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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

김현거사 2016. 4. 10. 10:13

 

 

 봄꽃들

 

 봄비 오고 나면 겨울이 간다. 비가 촉촉히 땅을 적시면 수선화 새 촉 돋아난다. 수선화는 먼 어느 수도원의 수녀인가. 새벽 미사 다녀온 얼굴 청초하다.

 다음에 진달래꽃 핀다. 연분홍빛 그 모습 골 색씨 같다. 바위 틈에서 얼굴 붉히다가 두견새 울음에 꽃잎 떨구는 모습 수줍은 산골 색씨 같다.

 진달래꽃과 함께 온 동무가 개나리꽃 이다. 개나리는 노란 병아리같다. 유치원 아이 같다. 곁에 가면 삐약삐약 소리 들린다. 깔깔대는 아이들 웃음 들린다. 꽃이 황금종 모양이라 귀를 대면 황금의 종소리 들린다.

 매화는 얼음 속에 핀다. 어디서 청옥 홍옥 비취옥 만드는 그런 기술 배웠는지 모른다. 고궁박물관 취옥백채(翠玉白菜) 생각난다. 잎은 푸른 비취, 줄기는 흰 비취이다. 여치와 메뚜기 새긴 이 비취 배추를 일개 성(省)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향기가 없어 매화 보다 못하다.     

 지리산 산동마을 봄은 산수유 나무에서 온다. 바위와 돌담에 노란 산수유꽃 덮히고 봄은 그 위로 지나간다.

 산에는 생강나무 꽃이 핀다. 아무도 보지않아도 향기 강하다. 생강냄새 맡으며 스님들만 차로 마신다.

 봄을 흐드러지게 하는 것이 벚꽃이다. 벚꽃은 봄의 절정이다. 둑과 시내와 절간을 연분홍으로 덮어버린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잎은 선녀 옷자락 같고, 뜰에 휘날리는 낙화는 백설 같다. 꽃받침 녹색인 것은 걸스카웃 소녀같다. 붉은 것은 취한 소녀의 볼 같다. 둘다 향기롭고 부드럽다.

 봄 향연 끝났음을 고하는 것은 목련이다. 나무에 열린 연꽃이 목련이다. 어디서 님이 올까. 소녀처럼 담 넘어로 발돋음 하다가 뚝뚝 하얀 목련이 지면 봄은 간다. 

 그리고 초여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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