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춘희

김현거사 2018. 1. 9. 09:56
   

 

 춘희(椿姬)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다. 거기 사교계의 여왕 비올레타의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서 불러진 '축배의 노래' 꽤 유명하다. 프라시도 도밍고를 위시한 세계적인 테너 가수 3인이 부른 이 노래 모르는 사람 없다.

 그 오페라 원전이 된 소설이  프랑스 소설가 '알렉산드로 뒤마 피스'가 쓴 '춘희(椿姬)'다. 이 소설은 파리의 고급 창녀이며 미모로 이름을 떨쳤던 '마리 뒤프레시'를 모델로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낸 것이다. 춘희는 동백나무 춘(椿) 자에 계집 희(姬) 자를 쓴다. '춘희'는 이미자가 불렀던 '동백 아가씨' 원조 쯤 된다.

 

 내가 '춘희' 보러가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란 여배우다. 그는 스웨덴 테생으로 그 미모로 해서 1920~30년대  세계 영화 팬들의 간장을 녹여낸 여배우다. 무성영화 시절 대표작으로 '육체와 악마 Flesh and the Devil'(1927)  '안나 크리스티 Anna Christie'(1930)가 있고,  유성영화 시대 대표작으로 '마타하리 Mata Hari'(1931),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1935), '춘희(椿姬)'(1936) 등이 있다.

 

 

 

 

 그의 미모는 가히 뇌살적이었다 한다. 그 뇌살을 극장에 가서 한시간 30분 쯤 요모조모 뜯어보며 맛보는 건  행운이다. 나는 한 달에 서너번 극장에 간다. 가서 골라가며 세기의 미녀 만난다. 마리린 몬로, 오도리 햅번, 비비안 리, 잉그릿드 버그만, 지나롤로부리지다 등이다. 그러나 전설적인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는 처음이다. 

 그레타 가르보는 약간 지성적인 여인이었던 모양이다. 우수(憂愁)를 머금은 미모와 어딘지 불행한 면모가 엿보이는 쓸쓸한 분위기 풍긴다고 한다. 1928년 연인인 감독 모리츠 스틸레르가 죽자 36세 때 연예계에서 은퇴, 뉴욕에서 고독한 은둔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 점도 멋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레타 가르보 관상 좀 보았다. 우선 눈섶이 특이하다. 면도로 싹 밀어버리고 가늘게 그린 것 같은데, 섹시한 느낌이 짙다. 얼굴은 가날프면서 입체적이다. 오도리 햇번, 잉그릿 버그만 같다. 펑퍼짐한 얼굴 아니다. 그런 얼굴은 대개 카메라 감독이 앵글을 목 아래서 오뚝한 콧날로 아래서 위로 올라가며 특징을 살린다. 배우도 그걸 알고 연기한다. 코가 뾰족해서 키스할 때 어떻게 해야 하냐고 게리쿠퍼에게 묻던 잉그릿 버그만, 목이 긴 오도리 햇번이 그랬다. 항상 카메라 앵글은 얼굴 밑에서 위로 올라간다.

 로버트 태일러도 볼만했다. 미남 배우가 한참 물이 올라 감동이다. 제비 중 왕제비다. 너무나 젊고 우아하다.

 

 

 

  영화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청년 귀족  아르망은 미모의 여성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는 동백꽃을 항상 몸에 지녀서 '춘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고급 매춘부 마르그리트 고티에 이다. 마르그리트는 극장에서 처음 아르망을 만났을때 큰 호감을 보이진 않았으나, 어느 날 밤 파티에서 가슴의 병이 도져 옆방에 쓰러진 마르그리트를 아르망이 간병 해주자 그 진심에 큰 감명 받는다. 참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한 마르그리트는 돈과 얄팍한 연애가 횡행하는 파리를 떠나 부디발이란 시골에 은둔해서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이 일을 알게 된 아르망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물러나 줄 것을 요구한다. 이때 마르그리트는 아르망의 아버지에게 나를 찾아와 헤어질 것을 종용했다는 걸 알면 부자간에 문제가 생긴다며, 자길 만난 것을 아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은 거짓으로 사랑이 식은 척 아르망을 떠난다. 아르망은 분노와 절망으로 중동으로 떠나지만, 몇 개월 뒤 돌아와 다시 두 사람이 만난다. 이때 슬품에 지친 마르그리트는 폐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난다. 

 

 1930년 대 사람들 다 이랬던 모양이다. 사랑 지상주의다. 구조가 우리 체류탄 영화 비슷하다. 이런 구조는 '워터루 부릿지', '테스', '사랑은 아름다워라', '길', '노텔담의 꼽추', '닥터지바고', '폭풍의 언덕' 등 서양 명작 어디서던 볼 수 있다. 아마 계산 더 빠른  요즘 젊은이들 취향엔 맞지않을 것 이다. 시대가 바꿘 걸 느껴볼만 했다. 과거가 우아하고 인간다웠다는 향수도 물씬 느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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