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리 길 1

2014년 남강문학회 부산 모임 다녀와서

김현거사 2018. 5. 8. 18:36

 

  2014년 남강문학회 부산 모임 다녀와서

 

  칠십 넘으면 친구가 귀해지기 마련인데, 누군가 보고싶은 사람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를 만나러 부산 갈 수 있는 것도 축복 이다. 겨우내 삭막하던 대지에 봄이 파릇파릇 버들 새옷 갈아입힐 때 버스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건 행복한 일이다. 부산 가면 떼거리로 보고싶은 얼굴 있다. 여학생 황소지, 김덕남, 이숙례, 김소해, 우아지...남학생 정재필, 성종화, 김상남, 최낙인, 허일만, 정옥길, 홍성실, 정태영, 강천형, 양왕용, 양동근, 이영성, 서창국 .... 좌우지간 이런 생각하며 버스 타는 자체가 행복이다.

 서울서 김영숙, 안병남, 이인숙, 이자야, 이영혜, 강종홍, 구자운, 김형도, 조진태, 이진표, 박준영 시인이 내려갔다. 잘 다녀오라고 정태수총장 김한석시장님이 전화해준다. 버스칸에서 입가심 하라고 금일봉 보낸 분은 정봉화 선배님이다. 몇년째 같이 다니다보니, 년하인 이인숙, 이자야 시인이 정이 든다. 외람된 말인지 모르지만, 그들이 여동생 같고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다.  

 부산 노포동 터미날에 내리니, 정재필 회장님이 정옥길, 정태영 선배님과 우릴 기다리고 있다. 망팔의 년세에 누가 온다고 그리 마중나오겠는가. 전철 타고 동백역에 내리니, 부산 사람들 부럽다. 우리 키보다 큰 동백나무가 저마다 붉은 동백꽃 달고 있다.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괴테의 시 떠오른다.

 총회 장소인 글로리콘도 18층 불루비치홀에 들어서니, 김덕남 수필가가 신작 수필집 하나씩 나눠준다. 창 밖은 모래밭과 푸른 파도, 하얀 갈매기 날라다니는 달맞이동산 보인다.  

 정회원 108명. 비회원 280명 총 388명 회원가진 남강문학회는 지역 단체로 한국에서 가장 큰축에 드는 문학단체다. 총회 사업보고에서 경남도 문예진흥금 356만원 지원 받았다고 한다. 양왕용 회장이 진주 김기원 교수와 노력한 결과다. 

 축사와 시 수필 낭독 끝나자, 정재필 초대 회장이 마이크 잡고 한 곡 뽑고, 여학생들은 노소 불문 땐싱을 한다. 이날 거사는 두 사람 명함을 받았다. 지리산문학관 김윤승 박사와 한국예총 울산광역시 연합회 한분옥 회장이다. 김박사는 작년 가을 남강문학회 참석자 전원을 지리산문학관으로 초대하여 식사 제공했던 분이다. 거사의 졸시 <그리운 지리산>을 문학관에 액자로 전시해도 괜찮냐고 물어주신 분이다. 한분옥씨는 울산광역시 예총 회장이다. 그분 동기 대구 김혜숙 교장은 남강문학회 싸이트를 관리해준다.

  이튿날 시티튜어 버스 이슬비 속에 출발하니, 광안대교 오른쪽에 높이 솟은 것은 50층 짜리 고층 아파트와 왼쪽 물에 뜬 것은 요트가 대단하다. 이 풍경 보고 그다음에 감천동 문화마을로 갔다. 여긴 6.25동란 때 피난민 살던 판자집 골목이다. 산비탈 꼬불꼬불한 골목길, 바람에 날라가지말라고 나무가지로 덮어놓은 루핀 지붕, 집마다 화장실이 없어 공중화장실 사용한다. 골목길에 내놓은 화분 초라하다. 잎도 없는 천리향이 을씨년스럽게 꽃을 달고 있다.

 송도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가로수가 특이하다. 낙상홍인지, 피라칸사스인지 붉은 열매 주렁주렁 달려있다. 나무박사 구자운한테 물어보니 <이나무>란 요상한 이름이다. 길은 엉망진창이고 창고 많은 부두 동네는 구질구질 더러운데, 짙푸른 동백나무와 이나무가 아깝다. 

 물에 인공돌고래 서있는 송도에는 단추를 누르면 노래 10곡 나오는 뮤직박스와 현인 동상 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단체로 몇 곡 합창하고 그 다음에 간 곳이 영도다리다. 허일만 선배가 해설을 한다. '이 다리는 세월이 흘러 언제부턴가 다리가 힘이 없어 서지않더라고 한다. 그래서 비아그라를 한바가지 쏟아부었더니, 꺼떡꺼떡 빳빳하게 서고, 간혹 자갈치 아줌마가 조개와 합자를 던지면 도로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간 시간이 딱 12시라 마침 그 시간인 모양이다. 왜앵! 하는 싸이렌 소리가 나고, 버스가 정지하고, 차단기가 올라간다. '용두산아 용두산아 너만은 변치말자 한발 올려 맹세하고 두발 디뎌 언약하던...' 요란하게 '용두산 엘레지' 노랫소리가 들리더니 다리가 꺼떡꺼떡 올라가서 빳빳하게 선다. 우리는 그걸 보며 웃었다. 옆에서 기념사진 찍고 자갈치 횟집으로 갔다.  

 다음에 범어사 들러 해설사 안내로 도량을 한바퀴 돌고, 노포동에서 버스에 올랐다. 손 흔들어주던 정재필, 정옥길, 정태영, 선배님 얼굴 잊히지 않는다. 서울 터미날에 내려 강남구, 이진표 선배와 한 잔 하고 여행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