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지리산에 약초 좀 심어놓고

김현거사 2013. 4. 2. 22:07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이고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다.' 이 말은 曾點아 한 말이다. 공자가 각자의 뜻을 묻자, 다른 제자들은 대개 정치적 포부를 말했다. 증점이 뜻을 外物에서 구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하자, 공자는 '네 뜻이 내 뜻과 같다'고 말했다.

 저 아래 지리산이 있고, 진해는 벚꽃이 피었다. 지리산에 약초 심고, 진해 군항제 구경하러 떠났다. 차를 몰아 4시간만에 단성IC로 나갔다. 근처 추어탕집에 들리니, 제피가루는 향기롭고, 갈치구이 반갑고, 값도 싸다. 덕산 술도가 조소길 친구 찾아가니, 막걸리 다섯병 실어주고, 지리산 흑돼지집 소개해준다. 고기 다섯근 사고, 약초시장 가니 노란 꾸지뽕 뿌리가 보인다. 뽕중에 좋은 것이 산뽕이요, 산뽕보다 귀한 것이 꾸지뽕 이다. 이장군이 얼른 꾸지뽕을 사고, 흰민들레 다섯 가구분을 주문한다. 한동네 사람들이 부탁했다고 한다. 민들레는 흰민들레가 좋고, 그 중 지리산 흰민들레를 알아준다. 두류동에 올라가니, 공기부터 다르다. 부드럽고 향긋하다. 서울의 매캐한 공해를 빠져나온 뜻은 이 공기 한번 싫컿 마시려는 것이다. 산을 둘러본 후, 밤에는 난로 불에 고구마를 구웠다. '자네 집 술 익거던 부디 나를 부르시오, 초당에 꽃 피거던 나도 자네 청하려네. 백년의 시름 없을 일을 의논코져 하노라.' 오태식 교장이 소리 가다듬어 시조 한 수 읊고, 최상호 상무가 단소로 이에 화답했다. 그의 '청성곡' 소리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노는 학을 부르는듯 싶다. 오교장은 대통령상 받은 시조인이고, 최상무는 안숙선 국창의 남편이다. 

 

 다음날은 오가피를 심었다.

 

좌로부터 이종규장군 김두진교수 최상호상무 정호영교장 성혜근 사장

 

 성사장이 오가피 모목 3천5백주를 구해 놓았다. 아침부터 정오까지 2백5십주를 심어, 일단 지리산 해발 7백미터 청정지역에 가시오가피 농장 하나 만들었다. 오가피는 나무인삼이라 불리는 것이다. 2년 후부터 새순을 따서 오가피 장조림 만들어 팔 수 있다. 서울서 가져간 꾸지뽕 묘목과 백송씨 심고, 곰보배추, 황귀, 흰민들레 씨도 뿌렸다. 이곳 두류동은 장수촌이다. 이 동네는 105세 된 노인이 살고있고, 암으로 시달리던 노인이 여기 들어와서 염소를 키우면서 건강을 되찾은 곳이다.

 3년 전에 필자가 심은 목숭아나무는 다섯 그루가 뿌리가 활착되어 빨간 꽃을 달고 있었다. 이 나무에 올해 복숭아가 열린다 아니다 말이 많았다.

 

 

오후에는 칡을 캤다.

 

 

칡은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C등이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이다. 피로회복 피부미용에 좋고,중금속을 배출하며, 골다공증 고혈압 동맥경화에 도움을 준다.

 

 칡도 고마운데, 노란 산뽕나무 뿌리도 무더기로 얻었다. 뽕나무 뿌리 껍질 벗긴 것을 桑白皮라해서, 항암 노화억제 망막장애에 약으로 쓴다. 산이 참 신비하다. 어째서 이런 약들을 키우고 있을까. 특히 지리산은 약초가 더욱 신령한 산이 아닌가. 그 산이 일행한테 산뽕나무 선물을 한보따리씩 주었다. 몇사람은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상황버섯을 구경하였고, 밤에는 산중진미를 맛보았다. 

 

 

 삼천포에서 살이 통통한 도다리와 우럭이 왔다. 봄기운 머금은 지리산 쑥을 넣은 도다리 쑥국 별미였다. 국화주 안주한, 취나물과 산채 겉절이도 싱싱하였고, 꼬막도 맛있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는 여행에 이런 제철 음식 만나는 것도 기쁨이다.

 

 

 방은 누추하나 우리는 다들 이런 토방을 사랑한다. 난로에 불은 활활 타오르고, 物外閒談은 오간다. 도다리쑥국 정성껒 마련해주신 등 굽은 할머니도 막걸리 함께 마셨다. 산중에는 친구가 귀한 법. 흥아 난 할머니는 이튿날 또 산에서 쑥을 캐와서 일하는 우리 새참으로 쑥털털이 해주고, 달맞이꽃 효소차를 내놓았다.

 

 다음날은 별장 하나 만들었다. 아래는 큰 반석이 있다. 그 위는 우리가 둘러앉아 단소를 불거나, 시조를 읊거나, 바둑을 두거나, 술잔을 기울일만 하다. 바위 위에는 보리수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밑에 연꽃과 비단잉어 키울 연못이 있다. 뒤로는 천왕봉이 올려다 보인다. 아래는 산봉오리 사이로 계곡이 흘러간다.

 

 

  3백만원에 마련한 컨테이너 별장이다. 네 사람이 편히 잘 수 있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대궐같은 별장 짓는다고 知音을 얻는 것은 아니다. 밤에는 수천개 별이 보석처럼 창밖을 수놓는다. 달은 혼자 연못에 와서 목욕한다.

 일거에 오가피농장 하나, 별장 하나 만든 셈이다. 3일간 노동하고, 맑은 공기, 맑은 물, 오가피차, 달맞이꽃 효소 맘껒 마셨다. 이것이 이번 우리 지리산 여행의 목적이다. 마지막 날은 밤에 이슬비가 내렸으나, 아침에는 날이 개였다. 측백나무숲 끝에 있는 암자에 들러, 산신령님께 인사하고 떠났다. 

 

 

 경호강 내려가니, 절벽에 두견화가 피어있다. 이슬비로 함초롬히 젖은 연분홍 꽃빛이 곱다. 꽃빛이 너무 고와 차라리 슬프다. 마음에 맺힌 한 얼마나 깊어 산에 온통 불을 싸질러놓았을까. 간밤에도 두견이가 서편제 한마당 밤새 목청껒 토하고 갔을 것이다. 

  

 진해에 도착하니 작은 도시가 벚꽂에 묻혀있다. 꽃속에 낡고 오래된 집들이 묻혀있다. 도로는 꽃에 묻혔고, 사람은 꽃에 가리었다. 항구는 꽃 항구요, 바다는 꽃향기다. 이날이 군항제 전야제 날이다, 거리에 오가는 소녀들은 낭만에 들뜬 걸음 이다. 그들의 눈빛과 미소가 꽃보다 아름답게 보였다. 

 

  

                           사진 좌로부터 이종규 장군 최상호 상무 오태식 교장

 

 어둠이 오자, 하늘엔 축포가 터지고, 지지미 통돼지구이 멍게 등을 파는 수백개 포장마차 안에선 축배가 터진다. 말은 등불 장식한 꽃마차에 사람을 싣고다니고, 엿장수 품바타령은 신명나고 구성지다. 열흘 축제 기간 중 백만명 외부 사람이 온다고 한다. 진해는 소박한 시민들이 맘에 든다.

 

  

 

   식사 마치고 전통찻집에 들렀다. 거기서 강여사란 분을 만났다. 명함을 보니, 한국차도협회 진해시 지부장 이다. 다례예절원을 차려, 차 끓이는 법. 차 대접하는 법, 차생활 예절을 가르킨다고 한다. 실내에 가야금과 대금이 보인다. 서로 인사한 후, 밤 깊도록 차 이야기 진지하게 나누고, 시조창과 단소 소리 들었다. 이번 여행은, '기수에서 목욕하고 시를 읊으며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오욕칠정에 가득한 몸, 산에서 씻고, 벚꽃 보며 씻었다.

 

  

  

  여행의 휘나레는 이튿날 함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 벚꽃 보며 끝내고, 아침 10시에 진해서 서울로 출발했다.

 

 

 

                                 해군사관학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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