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화상/2007년

김현거사 2011. 6. 23. 15:19

                 




















  自畵像(자화상)

그는 평생 수천권 책을 읽었지만 심오한 사상을 가진 학자도 아니고, 글 쓰고 그림 그리기 좋아했지만 시인도 화가도 아니었다. 山寺의 讀經 소리를 좋아했지만 스님도 아니고,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했지만 꽃을 사랑하듯 했다. 그는 학자나 화가나 스님이 되려고 애초에 애태우거나 목표한 적 없고 이룬 적도 없다. 有爲로 無爲를 덮으려하지 않았다.

 知天命 넘자, 五斗米에 折腰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직장에서 나와 자유롭게 살았으며, 동기들 바둑 모임에 일주일에 한번만 나가서 즐기고 돌아올뿐, 陶淵明처럼 淸濁이 분명해 다른 사람과 함부로 어울리지 않았다.

 名利는 뜬구름처럼 허망하다 했다. 權門勢家와 가까우려는 時俗을 비웃고, 慶弔事에 그들을 초대하지도 않고 그들이 초대해도 가지 않았다. 재물은 淸貧을 멋으로 여겼다. 더 이상 구하지 않고, 무소유를 추구하였다. 지식을 앎도 덧없다 했다. 不立文字에 관심을 가졌으며, 시시한 세상사는 알 것 없다하여 신문은 별로 보지 않았다.

 그의 彼岸은 靑松白雲間 이었다. 山水가 經典보다 의미 깊다며 산에 들어가 溪流에 발 담그고 흰구름 구경하는 걸 가장 가치있게 생각하였다. 是非없는 자연을 人間世로 옮겨, 貧賤한 사람도 부처와 보살로 보려하였다.

 집에 있을 때는 法을 밖에서 구하려하지않아, 面壁 스님처럼 외출을 삼가고 혼자 온종일 향 피우고 옛책 뒤적거리고, 盆裁 茶道를 즐기며 아무 일을 않고 시간 보내면서 싫증내지 않았으므로 아내의 크고작은 잔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계곡에 바위 있으면,물소리 나는 법이라'하여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정말로 이 세상에 와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름을 알았다. 그는 사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름을 알았다. 善惡이 없음을 알았고 모든 것이 변함을 알았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관이 시행착오임을 알았다.

 삼류 신문기자, 회사대표, 대학교수로 평생 이름없이 살다가, 말년에 아리수 상류 土平으로 찾아가 숨었다가, 다시 수원 光敎山 아래로 옮겼으니, 그는 누구인가? 스스로 金炫居士라 부르니, 거사란 절에 나가는 남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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