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김현거사 2018. 5. 6. 22:57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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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50년 전 영화인데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 둘 있다. 하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만 扮)와 로버트 조단(게리 쿠퍼 扮)이 헤어지는 장면이다. 총을 맞아 더 이상 말을 탈 수 없는 남자는 여인을 대원들과 함께 말에 태워 보내려 한다. '로베르트!' 그때 울부짖는 마리아 역의 잉그리드 버그만 연기는 아마 허리우드 영화 역사상 가장 걸작일 것이다. 이 마지막 헤어지는 장면은 원작자 헤밍웨이와 연출자 샘 우드가 열 번인가를 반복해서 연기를 시켰다고 한다. 그만치 공들인 장면이다.

 마리아는 시장의 딸이었고 아버지는 파시스트에게 총살을 당했으며 자신은 강간을 당한 뒤에 게릴라 부대 대장인 파블로에 의해 구출됐지만 정신적 충격에 빠진 상태인 19세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처녀다. 로베르트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미국의 대학교수다. 둘은 첫눈에 서로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두번째 장면은 마리아가 조단과 산 속에 단둘이 남았을 때 키스하는 장면이다. 이때 마리아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가 너무나 순진하다. ‘나는 키스 할 줄 몰라요. 키스를 할 때 코는 어디로 가죠? 그게 늘 궁금했어요.’ 이 대목도 두고두고 사람들이 기억하는 대사이다. 삭막한 전쟁터에 꽃처럼 삽입된 너무나 아름답고 순결한 장면이다.

 

 STILLCUT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시작도 끝도 종이 울린다. 종은 왜 울리는가. 헤밍웨이는 17세기 영국 성공회 성직자 존 던(John Donne) 신부가 쓴 시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파라마운트사 창립 40주년(1943년) 기념으로 제작되었으며, 헤밍웨이는 소설 집필 때부터 영화화를 생각했고, 남자 주인공은 그의 친구인 게리 쿠퍼를, 여자 주인공은 잉그리드 버그만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실제 게리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은 둘 다 헤밍웨이의 절친한 친구다. 서부영화 '하이눈'에서 명연기 펼친 게리쿠퍼는 헤밍웨이의 사냥 친구고,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 영화 각본을 쓸 때 헤밍웨이가 잉그리드 버그만을 상상하며 썼다고 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시사회에서 이 영화 수준에 불만을 품고 감독 맡았던 샘 우드의 코뼈를 부러뜨린 일화이다. 헤밍웨이는 만년에 글쓰기에 대한 집착과 정신착란에 시달렸고, 1961년 5월에 게리 쿠퍼가 암으로 죽자, 공교롭게도 두 달 후인 7월에 엽총 자살로 세상을 떴다. 



  이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스토리로 들어가자. 이 영화는 1936년에 발발한 스페인 내란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사흘 밤 사흘 낮의 지극히 짧은 기간 동안 산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스페인에서는 프랑코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공화파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때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뛰어든 주인공이 미국의 대학교수인 로버트 조단 이다. 그는 공화파에 참여하여 세고비아 남쪽 과다라마 동굴지대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파시스트군의 진격로인 협곡 사이의 철교 폭파임무를 맡는데,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산 속에서 활약하고 있던 게릴라들의 도움을 받다가, 거기서 청순하고 아름다운 처녀 마리아 만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마리아는 함께 생활하는 무지한 동료 게릴라들과 비교해서 너무나 달리 격조 높은 로베르토 교수의 인격과 행동을  보고 주저 없이 그를 선택한다. 

'나를 미국으로 데려가 주세요. 당신에게 밥도 해주고 책도 읽어주고 커피도 끓여 주겠어요.' 

 그러나 로베르토는 말을 몰고 철수하는 도중에 적의 공격을 받아 심한 부상을 입는다. 마리아는 쓰러진 그의 몸에 매달려 울며 떠나려 하지 않지만 로베르토는 떠날 것을 단호히 설득한다. 장면이 영화의 압권이다. 로베르토는  다른  일행이 탈출할 수 있도록 자신이 희생하기로 결심하고 게릴라 대원들에게 마리아를 강제로 끌고 가게 한다. 

 '당신이 가면 나도 가는 거야. 당신이 있는 곳엔 어디에나 내가 있어. 자! 가는 거지? 우린 작별인사 할 필요가 없어. 우린 헤어지는 게 아니니까.'

 로베르토는 부대원을 안전하게 철수시키고 남아서 추격군과 최후의 순간까지 싸우며 동료들의 탈출 시간을 벌어주려고 한다. 부대원들이 마리아를 말에 태워 함께 떠나자 로베르토는 기관총을 잡고 있는 힘을 다해 다가오는 적을 향해 총탄을 퍼붓는다. 그때 조종(弔鐘)이 울리며 'For Whom the Bell Tolls.(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자막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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