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백조의 호수

김현거사 2011. 1. 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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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隨筆
김현거사 | 등급변경 | 조회 40 |추천 0 |2010.02.19. 10:16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305 

혜화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우희정씨 사무실은 여류작가답게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전년엔 은은한 부채와 작난감 자전거 전시회를 열더니,이번엔 백조 전시회를 열 모양이다.얼핏 보아 수십마리 백조 모형이 보이는데,하나하나 세련된 작품 분위기가 품위가 있다.돈이 없어 이런 싼 것만 모운다는 설명에,나는 어떤 재벌 가정에 걸릴뻔한 유치한 '이발소 그림' 이야기를 해주었다.하나님은 인간에게 뭐던 공평히 분배해주신다.3兆라는 천문학적 돈을 가진 그 재벌의 가난한 예술적 안목과 가난한 여류시인의 풍부한 예술적 안목이 무척 대조적이었다.

날개 벌리고 물 위로 비상하는 백조,고개 숙이고 먹이 쪼는 백조,고개 돌리고 울어대는 백조,알에서 깨어나는 아기백조 등 다양하여,분위기가 백조의 호수 같다.재료는 까만 烏石도 있고,야자수 뿌리도 있고,나무로 깍은 것도 있고,하얀 백자로 구운 것도 있다.백조를 모우다보니,그 비슷하여 모았으리라.움푹 들러간 눈이 귀여운 부엉이도 있고,호주산 키위도 있고,붉은 빛 화려한 장닭도 있고,환상의 나래를 펴게하는 파랑새도 있다.가난한 여류가 외국여행 나가 오래동안 뒷골목 누빈 마음이 소롯이 엿보였다.

 

성춘복 노시인과 백조 관찰 여행을 자주 갔던 모양이다.차에 쌍안경이 세개나 있다고 하였다.노소 두 남녀 시인이 나란히 쌍안경 하나씩 들고 백조 관찰하는 모습도 무척 시적이고 아름다웠으리라.양수리 군산 창원 주남저수지 이야기를 하였다.양수리는 예년엔 4백여마리 백조가 모이는데,근년엔 백오십 마리 정도로 줄었다는 둥,노는 자리가 항상 북한강 수계는 외면하고 남한강 수계라는 둥,백조는 가족끼리 모여 사는데,얼음판 위에서 껑껑 울면서 아기 백조는 왈쓰를 추고,부부 백조는 부르스를 치는데,울음과 춤의 리듬이 절묘하다는 둥  아름다운 이야기가 끝이 없다.

 

성춘복 선생님 사무실은 같은 빌딍 한 층 아래에 있다.노시인은 올해 집을 백 채 건설하실 계획이고,벌써 김후란 시인은 초록이 가득한 집 한 채를 예약하셨다고 한다.서재에 나무로 깍은 집 서너채가 진열돼 있다.스페인풍의 붉은 지붕 아래 하얀 벽에 앙징스런 창문 달린 집,정겨운 기와집과 초가집,3층 빌라형 주택 등이 집 없는 노시인의 손으로 수없이 지어졌다.<문인협회> 이사장 재직시 북유럽부터 이태리,동남아 미국 다니시며 보신 멋있는 집들이 많으셨을 것이다.나는 선뜻 스페인 빌라풍의 집 한 채 예약했다.있는 사람은 평범할 것도,없는 사람은 더욱 다양하게 꿈꾸는 법이다.시인에겐 물질 보다 꿈이 생명이다.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조각도로 세부 굴곡을 만들고,테라스를 만들고,계단을 만들고,창문을 만들고,굴뚝을 만들고,페인트를 바르는 그 모든 작업이 그 분의 즐거움이다.년말에 남산 <문학의 집>에서 바자회를 열고,집을 팔아,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에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노 시인의 이 갸륵한 뜻을 년말 방송가에서 취재 좀 해갔으면 싶다.한번 출연에 3천만원씩 받는 소위 인끼 연예인들 잡담 프로 하나 쯤 빼먹으면 어떠랴.이쪽이 훨씬 유익하고 훈훈한 소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국 위즈워쓰 생가 주변의 수선화 핀 푸른 초원과 흰구름 뜬 푸른 하늘 이야기 하시던 성춘복 노시인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해외여행은 판에 박은 여행사 보담 언제 꼭 한번 노시인과 동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난해한 시나 소설을 씀으로써 다양한 독자들이 외면하게 만든 것이 오늘의 작가들 현주다.그러나 시인 중에 아직 이렇게 따뜻한 분들이 많다.동행했던 여류 수필가 두분과 혜화동에서 전철을 타고 돌아오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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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10.02.19. 14:15
스페인 빌라풍의 집한채 예약하셨다구요 입주하면 거사님의 스페인 빌라풍의집 구경시켜주세요 상당히 멋질것 같은데요 봉화
 
 
아송 10.02.19. 22:34
정말 정겨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가난한 시인의 고상한 취미 또한 참 멋스럽습니다. 예약해 두신 그 빌라 한 채 꽤나 좋을 것 같습니다.
 
 
물봉선 10.02.22. 03:37
좋은 취미를가지신 분들, 볼거리만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문학작품까지 생산해 내는군요. 동양화 같은 그림 잘 감상하였습니다.
 
 
초영 10.02.23. 11:13
(손계숙) 정겨운 수필! 좋은 수필! 잘 감상했습니다. 저도 빌라구경 하고 싶습니다. ~~~
 
 
농암 10.02.24. 19:48
동서양의 고전이나 문학의 장르를 마음대로 넘나드시는 폭넓은 문학세계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문단인사들과의 교류도 넓군요.문단의 교류도 백조 수집하거나 예쁜 집 조각하시며 인생을 예술처럼 살아가시는 분들이시네요. 역시 거사님은 거사님이십니다. 어려운 중책 맡으셔서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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