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장같은 집에 살면서

김현거사 2011. 12. 4. 09:14

토끼장같은 집에 살면서

 

         토끼장같은 집에 살면서 

         켜켜이 칸막이한 아파트에 살면서

밥그릇에 담아주는 것만 얌전히 오물오물 먹으면서

저도 제대로 짐승측에 드는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네

한밤에 찬비 맞고 눈에 불 켜고

날쎄게 계곡 헤매는 수달 보다 못하다는

한 길 넘는 눈속을 헤치고 칡뿌리 캐먹는

멧돼지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네

때로는 굶고 때로는 약초도 캐먹는

집 없는 산짐승 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네

그저 겁쟁이 소심쟁이 집토끼로

짐승이 이렇게 얌전히만 살아도 되는지

본능도 잊고 갖혀 살아도 되는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네

그저 털빛 눈빛만 착하고 부드럽고

막상 간도 쓸개도 퇴화한 꼴볼견이 된 걸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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