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지막 본 파리'(The last time I saw Paris. 1954)
'내가 마지막 본 파리' 첫 장면은 소설가로 성공한 찰리(벤 존슨)가 2년 후 파리로 돌아와 단골 카페에 들러 버번위스키 한 잔을 비우는 데서 시작된다. 그는 벽에 걸려있는 그림 속의 헬렌(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모습을 바라보며 추억 속으로 들어간다.
2차 대전이 끝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는 환희에 들뜬 군중들 가득하다. 사람들은 해방의 감격에 겨워 옆 사람 아무나 붙들고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그때 종군기자 찰리는 거기서 어떤 미모의 아가씨 키스 세례를 받는데, 그 여인을 우연히 다른 곳에서 또 만난다. 찰리는 단골 카페 딩고에 갔다가, 카페 주인 모리스가 '저기 아가씨가 자네에게 눈길을 보내' 하는 말에 그쪽에 가서 군대 친구 끌로드와 마리앤(도나 리드)을 만난다. 마리앤은 찰리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가져 눈길을 보냈던 것이다. 헬렌은 찰리에게 술 생각나면 밤에 자기 아빠 파티에 가는 게 어떠냐고 권하고, 찰리는 거기서 마리앤의 동생 헬렌을 만난다. 이 헬렌이 아까 샹젤리제 광장에서 찰리에게 키스하고 군중 속으로 사라진 그 아가씨다.
'너 여기 어떻게 왔니?' 마리앤이 헬렌에게 묻자. '희소식을 알려 미안하다. 대학에서 퇴학당했단다' 마리앤의 부친이 대답한다. 마리앤은 파티 끝나고 찰리에게 '언제 다시 방문하겠냐'라고 묻고, 찰리는 '못 오면 전화를 하겠다'라고 한다. 그 후 원폭이 히로시마에 투하되어 일본이 항복한다. 이튿날은 2차 대전이 끝나 파리 시가지에 최초로 전깃불이 켜진 날이다. 찰리는 마리엔에게 만날 약속을 하려고 전화를 건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사람은 헬렌이다. 찰리가 헬렌에게 마리앤을 만날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자, 이튿날 개선문에 나온 건 헬렌이다. '실망했나요? 언니는 몸이 아프대요' 개선문 근처는 전쟁이 끝난 기쁨으로 들뜬 분위기다. 두 사람은 인파가 다 흩어질 때까지 벤치에 앉아있다. '늦었군요. 바래다 줄께' 찰리가 말하자, '당신과 있고 싶어요. 집에 가기 싫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즐기고 싶어요' 마리앤이 대답한다. 두 사람은 거기서 키스하고, 이튿날 찰리는 지프차에 술과 달걀 통조림을 싣고 헬렌의 집을 방문한다.
며칠 후 원폭이 히로시마에 투하되어 일본이 항복한다. 헬렌은 찰리를 만나자 '군복 벗은 모습이 멋지군요, 프랑스 신문에 취직하고 여기서 글을 쓰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찰리는 프랑스 통신사에 취직한다. 헬렌 부친은 '성대한 결혼식은 기대 못하지만 결혼 선물로 텍사스에 있는 4천 에이커의 못쓰는 유전을 주겠다'라며 반겨준다. 그러나 처음부터 찰리에게 눈길을 주다가 동생에게 빼앗긴 마리앤은 찰리의 군대 친구 클로드가 자기에게 청혼한 사실을 밝히고, 찰리가 축하 키스를 해주려고 닦아가자 얼굴을 돌려버린다.
헬렌과 결혼한 찰리는 낮에는 통신사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소설을 쓴다. 그러나 탈고한 소설은 출판사에 보내면 번번이 거절된다. '당신의 소설은 출판하기에 부적절함을 알려드립니다'. 찰리는 열심히 소설을 쓰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반면 헬렌은 자유분방하고 향락적인 기질이다. 밤낮 파티에 나가고, 두 사람 사이에 딸 비키가 태어나지만 생활을 바꾸지 않는다. 찰리는 작가의 꿈을 접고 자포자기해서 술과 스포츠카 경기로 날을 보낸다. 부부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헬렌은 찰리가 귀가하면 집에 없다. 딸 키티를 카페에 맡겨두고 아예 딩고 카페 직원처럼 행세한다. 그때 한 화가가 헬렌의 초상화를 그려 카페 벽에 걸어준다.
세월이 흘러가서 5년 된 어느 날이다. 그 해 연말 찰리의 동료는 연재소설에 당선되어 1만 5천 불 상금을 받는다. 옆에서 말없이 타이프만 치는 찰리에게 직장 동료가 경찰서로 가보라고 알려준다. 아내 헬렌이 만취하여 분수 속에 뛰어들었다가 잡혀간 것이다. 작가의 꿈은 암담하고, 찰리의 기자 박봉은 생활에 감당이 안된다. 그나마 직장은 폐업하여 문을 닫는다. 암담한 생활 속에 잠시 행운도 온다. 헬렌 부친이 결혼 선물로 찰리에게 준 텍사스 땅에서 석유가 나온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독이다. 헬렌은 자선사업에 참여하고 흥청망청 돈을 쓰며 사교계의 꽃이 되어 남자들과 만나던 중 아버지가 소개한 바람둥이 테니스 선수 폴과 사귄다. 찰리도 인터뷰 중에 만난 바람둥이 왕족 유부녀 존슨 부인과 사귄다. 어느 날 찰리는 카레이스를 끝내고 존슨 부인과 딩고 카페에 갔다가, 헬렌과 바람둥이 폴 카플과 마주친다. '집에 전화했더니 없더군' 찰리가 빈정거리자, '당연하죠. 여기 있는데.' 헬렌이 응수한다. '샴페인 마셨으니 잠자러 가겠군' 찰리가 빈정거리자, '벌써 잤어요' 헬렌이 응수하고, '폴! 옆에 분이 날 지루하게 해요. 방해 말고 꺼지라고 해요' 하고 말한다. 훙분한 찰리가 '날 건드리면 뭉개버릴 거야' 폴에게 닦아가 경고하자, 폴은 테니스 선수다. 재빠르게 찰리를 땅바닥에다 밀치고 얼굴에 샴페인을 뿌려버린다. 헬렌은 폴의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가고, 수치를 당한 찰리는 만취하여 집에 돌아와 문에 걸쇠를 걸고 술병을 손에 든 채 계단에 쓰러져 잠든다. 그 시각 헬렌은 폴에게 묻는다. '우리 관계를 찰리에게 어떻게 설명하죠? 나는 안 돌아갈 거예요.' 그러자 폴은 '멍청한 소리 말아요. 돌아가야 해요. 안 돌아가면 모든 걸 망쳐버려요. 모르겠어요?' 하고 말한다. '알아요. 외로울 때마다 만나는 그런 끔찍한 관계겠지요. ' 헬렌이 말하자, 폴은 '이제 와서 그런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랬어요' 하고 대답한다. 헬렌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지만, 문엔 걸쇠가 걸려있다. 찰리를 불렀으나 안에서 대답이 없다. 헬렌은 찰리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눈 덮힌 길을 걸어서 언니 집에 찾아가 쓰러진다. 헬렌은 급성 폐렴으로 입원하고, 죽기 전에 찰스에게 '비키를 부탁해요. 당신을 언제나 사랑했어요'란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헬렌 부친은 찰리에게 '오늘 마리앤이 법정에 가서 자넬 무능력한 아빠로 고발한다고!' 하고 알려주고, '맞는 말이에요.' 찰리가 장인에게 대답하자, '앞으로 어쩔 거지?' 묻고, 찰리는 '집(미국)으로 갈 겁니다' 하고 대답한다.
이렇게 미국으로 건너간 찰리가 다시 파리에 돌아와서 비키를 만나러 가니, 이제 장인은 휠체어를 타는 신세다. '자네 책은 읽었어. 훌륭했어. 맘에 들었어'하고 말해준다. 시가를 선물로 건네니, '의사가 좋아지면 피우래' 하고 거절한다. 비키는 아빠를 보자, '아빠와 살면 안 돼요? 왜 저랑 안 살아요. 싫으세요?' 묻고, 클로드는 찰리를 보고 '비키가 필요할 거야' 하고 찰리를 이해해준다. 그러나 마리앤은 차급다. 찰리가 '이제 단편소설 계약도 했고, 동생이 와서 가정부 일을 도와주기로 했어요. 키티가 오면 헬렌이 돌아오는 것과 같아요' 하고 말하지만, '잘 알고 있겠지만 도울 수 없어요. 헬렌이 찾아왔던 그 아침을 잊을 수 없어요. 비에 젖어 떨고 있었어요. 당신이 그 애를 쫓아냈어요.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하면서 이층으로 올라가버린다. 그때 클로드가 마리앤을 설득한다. '찰리는 용서 못할 죄를 저질렀어. 당신이 짝사랑한 걸 몰랐던 것이 죄지. 처음 만난 건 당신인데 헬렌과 결혼한 그것도 죄지. 소행이 괘심 했어. 죄를 지었으면 형벌을 받아야지. 그가 가장 사랑하는 걸 뺏아야지. 그렇지만 비키는 돌려줘. 그 대신 당신은 날 가져. 난 당신의 사랑만을 원해!'
그 다음 장면에서 모든 것아 극적으로 해결된다. 찰리 혼자 딩고 카페에서 헬렌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때 마리앤이 나타나 말한다. '찰리! 밖을 좀 봐요. 헬렌은 당신이 혼자 있는 걸 원치 않을 거예요' 찰리가 밖을 보니, 거기 어린 딸 비키와 클로드가 서있다. 영화 마지막 씬은 찰리가 비키의 손을 잡고 골목길을 걸어가고, 뒤에서 헬렌과 클로드 부부가 미소띈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다.
'내가 마지막 본 파리'는 '위대한 캣츠비' 등 재즈 시대 미국 로스트 제너레이션 대표 아이콘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다시 찾아온 바빌론'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1954년 개봉되었고, 리처드 브룩스가 감독을 맡았다. 이 영화 Original SoundTrack으로 사용된 주제가 'The last time I saw Paris'는 제롬 칸이 작곡하고, 해머스타인 2세가 작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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