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는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정점이자 위대한 사상가로 여겨진 인물이다. 1828년 아버지 니콜라이 톨스토이 백작과 어머니 볼콘스키 공작가의 상속녀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지인 야스나야 폴랴나는 어머니가 지참금으로 가져온 영지였다.
'안나 카레니나'는 안나와 젊은 장교 브론스키 백작과의 사랑과 가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톨스토이가 1873년 어느 날 신문 사회면에 보도된 한 고관부인의 자살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두 작품으로 러시아의 호메로스로 불리는 위치에 올랐으며, 오늘날까지도 문학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영화 첫대목은 톨스토이 '참회록'에 나오는 우화에서 시작된다.
초원에서 사나운 맹수의 습격을 받은 나그네는 맹수를 피하여 오래된 우물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우물 바닥에서 그를 단숨에 삼키려고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한 마리의 용을 보았다. 사나운 맹수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나그네는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용에게 먹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중간 틈바구니에 나 있는 야생 관목 가지에 매달려 간신히 목숨을 지탱하고 있으면서 그는 우물 아래와 위에서 자기를 기다리는 죽음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어디서 흰 쥐와 검은 쥐 두 마리가 나타나 그가 매달려 있는 관목 줄기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관목 줄기는 뚝 끊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는 주위를 돌아보다가 관목 앞에 꿀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혓바닥을 대고 핥기 시작했다. 톨스토이는 이 우화를 인용한 뒤 자신이 바로 이 나그네와 같다고 덧붙인 적 있다.
이 장면 끝에 자막 처리로 인간이 찾는 것이 '사랑'이라고 나오면서, 안나 카레니나의 파란만장한 사랑을 예고한다.
유부녀인 안나는 오빠 스테판 부부의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서 모스크바에 왔다가 역에서 젊은 귀족 장교 브론스키 백작과 만나 두 사람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남편 카레닌은 스므살 연상이지만 고급관료였고, 안나는 아들 세료샤를 낳아 페테르스브르크의 사교계 생활이 즐거움에 가득 찼었다. 안나는 지성(知性)과 교양이 풍부한 여성이다. 프랑스 미술이며 문학을 종횡으로 논했고, 화제가 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고, 외국의 신문이나 잡지에서 추천되고 있는 책도 빼놓지 않고 독파했다. 적어도 브론스키를 만나기 전까지 그랬었다. 그러나 모스코바에서 페테르스브르크로 따라온 브론스키와 사랑을 한 후에는 모든 것이 송두리째 뒤바뀌어 버렸다. 심지어 존경하던 남편도 볼품없이 보였다.
첫 눈에 반한다는 건 이런걸까. 안나와 부론스키의 관계는 급속히 깊어진다. 운명적 사랑이라 할까. 둘은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하지않았다. 남편 카레이닌은 그것을 알고도, 세간에 대한 체면 때문에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안나가 브론스키의 아이를 출산하면서 사경을 헤매자 관대한 태도로 안나를 용서한다. 연인 브론스키는 이 모습을 보고 권총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친 후, 건강을 회복한 안나를 데리고 외국으로 줄행랑 쳐버린다. 이탈리아에서, 그 다음 중앙아시아에 있는 브론스키의 영지에서 공공연한 정사를 펼친다.
여기까지가 불륜의 달콤한 장면들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 톨스토이는 방탕한 생활도 했지만, 이 작품 쓸 때 그는 엄격한 도덕주의자다. 완벽한 필치로 안나의 불행을 그려놓았다.
귀국한 안나는 브론스키와의 불륜 때문에 사교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브론스키의 영지에 머무르게 된다. 카레이닌은 이혼을 하면 아들 세료사를 만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안나는 외아들을 빼앗길 염려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간다. 안나는 사교계에서 냉대와 버림받는 신세가 된 데 반하여 브론스키는 남자이기에 오히려 여러 곳에 초대받는 신세가 된다. 모친은 아들에게 새로운 귀족 처녀를 만나도록 한다. 그걸 눈치챈 안나는 질투의 화신이 되고 브론스키와 자주 다툰다. 이것이 1860년대 러시아의 사회상의 한 단면이다. 결국 남녀간의 부도덕한 사랑은 여자만의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 마침내 절망한 안나는 5월의 어느 일요일 밤 안나는 브론스키 백작을 처음 만난 모스코바에서 페트르부르크로 가는 열차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다. 그때 마침 터키와의 전쟁(1867년)이 시작되어 브론스키는 의용군 부대를 이끌고 전선으로 향해 떠난다.
톨스토이는 안나를 자살시켜 놓고 일주일을 울었다고 한다. 아무리 작중 인물이지만 인도주의자인 톨스토이는 안나의 자살을 안타깝게 여겼던 것이다. 이 '안나 카레리나'는 톨스토이의 3대 장편소설 가운데서 문학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소설이며, 톨스토이즘을 형성시킨 작품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극찬한 이 '안나 카레리나'는 고관대작의 부인이 남편과 자식을 두고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져 간통을 저지른다는 지극히 통속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소설 제목에 여주인공 이름을 붙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D. H 로렌스의 '차타레이 부인'은 서양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3대 연애소설이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 속에 콘스탄틴 레빈이라는 안나와 아무런 관계 없는 남자를 등장시켜 톨스토이 자신의 자화상을 설정하였다. 브론스키와 안나의 구제받을 수 없는 불행한 사랑에 대비되는 레빈과 그의 아내 키치의 진실한 사랑을 그려놓아 소설 속 균형을 잡은 것이다. 영화 보면서 사족이라는 느낌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