거사의 불심을 느끼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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