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리 길 1

2011년 남강문학회 진주 남해 여행

김현거사 2018. 5. 8. 12:51

2011년 남강문학회 진주 남해 여행

 

 

 

 남강문학 3호 출판기념회로 진주 가기 전 날 전화 한 분이 있다. '잘들 다녀 오시라'고 전화하신 그 분은 성금 30만원을 보내오셨다. 김한석 시장님이다. 함께 가신 박성순 선생님도 20만원 봉투를 내밀었다. 문학이 무엇인지, 고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남강 강물처럼 따뜻한 두 분 마음이다.

 버스 타고 내려가며 창 밖을 보니, 안성 그 넓은 들에 노란 벼가 고개 숙였고, 간간히 논둑엔 하얀 삐비꽃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버스 안에 강석호 수필문학 사장님과 이자야 편집장도 앉아있다. 이분들은 진주라 천리길을 함께 내려가 달랑 출판기념회 행사만 참석하고 저녁에 귀경했다. 국악방송 박준영 사장님도 평일에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만사 제쳐놓고 함께 갔다. 전부 7학년 하고도 후반. 이번에 함께 못간 이유식, 이영호, 허유, 박용수 선배님. 정 때문에 술자리서 일어설 줄 모르는 그분들이 동행못해 허전했다. 

 진주에 도착하자 일행은 중앙로타리 옆 오복식당에서 육회비빔밥 먹고 영남포정사 밑 <民커피하우스>에서 커피 한 잔씩 마셨다. 자칭 천재가 쏜 것인데, 그 천재는 누구인가. 자기는 원래 천재인데 진주서 아무도 알아주질 않아서 서울로 왔더니 여기저기서 천재를 알아보고 찾더라고 한다. 수필문학 강석호 회장이다. 수필문학은 한국수필과 함께 대한민국 수필계의 쌍벽을 이루는 월간지다.  

 촉석공원 둘러보고 진주고에 가보니 합천 이영성 시인이 맞아준다. 둘이 환담 나누는데 고급 승용차 하나가 젊잖게 서더니 청치마 한복 차림의 노숙녀 한분이 내린다. 여기 온 분이라면 다 문인 아니겠는가. 영성이가 인사하길래 나도 닥아가 '김창현 입니다' 인사를 건넸더니, '아 김창현 선생님!' 그 분이 반갑게 아는 체 해준다. 뉴욕에 사는 진고 출신 박사 아들 태홍이한테서 내 수필집을 소개 받은 적 있다고 한다. 웬 나같은 쫄짜의 수필집을 다 읽고 기억 하시나 싶다. 내가 '문학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거 같습니다.' 엉뚱한 말을 하자 농파 시인이 나선다. '거사야! 자네가 너우니 물박물관에서 시를 읽고 감탄하여 이 분을 꼭 소개해달라고 한 분이 이분 이다.' 한다. 그때 그 시 읽고 '도대채 이 시 쓴 여류가 누구냐. 언제 꼭 한번 얼굴을 보고싶으니 소개해달라'고 농파에게 부탁한 적 있다. 소심(素心). 그 분 아호가 소심이다. 소심은 난 중에 가장 맑고 고결한 향을 지닌 난이다. 박사 아들도 뉴욕 진주고 싸이트서 나와 아는 사이지만, 내 동기 진단학회 회장 김두진 박사도 그 분 조카다. 마음같아서는 난처럼 고운 선배님을 한번 살짝 안아드리고 싶었으나 참았다.

 진주 미인 김정희 선배님 실제로 만난 것으로 나는 진주 온 본전 다 찾았다. 그런데 영남예술제 때 '국화'로 장원한 대구 정혜옥 선배님과 부산 수필가 황소지 선배님, 두 미인까지 만났으니 본전이 아니라 완전 흑자다. 태평양 건너서 온 김호길 문우 만난 것도 반갑다. 63년도 영남예술제 장원 출신인 그는 조종사를 하다가 최근에는 미국서 하던 농장을 아들에게 넘기고 고향에 올 계획을 검토중이라 한다. 부산의 정재필 허일만 선배님, 진주 강희근 교수님, 남강문우회 카페지기 대구 미인 김혜숙 수필가 못 뵌 것은 섭섭했다. 

 문우란 평소 글로 마음으로 만나는 사람이다. 직접 만나 덤으로 얼굴까지 보았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회원들 시와 수필 낭송 뒤에, 이영혜님 피아노 솜씨 구경하고, 홍성실 선배님 쎅스폰 연주 들으니 마음 속에 오색무지개가 뜬다. 남강은 한 편의 시다. 50년 전 떠나온 고향길을 눈물겹게 만든다. 

 감동의 행사 끝나니, 감동의 만찬이 기다리고 있다. 외국 나가면서 행사에는 참석못하지만, 정봉화 선배님이 천수식당 불고기로 통크게 한 턱 쏘고 간 것이다. 정선배는 비봉루 정씨 집안 출신으로 수경사령관 윤필용 비서실장을 지냈고, 운영하는 회사는 포철 협력사 대표회사 이다.

 고향 미각 맛보고 삼천포대교 건너 남해 물건리 호텔에 여장 풀었다. 밤엔 노래방에서 흥을 풀었으니, 이형기 시인이 최계락 시인을 '수염난 천사'라 했다고 한다. 전부 시인 소설가 수필가 아닌가. 남자들은 천사처럼 노래 불렀고, 그 자리에 봉화, 물망초님 위시한 여류 많다. 꾀꼬리 목소리 한곡조씩 냈다.

  다음날은 나포리보다 아름답다는 물건리와 미조 바닷가 구경하고, 상주 해수욕장 둘러보고, 김만중 유배지 노도가 보이는 앵강만 둘러보고, 용문사와 독일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창선도 횟집에 오니 남해 고기 다 모여있다. 진수성찬은 양왕용 회장 송영기 부회장이 지갑을 푼 것이다. 점심 식사후 하태무 시인이 운영하는 '아라클럽'서 차 한잔 대접 받았다. 그리고 진주로 와서 서울팀과 부산팀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