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천리길 2

남강문학회, '풍류사랑'의 밤은 깊어 /2012년

김현거사 2018. 5. 12. 07:17

 남강문학회 '풍류사랑'의 밤은 깊어 /2012년

 

 인사동에 조금 일찍 가서 넓직한 화강석 돌에 걸터앉아 시간 좀 보냈다. 한시 적힌 부채, 소나무 관솔로 만든 술병, 돌 위에 뿌리내린 풍난, 도자기, 유화, 산수화,나무에 새긴 현판, 골기와에 황토를 이겨서 만든 작고 낮은 돌담 등 집집마다 간판 멋스럽다. 사람 구경도 할만 하다. 이쪽저쪽 카메라 들이대는 털복숭이 외국인,청전 화백 산수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할아버지, 하얀 달항아리서 나온 선녀같은 할머니, 스님, 수녀님, 아무튼 인사동 찾아온 사람은 어딘가 격조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고 '풍류사랑'에 도착하니, 남강문학회 미인들 서너명 앉아있다. 그냥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맥주 마시고 있다. 때마침 남학생은 나혼자. 섬섬옥수 따라주는 잔 거사 혼자 받으니 신통방통 기분 좋다.

 좀 있다 진주고 천재시인 허유시인 오신다. 뒤이어 수필문학 회장 강석호, 편집장 이자야, 일러무삼 구자운,  소설가 강남구, 문협 고문 이유식, 턱수염 이영호, 꾀꼬리 이영혜, 안병남 손계숙 이인숙 정현주 천옥희, 이번에 뉴페이스로 처음 나온 미인 소설가 이숙남, 김한석 수필가, 정태범 교수, 김형도, 류상훈, 이진표, 한영탁, 미수의 박성순 시인, 의정부서 오신 박용수 시인, 그리고 진주서 올라와 잠시 참석하고 이날 밥값 전부 쏘고간 정봉화 수필가. 모임 끝날 때 쯤 꽃다발 들고 찾아온 박준영 국악방송 사장, 좌우지간 방이 항그석 차서 옆방도 회원들이 쭈욱 둘러앉았다. 

 안건인 남강문학 4호 진주 출판기념회 건 소개는 간단히 끝나고, 2부 순서 구자운박사 사회로 안병남 첫 시집출판기념회 열렸다. 이날 주인공 안병남 시인에게 꽃다발 증정 끝나자, 정현주, 손계숙, 천옥희 시인이 안시인 시 하나씩 낭독했다.

 3부 회식 순서는 참석자 모두 막걸리 따르자, 북어조림 다슬기 무침 나오고, 한잔 들어가자, 권커니 자커니 떠들거니 왁자지껄. 올해 부인이 신사임당을 받은 정태범 교수는, '진주 문인 전체가 축하할 일을 서울 잔치로만 넘겼다'고, 강남구 소설가한테 지적 좀 받았다. 강남구 소설가는 '산홍아 너만 가고 나만 홀로 ...' '타향살이' 등 주옥같은 대중가요를 남긴 진고 교사 출신 천재작곡가 이재호와 그의 후배, 쎅스폰의 이봉조 이야기길 꺼냈다. 작곡가 정민섭 이야기도 나오고, 이런 대중가요 스타 가요비는 왜 촉석공원에 없느냐? 또 왜 진주 문인들 시비는 보이지 않는가? 이래놓고 예향이라고 누가 불러주나? 왜 남인수 노래비 멀리 진양호 옆에 세웟는가? 파성선생 시비는 왜 강 건너 대밭에 세웠는가? 잘됐다 못됐다 평론 많았다.

 의암 옆 비각 이야기도 나왔다. 거기 새겨진 시는 월계 정태수 선생이 번역, 남강문학회에 가계사 기행으로 소개한 시다.

 

     義 巖  

                                  

獨峭其巖 特立其女  홀로 가파른 그 바위, 우뚝 서 있는 그 여인

女非斯巖 焉得死所  이 바위 아니면 그 여인, 어디서 죽을 곳을 얻으랴

巖非詐女 烏得義聲  이 여인 아니면 그 바위, 어디서 의롭단 말 들으리

一江高巖 萬古芳貞  한 줄기 강의 높은 바위, 만고에 꽃다우리라.

 

 유등제 때 이런 시를 촉석루 누각에 붙은 다른 시들과 함께 등불에다 밝혀 강물에 띄워 놓으면 얼마나 품위있고 좋을꼬? 이야기 끝없이 이어졌다. 밖에 비는 촉촉히 오고, 막걸리 계속 들어오고, '풍류사랑'의 밤은 이렇게 한없이 깊어가, 오후 4시에 시작한 모임 밤 10시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