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淸狂 김충열선생님

김현거사 2011. 11. 13. 07:58

수정일
2008-03-08 (07:02:38)
글제목
淸狂 金忠烈 선생님
淸狂 金忠烈 선생님

안암동 고대병원 장의식장에서 은사님 이별하며 떠오른 생각이다.
椿谷 淸狂 虛舟가 김충열 선생님 아호이셨다.춘곡은 어머님 그리시며 쓰신 아호였고,청광은 선생님 장모님과
관련있는 아호였다.젊은 철학도로서 세상의 상식과 가치관을 하찮게 보며 때로는 유별난 짓도 서슴치않는 사위를
선생님 장모님께서 ‘미쳤다’고 하셨고,선생님은 ‘미쳤지만,나 홀로 맑게 미쳤다’는 뜻으로 청광이란 아호를 쓰셨다.
허주란 호는 후에 어떤 정치가도 같은 호를 썼지만,정치하는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호다.노장철학 대가에게
어울리는 호다.‘흐르는 물결에 빈 배처럼 흘러간다’는 뜻이니 말이다.

고려대 오셔서 첫 강의 시간에 당신의 아호를 소개하시자,나는 <청광>이란 아호가 하도 멋있어 그 자리서 선생님께
요청하여 그 호를 물려받았다.원래 호는 스승에게 물려받는 호가 가장 의미있는 호이다.간혹 달필로 칠판에다 멋진
한시를 소개하여 그 운치에 사람 넋을 빼놓게 하셨고 나는 그 시를 달달 외우고 다녔다.요즘 세간 시끄럽게 만든
<도올>이란 친구는 이 시절 서양철학 전공이었고,동양철학 전공 유일한 제자는 나였다.내가 언론 쪽에 뜻을 굳히자,
선생께서 <도올>과 한모라는 후배를 대만대학에 보내셨다.

대학원장 역임하시고,은퇴하시어 고향이신 원주 문막 강변에 서재를 짓고 시를 쓰시며 유유자적하셨다.나는 속초
동우대 강의 끝나면 대포항에 가서 꽁치나 고등어 몇상자 차에 싣고 원주로 찾아뵙곤 했다.선생님과 산천의 풍수를
논하기도 했고,고서 가득한 2층 서재의 서책들도 둘러보고,선생님 서예작품을 감상하기도 했다.친구 이장군을 데리고
가서 인사 드린 적도 있고,내가 쓴 漢詩 <한계령>과 <국화>를 내놓고 지도를 받기도 했다.내가 화분에 담아간
차나무를 그렇게 반가워하시던 선생님은 기업 경험 있는 나에게 총각 자제분이 이곳에 운영하던 <고려승마원>을
맡아서 운영해달라고 부탁하신 적도 있다.

선생님은 불초 제자의 자식 결혼식에 그 교통이 불편한 원주에서 서울까지 오셔서 축하해주셨고,나는 황송하여
친구에게 부탁하여 차로 노스승을 원주까지 모셔드린 적 있고,선생님 자제분 혼사도 같이 걱정하곤 했다.제자
박사학위 면접 전날 철학과 동창회에 오셔 2차까지 참석하시어 밤 12시까지 쾌음하시고 삼성동 우리집에 주무시고,
박사 시험 면접을 다음으로 미루고 가신 적도 있다.

조선일보에서 ‘동양 철학계의 원로 김충열 교수 별세’라는 부음을 보고 찾아간 빈소에서 사모님을 뵈었다.왕후의 직계
후손으로 젊은 시절 한송이 꽃처럼 아름답던 노부인은 인사를 올리니,‘아! 권박사 친구분이시지요?’나와 단짝이던
타계한 권교수 이름 들먹이며 알아보신다.
아!선생님은 학술원 회원으로 제자인 진주 조을환 후배 인연으로 남명학을 학계에 정식으로 소개하셨고,주역과 노자에
제1인자 였으며,권박사는 한국 최초 희랍 철학박사로 그 분야 1인자였다.그 향기롭던 높은 학문들이 새삼 그립다.
(2008년 3월7일)

2008.03.07(08:47:28) 수정 삭제
http://img.khan.co.kr/news/2008/03/05/20080305000078.jpg
오늘 발인인데...
김교수가 50명 제자교수 중 ...
훌륭한 은사님을 두셨구나.

2008.03.07(09:52:57) 수정 삭제
언젠가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 듯한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8.03.07(09:56:27) 수정 삭제
존경하는 은사님과 교류하고...
은사님이 유명을 달리하셨구나...

2008.03.07(10:00:05) 수정 삭제
철 덜든 제자들 먼 길 기시거든 잘 보살펴 주소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8.03.07(12:52:19) 수정 삭제
淸狂 金忠烈 선생님 부음을 듣고 일사천리로 말을 달려 글을 쓴 동양철학의 수제자를
높이 평가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08.03.08(20:30:23) 수정 삭제
신문에서 부고 접하고, 창현이 생각했다.
淸狂, 위에서 아래로 맑게 흐르는구나.
한국 유학사상의 거목... 이제 수필문학의 꽃으로도 만발하소서.

2008.03.09(09:24:15) 수정 삭제
휼륭한 선생님의 글
잘 읽었고
참 좋은 글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0) 2011.11.13
정길이  (0) 2011.11.13
<새벽예불> 찬불가 악보  (0) 2011.11.13
자화상/2007년  (0) 2011.06.23
  (0) 2011.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