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중

두 사람에게 보내는 글

김현거사 2021. 12. 30. 12:18

'1991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깊은숲속에서, 길을 잃은 부부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끝내 죽고 말았다. 당시 75세의 남편, '던켄'과 68세의 아내 '체이니'부부는, 자녀들의 노력 끝에, 죽은 지 2개월 뒤인 5월 1일에야,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 안에는, 기름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차 안에서 '체이니' 부인이 "18일"동안, 자신의 심경 을 적어놓은 "노트"가 발견되었다. 결국, 그것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이 되고 말았다. 다음은, 그들이 남긴 글 중, 언론에 "공개"된 부분이다.

'1991년 3월 1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이 아침,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설경에 묻혀 있다. 길을 잘못 들어, "눈" 속에 묻히는 바람에, 어젯밤 여섯 시 경부터, "눈" 속에 갇혀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밤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한 자 높이' 정도의 "눈"이 더 쌓인 채, 우리를 덮고 있다.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손바닥을 무릎에 대고, 글을 쓰려니 글씨가 엉망이다. 이해 해다오, 아이들아 !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구나. 우리는 너희가 "삶"을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가족의 우애"를 절대로 저버리지 말어다오 !  그리고, 우리가 손자 손녀들에게 "사랑한다 !"는 사실 을 알게 해다오 !
어젯밤에 우리는 "찬송"과 "성경" 읽기를 시작하면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지새웠다. 2 시간마다, 5분씩 차 엔진을 켜고, 히터를 틀어 몸을 녹였다. 우리는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하게 "하나님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오늘이 3일째 이다 ! 아직 배고픔은 없다, 글로브 박스에서, 작은 젤리 봉지 두개와 껌 하나를 찾아냈다. 나중을 위해, 이것들을 잘두었다. 창문을 열고, 눈을 집어 먹고 있다. 직장에 '결근'해야 하는 문제로, 너희 아빠가 조금 걱정하고 있다.
3월 6일 수요일, 오늘 밤이 "6일째의 밤"이 된다,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히터를 켤 수가 없다. 3월 12일, 오늘이 눈속에 갖힌지, 12일이 되었다 ! 한 모금의"물"이, 한 입의"음식". 이렇게 귀한 줄을, 다시는 잊지 않게 될 것이다.
나의 몸이 "약 해져" 옴을 느낀다. 우리는, 너희 모두를 진정 "사랑"했으며, 지금도 너희들을 사랑한다 !
3월 18일, 18일째 됨, 너희 아빠가, 오늘 저녁 7시 30분에, 주님 곁으로 가셨다. 모든 것이 몹시 평온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조차 몰랐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주님께 감사" 하다는 것이다. 나도 곧, 그의 뒤를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앞이 잘 안보인다, 잘들 있거라 ! 너희 모두를 정말 사랑한다 !


애비는 이제 곧 80을 바라보는 노인이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가족의 우애"라는 대목이 새삼 느껴져 한 줄 쓴다. 그동안 너희끼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런데 지영이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보연이는 교직에서 일하고, 우증이는 부장판사고, 청강이는 대학교수라, 그런대로 두 가족 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을 산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서로 연락하며 오손도손 잘 사는 것 같진않다. 이유가 뭔진 모르지만, 인생이란 별거 아니다. 오빠는 오빠다워야 하고, 여동생은 여동생다워야 한다. 서로 먼저 연락하는 쪽이 제대로 사는 것이다.  

 

2021년 년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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