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리 길 1

2013년 남강문학회 진주 모임(시조문학관 개관)

김현거사 2018. 5. 8. 16:54

 

   2013년 남강문학회 진주 방문(시조문학관 개관)

 

 

 이번 진주 여행의 백미는 소심(素心) 김정희 시조문학관 방문이다. 물론 본 행사야  양왕용 이숙례 서정민 세 콤비가 잘 진행했고, 특집으로 기리 이명길 문학을 자상히 소개한 것도 좋았다. 그러나 내가 가장 맘에 든 것은 진주에 문학관이란게 하나 맹글어져 진주가 겨우 예향이라는 이름값 좀 하고 체면 좀 세운다 싶었던 것이요, 우리 남강문학회 대부대가 김정희 시조문학관에서 하루밤 잠을 잔 것이다.  

문학관은 발 아래 남강과 멀리 도동이 보이는 세비리 모티 언덕에 있었다.

 

 

 

 

 진주의 서예가 비봉루 은초 정명수 선생의 병풍 글씨 

 

 

 

김상옥 시인이 보낸 글 내용이 좋다. 與善人居時入芝蘭之室(착한 분과 더불어 사시며는 지초 난초의 방에 들어가는 것이다)  

 

 

 

 

 육당 최남선과 노산 이은상의 시조선집

 

 

 

김소월 육필  

 

 

 

이호우. 교과서에 실려있던 그의 '달밤'이 생각났다.

 

낙동강 빈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노을에 배를 맡겨봅니다. 

 

 

 

이 아름다운 여인이 청마의 연인 이영도다. 이영도의 <탑>이란 시는 이렇다.

 

너는 저 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하고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새벽 6시에 거사 혼자 전시실에 올라가 불 켜고 구경 하였다. 그때 김정희 선배님이 올라와 이영도의 이 <탑>이란 시를 가만히 읊어 주신다. 아시다시피 시는 미인이 읊어주면 더 감동을 준다. 그것도 모두 잠든 새벽 시간에. 마지막 구절 <애모> <사리> <푸른 돌>이란 단어들이 가슴에 확 꽂힌다. 김정희 시인은 내 동기 김두진 교수 숙모님이다

 

청마는 이런 시를 남겼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거사는 이런 시를 썼다

 

파도(1)

나는 왜 항상 너에게 달려가 부서지고 싶은가
흐느끼며 닥아가 너를 껴안고 싶은가
섬이여
산처럼 높은 해일이 너에 대한 그리움인 걸
너는 아는가

 

 

김정희 시인님의 시 '경주 남산에 가면'

 

경주 남산에 가면

내 그리운 사람이

바위 속 문을 열고

걸어서 나오실까

감실의 부처님처럼

집 지키고 계실까.

 

돌처럼 굳은 언약

비바람 견딘 사랑

천년의 미소 머금고

늘 그 자리 그대로

영겁을 다스려온 그대

숨결소리 들릴까.

 

 정봉화 선배님이 완사로 초대해서 아침은 거기서 들었다. 

 

 

 거기 딱 죽여주는 물건. 바로 고개 너머 서포만에서 직접 가져온 요것의 성함은 전어다. 서울 전어하고는 질이 달랐고, 밥은 찰기있고 국은 간이 맞아 감탄스러웠다. 진주여고 3학년 때 개천예술제 전신인 영남예술제 에서 시로 장원한 대구 미인 정혜옥 선배님도 오셨다. 

 

 

국화

 

 

화려한 정원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여기 메마른 흙과 하늘이 통한 곳에
조상이 물려준 절개를 외우며 섰습니다.
하나의 넋두리 속에서 피는 화려한 의상이 아니기에
더욱 가냘픈 생명이옵니다.

내 조국은 찬바람 부는 언덕을 넘은 곳
외로움은 가을 불나비처럼
견디기 어려운 것입니다.

나에게 노래를 주십시오.
오월의 푸른 언덕은
내가 지킬 언약은 아니라구요.

가도 가도 바람은 불고 서리는 내리는데
내일을 기다려 참아야만 하는
서러운 전설 속에서 피는 국화
나는 국화이옵니다

 

 완사에서 아침 먹고 산청 한방축제 가는 논둑엔 코스모스요, 산 밑은 푸른 진양호다. 옆에 앉은 허일만 선배님 이야기가 재미있다. 알고보니 진양호 옆에 서있는 남인수 동상은 허선배님이 주관하여 세운 것이다. 진주시장과 상의하여 자리 물색하고, 제막식에는 미국에 살던 남인수 선생의 부인과 자제분까지 와서 참석했다고 한다. 차속에서 최낙인 선배님이 쓴 시를 노래한 <가을>이란 노래가 마이크를 탔다. '내 님이 오시는가. 풀섶을 헤쳐가면...' 이날 참석 못한 정목일 이유식 두분 전화도 먼 곳에서 왔다.

 지리산 문학관 관장 김윤승 박사 초청으로 함양 늘봄식당에 가서 기장 찹쌀 오곡밥에 지리산 흑돼지 잘 음미한 후, 문학관과 상림 숲을 둘러보고 함양터미널서 상경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