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2021년 설악산 단풍 여행

김현거사 2021. 10. 26. 08:03

2021년 설악산 단풍 여행

 

속초 아남플라자 대표에서 물러난 건 1996년이다. 그 속초엘 25년만에 갔다.

원주 가서 진주고 후배 장 교수 차로 상원사로 갔다. 그도 이젠 동우대에서 정년 퇴직했다.

오대산은 산에서 흐르는 물이 다섯 개 있다. 상원사 지혜수, 중대 옥계수, 동대 청계수, 남대 총명수,

북대 감로수, 서대 우통수다. 상원사 물 한 모금 마시고, 우리나라 범종 중 종소리가 가장 아름답다는 

상원사 銅鐘 실물을 배견했다. 종신에 새겨진 비천 무늬가 경주 에밀레종 것과 비슷하다.

상원사 동종
경주 에밀레종 비천상

달마대사 조각 옆에도 잠시 서보았다.

장 교수 제자가 운영하는 <비로봉 산채 식당>에서 모처럼 오가피 두릅 등 열댓 가지 산채 맛보았다.

지구 온난화로 海水가 녹아 일본이 지진으로 바닷속에 잠긴다 했던 탄허 스님 계시던 월정사 거쳐

진고개 넘어 남애 바닷가 갔다. 파도는 예전 그대로지만 반가우면서도 한편 쓸쓸하다. 

파도는 쓰라리던 당시 내 심정 알고 있다. 비서실장, 건설 상무를 거쳐, 속초 아남플라자 백화점

대표에서 타의로 물러났을 때, 파도 소리는 처량했다.

창업주 자서전 써주고, 연세대 p총장 만나 명예박사 학위를 얻어주고, 화신전자 부지 3만 평

60억에 사서 10년 후 4000억짜리 만들어 주었을 때 나는 당당했다.

그때 2세 회장 보고 뭐라고 했던가?

'제대할 때까지 골프만 치고 다녀도 월급은 주겠지요?'

'당연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老子는 功成而弗居라고 했다. 공을 세워도 거기 머물지 않아야 된다.  

밤에 대포항에 가서 회 한 접시에 진한 孔府家酒 마셨다. 

울산바위 밑 숙소에서 잠들었는데, 새벽 4시쯤 누가 날 깨웠다. 옛날 그 달이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옛날엔 달이 저리 밝으면 그냥 잤던가?

영랑호와 청초호 달빛. 면옥치 법수치 청옥의 푸른 물결 위로 흘러가던 달빛 생각났다.

달이 날더러 물었다. '그대는 오징어 잡이 배 푸른 漁火가 끝없이신비로운 수산에서 들어가던 여운포

드라이브 길 달빛을 기억하는가? 그때 같이 다니던 사람도?'

나는 달에게 대답했다. 인제 출신 시인 박인환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세월이 가면>이란 시를 남긴 것처럼 나도 <미시령의 노래>란 시를 남겼다고.

 

<미시령의 노래>

 

3월의 미시령에 눈이 내리네
보랏빛 얼레지꽃 위에 내리네
바다가 보이던 언덕 위 카페
안갯속에서 낮은 소리로
인생의 외로움을 말하던 그대 
벽난로 남은 불 붉게 타던 밤
슬로진 잔에 어린 보랏빛 입술 

3월의 미시령에 눈이 내리네
보랏빛 얼레지꽃 위에 내리네
커피 향기롭던 언덕 위 카페
음악 속에서 낮은 소리로
행복이 무어냐고 말하던 그대 
쓸쓸한 바다에 눈이 오던 밤
창가에 비치던 외롭던 눈빛 
 

부처님 치아 진신사리

문인은 시를 남기고 2500 년 전 열반하신 석가모니는 사리를 남겼다.

순두부집에서 해장하고 乾鳳寺 寂滅寶宮 찾아가니, 1978년 불교신문 기자 때

와본 후 처음이다.

금강산 산내에는 신계사, 장안사, 유점사, 표훈사와 같은 금강산 4대 사찰이 있지만,

건봉사가 금강산 8만 9 암자 중 대표 사찰이다. 

건봉사는 금강산 산속의 절이다. 부처님 진신사리 참배 후, 금강산을 몇 걸음 걸어보았다. 생수도 한 모금

마셔보았으니, 그 먼 길 헛걸음한 것 아니다. 옆의 화진포는 자주 간 곳이다. 

거기 호반의 갈대와 달빛과 너무나 고소하던 고성항 털게 생각난다.  

가을엔 백담사 단풍과 에메랄드 물빛을 반드시 보아야 한다. 건봉사 참배 때는 보슬비 내리더니,

백담사 가니, 비 온 후 청산이 그리 청량할 수 없다. 돌다리 위에 서서, 발아래 청옥의 물빛

한참 바라보았다. 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절로 맑아진다.

단풍은 어떻던가.

바위는 어떻던가.

詩碑 옆에도 서보았다. 백담사 뜰엔 이성선의 詩碑가 있다. K대 한 해 선배이던 그는 강원도 제일의

시인이었으나 순수하고 수줍던 분이다. 그와 백담사 회주 五鉉 스님, 오현 스님에게 의탁하고

있던 걸레 스님 중광을 만난 일이 생각난다. 이제 그들 소식은 묘연하고, 백개의 潭에서 흘러내리는 

청아한 물소리만 골에 가득하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장 교수와 한계령 필례약수 근처에 살던 여류화가 이야길 했다. 남편 사후 알코올 중독에

걸렸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대포항에서 꽁치 상자 사 갖고 간혹 찾아가 이야기 나누던 분이다.

너무 안타깝다. '저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 노래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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