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제4편 서문

술잔 들고 달빛을 마주하니/이태백

김현거사 2016. 5. 10. 08:03

 술잔 들고 달빛을 마주하니/이태백(李太白)

 

 동서고금 술을 마신 사람은 많지만, 이태백처럼 좋은 시를 남긴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달을 소재로 빈번히 시를 썼지만, 청련거사(靑蓮居士) 이태백 이 사람처럼 달과 관련된 주옥같은 시 남긴 사람 없다.

 이태백은 62세 때 채석강에서 뱃놀이 하면서 술에 취한 채, 물 속의 달을 붙들려고 하다가 빠져 죽었다고 한다. 여기서 천의무봉 그의 술과 달에 관한 시 몇 편 소개한다.

 흔히 이태백을 시선(詩仙), 두보를 시성(詩聖)이라 부른다.

이태백은 701년에 태어나 762년에 세상을 떠났다. 티베트 근처 이민족 출신이다. 어머니가 그를 낳을 때 태백성(금성)을 품었다고 태백이라고 이름 지었다.

 42세 때 당 현종의 부름을 받고 궁정에 불려가서 시를 지을 때, 궁정의 세력가이던 고역사(高力士)가 그의 신발을 벗겨주고, 양귀비가 벼루의 먹을 갈아주었다는 호방한 일화를 남겼다.

 

우인회숙(友人會宿)

 

천고의 시름을 씻어 버리고자, 연이어 백병의 술을 마시리로다.

아름다운 밤은 이야기로 지새기 알맞고, 밝은 달빛엔 잠들지 못하리라.
취하여 빈 산에 누웠으니, 천지가 곧 이불과 베개로다.

 

滌蕩千古愁   留連百壺飮
良宵宜且談   晧月未能寢
醉來卧空山   天地即衾枕

 

산중대작(山中對酌)

 

두 사람이 마주앉아 술을 마시니 산꽃이 피네.

한 잔 들게 한 잔 들게 또 한 잔 들게.

나는 취해 잠 자려 하니, 그대는 잠깐 갔다가,

내일 아침 생각이 있으면 거문고 안고 오시게. 

 

兩人對酌山花開

一盃一盃復一盃

我醉欲眠君且去

明朝有意抱琴來

 

월하독작(月下獨酌) 1
 


꽃 사이에 놓인 한 동이 술을 대작할 사람 없어 홀로 마시노라.
잔 들고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와 더불어 셋이 되었도다.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盃邀明月 對影成三人

 

달이야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거니와 그림자는 부질없이 내 몸짓 따를 뿐.
암커나 잠시 달과 그림자 벗하여 행락 모름지기 봄에 미치리라.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내가 노래하면 달은 머뭇거리고 내가 춤 추면 그림자는 어지러이 흔들리네.
깨어서는 이렇게 함께 즐거움 나누고 취한 후엔 각기 흩어져 분산되지만
무정과 맺은 인연 영원히 맺어, 아득한 은하 저편에서 만나고저.

 

我歌月排徊 我舞影凌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월하독작(月下獨酌) 2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하늘에 주성(酒星)이 있지 않았을 것이고,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땅에 응당 주천(酒泉)이 없었으리.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주천(酒泉); 공융(孔融)이 조조에게 보낸 '논주금서(論酒禁書, 술 마시지 말라는 글에 대한 변론)'에서 '하늘에는 주성의 빛이 드리워 있고, 땅에는 주천이라는 고을이 있다'고 했다. 주천의 물맛이 술과 같았다고 한다. 

 

천지가 이미 술을 사랑했거니, 술을 사랑해도 하늘에 부끄러울게 없노라.
내 듣기로 청주는 성인에 비할만하고, 거듭 말하거니와 탁주는 현인에 비겼도다.
성과 현을 이미 마셨거늘 하필 신선을 구하리오.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聖賢旣已飮 何必求神仙

 

 

석 잔은 대도로 통하고, 한 말 술은 자연과 합치돠는도다.
오직 술 가운데 멋을 얻었나니, 술 안 마시는 자에겐 이를 전하지 말라.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但得醉中趣 勿謂醒者傳

 

將進酒(장진주)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로부터 내려오고 내달은 물이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 권문세가의 늙은이가 아침에 푸르던 털이 저녂에 백설같은 백발이 되었음을 슬퍼함을.

인생은 득의했을 때 모름지기 기쁨을 즐길지니, 달밤에 술동이만 쓸쓸히 놓아두는 일 없도록 하라.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廻 

又不見 高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如雪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하늘은 나의 재주를 쓸모가 있어 만들었고, 돈이란 쓰고나면 다시 또 오느니라.

양을 삶고 소를 잡아 마음껒 즐길지니, 모름지기 한번 마심에  삼백 잔을 넘길 것이라.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烹羊宰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

 

친구인 잠부자와 단구생아! 술을 권하노니 잔을 멈추지 말게나.

그대에게 노래 한 곡 보내나니, 청컨대 나를 위해 귀 기우려 주게.

 

岑夫子 丹丘生. 將進酒 君莫停

與君歌一曲 請君爲我側耳聽  

 

멋진 음악과 맛있는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만 오래 취하고 깨어나기를 바라지 않노라.

옛부터 성현은 다 적막하였고, 오직 마시는 사람은 그 이름을 남겼네.

조조의 아들 진왕 식(植)은 낙양 평락관이란 데서 잔치할 때, 한 말 술에 만금을 뿌리며 즐겼다지 않던가. 

 

鍾鼎玉帛不足貴 但願長醉不願醒 

古來賢達皆寂莫 惟有飮者留其名

陳王昔日宴平樂 斗酒十千恣歡謔

 

주인인 내가 어찌 돈이 없다고 하겠는가? 즉시 술을 사가지고와 그대와 대작하리라.  

오색 말과 천금의 모피 처분해도 좋다. 아이야! 즉시 좋은 술과 바꾸어오라.

그대와 함께 마시면서 만고의 시름을 녹여보려 하노라.

 

主人何爲言少錢 且須沽酒對君酌

五花馬 千金裘. 呼兒將出換美酒

與爾同銷萬古愁

 

정야사(靜夜思)

 

침상 앞의 달빛을 보나니, 마치 땅에 내린 서리여라.

고개 들어 달빛 보다가,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