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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김현거사 2019. 4. 11. 09:14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진주는 구슬 같은 인재는 많은데, 그것을 꿰어서 보배로 만들 사람이 없다. 파성 설창수 선생 가신 후 개천예술제는 빛을 잃었다. 유등제는 있지만, 옛날의 정취를 잃었다. 남강이 어딘가? 임진난 때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강물에 몸을 던진 현장이 아닌가. 거기 예술제 열리는 밤 남여 고등학생들이 강물에 등을 띄웠다. 수많은 작은 등이 별처럼 깜박이며 뒤벼리 쪽으로 흘러가는 시정(詩情) 어린 모습을 만들었다. 유등제를 통해 논개의 혼을 추모하고, 예술제의 낭만을 구가했다.

 그런데 지금 남강은 어떤가. 뜻없이 크고 화려하기만 한 등만 가득하다. 화려한 건 좋지만 남강은 어린이 놀이터가 아니다. 강을 화려한 유등으로 도배해서 뭐하는가.

 춘천에 소양강 있고, 부여에 백마강 있고, 나주에 영산강 있다. 밀양에 남천강 있고, 하동에 섬진강 있고, 울산에 태화강 있다. 부산에 낙동강 있고, 서울에 한강 있다. 우리나라 천지에 강이 있고, 강은 저마다 역사와 낭만이 있다. 그들 제멋대로 유등제 하지 않는다. 진주 유등제는 그나마 명맥 유지되고 있음은 감사한 일이나, 혼이 없음은 애석한 일이다. 

 언젠가 파성선생 아드님과 지리산에서 남강 유등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계림에 가면 장예모 감독이 강물 위에 푸른 유등과 수백명 가수와 무희가 등장하는 웅장한 쇼를 보여준다. 그 쇼가 유명한 건 예술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강 유등제는 파성선생 생전의 시정도 없고, 예술성과 거리가 멀다.   

 진주의 자랑이던 개천예술제는 어떤가. 예술제 부속 행사이던 유등에 밀려서인지, 요즘 전국 각 지방에서 비 온 뒤 죽순처럼 생긴 예술제 때문인지, 빛을 잃은 것 같다. 대한민국 지방예술제 원조 개천예술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과거 제주도 마산 삼천포 등지 전국 문학 청년이 벌떼처럼 모이던 행사는 꿈이었던가. 그 문제점이 어디 있는가 짚어보려면, 먼저 예술제 심사위원의 자격부터 살펴봐야 한다. 모든 작가 지망생은 등단 할 곳의 권위를 먼저 생각한다. 이름 없는 동네 사람이 심사하는 곳엔 가지 않는다.

 그런데 진주는 중앙 문단에 그 이름 쟁쟁한 분 많다. 현재 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문학 강좌에서 시창작은 강희근 시인이 맡고있고, 수필은 정목일 수필가가 맡고있다. 그뿐인가. 소설가 박경리는 통영에 뺏겼지만, 하필이면 재색 겸비한 팔순 넘은 여류작가 수두룩 하다. 서울 김여정 시인은 월탄 박종화 선생이 수양딸 같이 아끼던 분이다. 한국 최고의 원로 여류시인이다. 영남예술제에서 '국화'란 시로 장원한 정혜옥 수필가는 대구 여성문학회 회장과 카토릭문학회 회장 역임했다. 진주에 시조문학관 개관한 김정희 시인은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했고, 김지연 소설가는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경력이다. 이만하면 보배가 서 말 넘는다고 아니 할 수 없다. 

 필자는 고향 선배란 이유로 김여정 시인을 연꽃으로 유명한 양수리 세미원에 몇번 모시고 간 적 있다. 식사 중에 만약 진주에서 예술제 심사를 도와달라면 가실 수 있는지, 또 서울의 원로들을 심사위원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고향에서 부탁하면 나설 용의 있으나, 한번도 그런 부탁 없었다고 한다. 문인협회 고문 이유식 평론가도 그 질문에 그 대답이었다.

 이 정도면 참으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실감간다. 지금 진주는 구슬을 꿰어서 보배로 만들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판소리의 여왕으로 꼽히는 안숙선의 남편은 진주 사람이다. 안명창은 2007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도,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때도 대통령 수행한 분이다. 남편은 진주를 못잊어, 진주서 행사 초청이 오면 무조건 부인과 진주에 간다. 진주에 개천예술제 있고, 진주문화예술회관 있고, 진양호 근처에 진주시전통문화회관 있다. 만약 진주에 구슬을 뀔 분이 있다면, 진주는 금방 우리나라 판소리의 본고장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부인 고향인 남원에선 생가를한다. 잠시 행사 초청 할 것이 아니라, 개천예술제 국악 부문 심사위원장 맡기고 제자들도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진주문화예술회관 건물에 아예 판소리 정기 교육실 만들어, 진주가 판소리의 고향으로 발전되도록 추진해도 좋을 것 같다.     

 진주시나 진주 예술인 예산타령 하고 서로 눈치만 봐선 않된다.  

진주 문화예술회관 그 넓은 공간은 뭔데 쓰는 것일까. 진주 출신 시인 소설가 수필가 화가 작곡가

가수를 소개하는 전시실이 있는지. 사람들이 관람하도록 해놓았는지. 어차피 건물 관리하는

경비는 나가는데....예향의 구슬들이 제맘대로 흩어져 녹 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