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천리길 2

2009년 서울 남강문학회 망년회

김현거사 2018. 5. 10. 11:09

 2009년 남강문학회 '풍류사랑' 망년회

 

 남강문학회 모임 장소인 '풍류사랑'은 꼬불꼬불한 골목 안쪽이고 입구 찾기가 쉽지않다. 그래 집행부는 년말의 칼바람 몰아치는 그날도 빙판 위에서 잉어 낚는 낚시꾼처럼 수도약국 앞에서 한없이 회원을 기다린다. 이럴 때 착하게 나타나는 분은 박용수, 허유, 강종홍 선배님이다. 누가 시키나 안시키나 일치감치 자동으로 '풍류사랑'에 도착하여 막걸리잔 기울인다. 마지막으로 대물 다금바리처럼 허연 턱수염 기른 정태수 총장님이 손 흔들고 나타나면 얼음낚시 마친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풍류사랑이 명태찜, 홍어찜, 두부김치, 수육과 막걸리 걸찍하게 내놓자, 2009년 을축년 망년회가 개막되었다. 건배는 일석, 박준영 두 분이 했고, 우리 문우회 막내 손계숙 시인이 섬섬옥수로 정총장, 김시장, 박용수, 허유 네분 백살까지 수하시라고 빠알간 술 한잔씩 올렸다. 그 술은 선도주(仙桃酒)로 지리산 문덕산 은하폭포 주인인 김필곤 시인이 물소리 바람소리 듣고 자란 야생복숭아 술맛 좀 보라고 거사한테 보낸 것이다. 

 

 야생 복숭아주 <선도주> 뜯기 전에. 정총장님과 필자.

  

 우측부터 함순자 수필가, 정태수 시조시인, 손계숙 시인, 김한석 수필가, 이유식 평론가  

 

 그 자리가 뭔 자리냐? 시인묵객 망년회 자리 아닌가? 우선 올해 안견문학상 수상한 임만근 시인의 '겨울산'이 낭송되고, 수필춘추 신인문학상 받은 물망초님 수필 '그믐달' 낭송되고, 불교언론인상 수상한 박준영 시인의 시 '나는 자꾸 나를 자꾸 때린다'가 낭송 되었다. 박시인은 앵콜을 받아 '개미의 죽음'이란 시 하나 더 낭송했고, 시집 '얼짱, 너는 꼬리가 예쁘다'를 전원에게 싸인하여 증정했다. 문단 원로인 이영호 소설가는 19일 불교문학상을 받지만 굳이 낭송은 사양했고, 거사는 2편이 찬불가 가사로 채택되었지만, '고향의 강'이란 수필을 낭송했다.

 이쯤에서 박용수 선배님이 기분이 째져서 그 우람한 목소리로 오페라처럼 '울 밑에선 봉선화야' 2절까지 불렀고, 손계숙 시인보다 더 어린 정영애 동화작가가 오자, 가장 나이 많은 정총장님과 김시장님은 두 분이 정영애 작가를 자기들 가운데 앉히고 입이 귀에 걸린다. 정영애 작가는 소파 방정환 이후 한국 아동문학 대부인 덕암 이영호님이 애끼시는 후배. 내놓은 동화집이 하도 잘 팔려, 이제는 교직 그만두고 나와서 전업작가로 집필과 강연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어른들 없는 틈에 거사도 한 컷.

 

 이날 사진은 임만근 정태범 두 분이 찍었고, 참석하신 18명 문사는, 가나다 순으로  강종홍 김영숙 김창현 김한석 박용수 박준영 손계숙 안병남 이영호 이유식 이진표 임만근 정영애 정태범 정태수 한영탁 함순자 허유 제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