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를 보면서
우리 아파트 계수나무가 노란 낙엽으로 물들었다. 며칠 뒤면 잎이 다 떨어질 것 같다. 10여 년 전 고교동기들과 桂林에서 계수나무 꽃으로 담근 삼화주(三花酒) 마신 일 생각난다. 계수나무 원산지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 따뜻한 고장이다.
만리 타향의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 역시 천리 길 진주서 서울 올라와서 대학 입학한 것이 1963년이다. 60 년 전 일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사랑하고 이별했다. 불가에선 사랑하는 사람 헤어지는 걸 愛別離苦라 하고, 미운 사람 만나는 걸 怨憎會苦라 한다. 그러나 나무는 봄이면 다시 잎이 나지만 사람은 한번 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창 밖의 계수나무를 보면서 나는 怨憎會苦 愛別離苦를 넘어 모두 소중함을 느낀다. 우리도 한 때 저 계수나무처럼 푸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별의 계절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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