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흑인 올훼」

김현거사 2017. 9. 12. 09:30

「흑인 올훼

 

  모 영화관에서'흑인 올훼'가 영된다는 것 알고 너무나 반가웠다. 그 영화 음악 '카니발의 아침'은 달랑 캐비넷 하나 밖에 없던 신혼시절에 내가 가지고 다니던 도나스판에 수록되어있던 이다.

 하도 반가워 몇 시간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으나 음원 보호법이란 것 때문에 곡은 들을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첫구절 'I'll sing to the sun in the sky' 을 검색란에 쳐서 겨우 가사만 얻어냈다.

 

I'll sing to the sun in the sky, I'll sing 'till the sun rises high,

Carnival time is here, Magical time of year, And as the time draws near,

Dreams lift my heart!

 

  음악은 천상 영화관에 가서 듣는 수 밖에 없었다. 그때 그와 함께 극장에 가면 되겠다 싶은 한 친구가 생각났다. 그래 전화로 '어이 정사장! 자네가 전에 '흑인올훼' 노래 소개한 적 있지?' 했더니 뜻밖이다. '흑인 올훼'? 그건 모르.... 'Venezuela' 소개했지 한다. 내 착각이었다. Harry Belafonte가 노래한 베네주엘라를 그가 소개했다. 그것도 노래는 들을 수 없고, 가사만 있다.

 

I met her in Venezuela With a basket on her head.
And if she loved others she didn't say.
But I knew she do, to pass away.
Pass away the time in Venezuela.

 

 '노래 들으러 같이 갈 사람 없구나.' 약간 서글픈 마음으로 혼자 영화관 가서 '카니발의 아침' 감명 깊게 들었다.

 영화는 1959년 부라프랑스 이태리 합작 영화다. 깐느영화제 그랑쁘리, 골든글로브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무대는 리오데자네이로의 삼바 축제장이다. 첫장면부터 흑인들의 강열한 삼바 리듬. 민첩한 발놀림 시원하다. 거기 삼바와 재즈가 뒤섞인 보사노바가 탄생한 곳이다

 미친듯이 두드리는 탬버린, 휘파람 소리 내는 호르라기, 귀뚜라미 소리 내는 강철 막대기 난무하는 소릴 들으면서 잠시 남강 백사장을 연상했다. 거기 소싸움장에 등장하던 장고, 피리, 꽹과리 소리 같다. 그런 원시적인 음이 낮익다. 삼바축제장에 몰려가는 흥분한 어른 아이 모습 보면서 옛날을 떠올려 보았다. 그 흥분한 기분 나도 안다. 영남예술제 열린 밤, 한 여학생 이름이 적힌 유등을 들고 수많은 등이 흘러가는 캄캄한 강변을 헤맨 기억 떠오른다.

 

 영화 스토리는 바다가 보이는 리오데자네이로 한 달동네서 만난 두 연인 이야기다.  

 

 

 주인공 올훼는 카니발에 찾아온 유리디스를 만나고, 무질서축제의 밤에 유리디스는 죽는다. 올훼는 시체안치소를 찾아가 유리디스의 시신을 안고나왔으나, 올훼의 약혼녀 돌에 맞아 유리디스를 안은채 나란히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원작 그리스 신화는 이렇다.

 신화는 좀 긴 편이다. 한번만이라도 '죽어도 좋을 사랑'을 생각해본 사람만 읽어보기 바란다.

 

 오르페우스는 리라(lira)란 악기를 어찌나 잘 탔던지 인간뿐만 아니라 야수도 그의 곡을 들으면 유순해지고 수목이나 암석까지도 넋을 잃곤 했다. 어느 날 아내 에우리디케가 요정들과 거닐다가 양치기를 피하여 도망치다가 독사에 물려 죽고 말자, 오르페우스는 그 슬픔을 악기의 선율에 담아 신과 인간에게 아내를 살려달라고 호소한다.

 죽음의 신에게 부탁해볼려고 저승 문에 이르러 리라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너무도 아름다운 그 가락에 반한 저승의 뱃사공 카론과 케르베로스는 강을 건너 주었다. 오르페우스는 죽음의 신들 앞에서  연주하면서 애절하게 노래를 불렀다.

 

 '죽음의 신들이여, 우리들 생명 있는 자는 언젠가는 어차피 이곳으로 오게 마련입니다. 저는 여기 타르타로스의 비밀을 엿보기 위해서 온 것도 아니고, 여기 문지기와 힘을 겨루기 위해 온 것도 아닙니다. 단지 꽃다운 청춘에 독사에 물려 죽은 제 아내를 찾으러 온 것입니다. 저의 아내도 수명을 다한 후에는 당연히 당신들 땅으로 돌아 올 것입니다그러니 그때까지는 제발 그녀를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만약 거절하신다면 저는 홀로 돌아갈 수 없으니 저도 죽겠습니다

 

 그가 이런 노래 부르자, 망령들까지도 눈물을 흘렸다. 탄탈로스는 목이 마른데도 물을 마시려고 하지 않았고, 독수리도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찢기를 중지하였다. 시지포스도 바위 위에 앉아서 노래를 들었으며, 복수의 여신 양볼이 눈물에 젖은 것도 그 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결국 오르페우스는 에우뤼디케를 지상으로 데리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는데, 조건이 하나 붙었다. 그것은 지상에 도착하기까지는 절대로 그녀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둘은 어둡고 험한 길을 말 한마디 말도 없이 걸어 마침내 지상세계로 나가는 출구에 닫는 순간 오르페우스는 에우뤼디케가 아직도 따라오나 확인하기 위해서 뒤를 돌아보았고,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다시 하계로 끌려가고 말았

 

 아내를 잃고 미쳐 버린 오르페우스는 슬픈 음악을 연주하며 산과 들판을 헤매기 시작했는데,  트라키아의 처녀들은 그 노래에 감복하여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온갖 노력을 하였다. 그가 이에 응하지 않자 앙심을 품어 어느 날 디오니소스의 제전에 참가하여 정신을 잃은 그를 발견한 처녀들이 창을 던져 오르페우스는 죽고 말았. 

 

 처녀들은 그의 사지를 찢고 머리와 거문고를 헤브로스 강에다 던져 버렸다. 그것은 슬픈 노래를 연주하며 흘러갔고, 그의 머리가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머리를 건져 매장하고 신전을 세웠다. 이후 레스보스 섬 사람들은 시적인 소질을 지니게 되었고, 지금도 그곳 밤 꾀꼬리가 어느 곳 보다도 아름답게 운다고 한다. 그의 거문고는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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