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천리길 2

2009년 남강문학회 인사동 '풍류사랑' 모임

김현거사 2018. 5. 9. 20:22

 

 

  2009년 남강문학회 인사동 '풍류사랑' 모임

 

  남강문학회 회원들이 모이는 인사동이란 곳부터 우선 소개하자. 옛날 동아일보 만화에 나온 고바우가 썼던 동그란 빵모자 위에 까만 꼭지가 달린 그 모자를 뭐라고 부르나. 그런 모자 쓰고 입에 파이프 문 화가인지  소설가인지 알수는 없지만 예술가로 보이는 사람과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서양 아가씨, 그리고 조계사 옆이라서 그런지 스님 심심찮게 보이는 곳이 인사동이다. 가게 안에 산수화 인물화 화조도 가득한 화랑, 유화 전문 화랑, 청자 백자 도자기 파는 가게, 각종 한지 파는 지업사와 크고작은 붓들과 돌에 새긴 낙관 파는 필방, 그 밖에 탑과 향로같은 골동품 파는 가게 즐비하다. 그래 인사동은 약속 시간 한참 전에 가도 심심치 않으니 슬슬 이런 걸 구경하면 시간 간다.

 

   

 

 

 

 거기 남강문학회 회원들 아지트 '풍류사랑'이란 곳은 어떤 곳인가. 인사동 네거리에서 안국동 쪽으로 가다가 우측 꺽어 막걸리 파전 파는 한옥 머릴 맞댄 꼬불꼬불한 골목 들어가면, 우측 구부러진 후미진 곳이 있다. 간판도 변변찮고 까딱하면 뵈질 않아서 찾기 어려운 집이다. 이곳이 갈래말 사전 펴낸 박용수 선배님 단골집에서 남강문학회 모임 장소가 된 곳이다.

 찌그러진 대문 밀치고 들어가면 대개 문인 화가 모이는 인사동 주점들이 그렇듯이 벽에 고풍스런 산수화 한점씩 걸려있다. 탁자도 나무결 반질반질한 통나무판이고, 주인도 뜻맞는 사람들과 한문책 펴놓고 노자 장자 원문 해석하는 사람이다. 돈 보다 풍류 먼저 내세운다.

 

 거기 꽃 피는 춘3월 어느 저녁 진주 남강에서 시심(詩心)을 키우던 다정다감한 사람들이 속닥하게 모인 것이다. 이 자리 좌장은 8학년 접어든 정태수 총장님, 헤밍웨이처럼 하얀 턱수염 멋지게 기른 정태수 박사는 전에 문교부 차관 서울교육대 총장, 대진대 총장 역임한 분으로 시조시인이다. 거사의 부친인 진주사범 시절 잊지못할 은사 김성봉 선생님 이야길 꺼내 거사를 한번 소쿠리 비행기로 고공비행 시켜주었다. 차석은 7학년5반 박용수 시인, 박시인이 만든 <우리 말 갈래 사전>은 남한과 북한 토박이말 3만 6000개를 망라한 것으로 1989년 북한 방문한 문익환 목사가 당시 김일성주석에게 선물했다. 그 다음 정재훈 시인은 문화재 관리국장 출신으로 우리나라 전통 조경 제일인자다. 언젠가 거사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한국전통의 苑'이란 600페이지가 넘는 칼라 타불로이드판을 놓고  책을 살까말까 한참 망서린 적 있다. 거기 우리나라의 왕궁, 민가, 서원(書院), 사원(寺苑), 고분 등 원(苑)에 대한 해설과 사진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래 평소에 이 분야에 관심이 많던 거사는 책 사고싶은 욕심과 8만원이란 거금 때문에 한참 갈등 겪었다. 에따 모르겠다 저질르고 보자는 심정으로 그 책 샀는데 집에 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저자가 진주 사람이다. 그 정재훈 박사도 '풍류사랑' 모임에  참석했으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정시인은 박정희 노태우 대통령 만났던 이야기, 경주 안압지 공사 끝내고 진주 촉석공원 복원시 설계 시행 감독한 이야길 들려주었다.

 그 다음 한국 문단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경력 가진 이유식 평론가 겸 수필가와 소설가 이영호 두 분 있다. 월간지 '수필문학' 회장 강석호 수필가도 있다. 대학원장 출신 정태범 박사를 위시하여 안병남 함순자 김영숙 한영탁 님도 있다. 모두 7학년 넘긴 노신사 노부인이라,  6학년5반인 거사는 말석이다.

 이날 진행은 처음 참석하신 분 소개. 그 다음 남강문우회 작품집 발간 계획, 년간 모임 횟수와 시기, 회비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대충 방향 정해지자, '남강 문학' 책에 대비하여 남강문학회 싸이트에 대표작 몇 개 올려두자는 의견도 나왔다.

 고기가 물을 만난듯 반갑고 즐거운 자리, 지지미에 솔잎막걸리 마시며 문학 이야기 나누던 중 한국수필을 리드하고 있는 정목일 강석호 두 수필가 이야기 나왔다. 거사 동기인 정목일은 '한국수필' 회장이요, 강석호 회장은 '수필문학' 창업주다. 진주 출신 두 사람이 한국 수필의 양대산맥 리더이다. 박용수 선배님은 우리 남강 모임 명칭을 화선지에 일필휘지 즉석 휘호해서 벽에다 걸어놓고, 대학원장 출신 정태범 선배님은 직접 카메라 들고 이리저리 팍팍 찍고다녔다. 그 통에 그날 그 집 막걸리 동이 났다.

 끝맺음으로 박용수 이유식 선배님과 거사는 물망초님 봉화님과 2차로 맥주집 들렀다 헤어졌다. 박 이 두 선배님은 인사불성. 택시나 제대로들 타고 가셨는지 모르겠다.(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