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천리길 2

2011년 남강문학회 인사동 송년 모임

김현거사 2018. 5. 11. 09:14

 

  2011년 남강문학회 인사동 송년 모임

 

 세모의 인사동 풍경은 아름답다. 붉고 푸른 빤짝이 네온싸인이 가로수에도 전봇대에도 빌딩 옆구리에도 별처럼 빛난다. 그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인사동 골목을 북적거리며 흘러간다.

 모임 장소 '풍류사랑'에 가보니, 회원들이 너무 많이와서, 한 방에 앉으려고  옆으로 비집고 비집고 앉다가 결국 자리가 좁아, 옆방에 또 상을 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신 분 면모는, 정태수 시인, 김한석 수필가, 박성순 시인, 박용수시인, 이영호, 강석호, 정봉화, 이자야, 김영숙, 정태범, 손상철, 강종홍, 한영탁, 이진표, 김형도, 이영혜, 류상훈, 손계숙, 이인숙, 안병남, 정현주, 구자운, 손정모 작가 제씨다. 

 고마운 일은 진주서 인사동 모임 참석차 상경하신 정봉화 수필가다. 그래 아직도 자기가 17세소녀인줄 아는 서울의 가짜 봉화, 안병남 시인 옆에 정선배님 자리를 정해드렸다. 

 오늘 처음 나오신 분은 세 분이다. 진주고 27회로 국세청 출신의 류상훈 수필가, 진고 28회 서울 공대 나온 김형도 수필가, 시인 수필가 평론가 화가 네 개 타이틀 가진 진고 44회 손정모 이학박사다. 손 작가는 근자에 장편소설인 "태평양의 소용돌이" 한 작품으로 경기도 문학상, 노원문학상 두 상을 거머쥔 바 있다. 

 부회장인 거사의 짤막한 인사 끝나고 작품 낭송 시작되었다. 손정모 시인의 <달밤>이 낭송되고, 류상훈 수필가 수필 낭송되고, 유산(裕山) 박성순 선생이 이날 배포한 저서 <여로의 사람들> 속에 있는 <순이>란 시가 낭송되었다. 시가 맛깔스러워 시부터 소개한다.

 

순이

 

비가 조용히 내리는 날

광화문 뒷골목

어느 구석진 다방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창밖의 낙수를 들으며

정담 주고 받을 수있는 사람

만날 수 있으면

나는 더없이 행복하리라

 

기다리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

그러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에 겨운 나의 일상일까

 

저- 산 너머

하늘 아래

어디엔가 살아있을 순이

잊을 수 없는 순이

가진 것 모두 다

그저 주고 싶은 사람

순이

  

 이 시가 너무 좋았던 모양, 어느날 낮선 여인이 전화를 해왔단다. 그리고 '제가 순이가 되어 드릴까요?' 하는 바람에 그 70대 여인에게 차 한잔 사드린 일 있단다. 그러자 진고 28회 김형도 선배가 '박선생님은 우리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로 '에드가 알란 포우'의 문장 가르치신 분이지요' 한마디 한다.

 다음에 정태수 총장님의 저서 '어디서 내가 왔나' 중 시조 세 편이 낭송되었다. 정총장님은 이 시조집을 남강문우 모두에게 보내드렸다고 한다. 아마 금년에 남강문우회가 내놓은 작품 중, 이유식 문인협회 고문의 '이유식의 문단수첩 엿보기'와 함께 핵폭탄급 무게를 지닌 저서일 것이다. 우주의 탄생과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물의 탄생, 인류의 시작을 흥겨운 시조 가락에 맞춰 슬슬 풀었다. 거기 대학총장다운 괄목할만한 많은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될 조짐이 많은 역저다. 이날 참석 못한 이유식 평론가의 '이유식의 문단수첩 엿보기'는 벌써 일간지에 5단 통광고 세번이나 나간 책이다. 아마 이 책 출판한 출판사 돈 좀 벌 것이다.  

 시 낭송 끝나고 이영혜 수필가 하모니카 소리 맞춰 남학생들 모두 2011년을 보내는 송년의 노래를 불렀고,

 노래 끝나자 뜻하지아니한 찬조금 우르르 쏟아진다. 류상훈 수필가는 50만원, 정봉화 수필가는 30만원, 일러무삼 구자운 시인은 20만원, 이영혜 수필가는 10만원. 마지막 정태수 총장님은 그날 저녁 25명분 저녁 밥값은 전부 쏘았고, '위하여' 총장님 구호로 모두 한잔씩 마셨다. 이때 정태범 구자운 두 박사가 카메라를 이리저리 들이대고 찍고, 손정모 박사는 즉석에서 안병남 김영숙 두 미모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박용수 시인은 메모로 가칭 <남강문학상>에 대한 계획을 내놓았다. 바시인은 그동안 <남강문학> 광고주들의 손비처리를 위한 법인 영수증을 뒤에서 마련해주신 선배님이다. 진주 문학의 발전을 위한 <남강문학상> 제정 건의는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모든게 아름다운 밤. 역시 남강물 먹고 자란 사람들은 멋지다.

 (1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