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 제 3편

도끼 도둑의 걸음걸이/ 열자

김현거사 2016. 2. 22. 11:03

 

  도끼 도둑의 걸음걸이/ 열자(列子)

 

  <열자>라는 책은 중국 고대의 사상과 우화가 무진장한 책이다. 열자의 본명은 열어구(列禦寇)라고 하지만, 실재했던 인물인지 가공 인물인지 량지차오(梁啓超)나 후스(胡適) 같은 학자도 결론 내리지 못했다.

실재 인물이 아니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열자가 노자의 제자의 제자이며, 장자의 선배로서, BC 400년 경에 정(鄭)나라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열자>의 내용은 '천서(天瑞)', '황제(黃帝)', '주목왕(周穆王)', '중니(仲尼)', '탕문(湯問)', '역명(力命)', '양주(楊朱)', '설부(說符)' 등 8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끼 도둑의 걸음걸이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그후 그는 이웃집 아들이 훔쳐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이웃집 아들이 걸음 걷는 모습만 보아도 도끼를 훔쳐간 도둑의 걸음걸이로 보였다. 그 얼굴을 보아도 도끼를 훔쳐간 도둑의 얼굴 같았다. 그가 말하는 모양을 보아도 도끼를 훔쳐간 도둑의 말투였다. 어떻든 그 이웃집 아들의 동작과 태도가 어느 하나라도 도끼를 훔쳐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얼마 안되어, 도끼를 잃어버린 사람이 산골짜기에서 뜻밖에도 그 잃어버린 도끼를 찾았다.

 이튿날 그 이웃집 아들의 동작과 태도는 암만 보아도 도둑질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설부편(說符篇)>

 *이를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라고 한다.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있지도 않은 귀신이 나오듯이 느껴진다.

 

 기우(杞憂)

 

 기(杞)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져 내리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한 사람이,
'여보게, 하늘이란 공기가 가득 쌓인 것이야. 하늘이 무너질 염려는 없다네.'

하고 타일렀다. 그러자, 그 남자는,
'공기가 쌓인 것이 하늘이라고? 그러면 해나 달, 별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고 물었다. 그래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자,

'그럼 땅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하고 물었다.

'땅이란 흙이 잔뜩 쌓인 것이야. 그것이 왜 무너지겠나?'

 그러자 남자는 걱정거리가 없어졌다고 몹시 기뻐했다.

 장려자(長廬子)라는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웃었다.
 '하늘과 땅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참으로 엉뚱한 일이지만, 절대로 안 무너질 것이라는 말도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다. 꼴을 갖춘 것은 모두 무너지는 자연의 현실로 미루어 보건대, 하늘과 땅 또한 반드시 무너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그 말을 듣고 열자가 말했다.
 '하늘과 땅이 무너질 것이라 말하는 것도 잘못이고, 무너질 리 없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무너질지 안 무너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살아서는 죽음을 알지 못하고, 죽어서는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에서는 미래를 모르고 미래에서는 과거를 모른다. 그러할진대 하늘과 땅이 무너지느냐 안 무너지느냐 그런 문제에 마음을 쓸 필요가 없다.' <천서편(天瑞篇)>

 

 우공이산(愚公移山)

  옛날 북산(北山)에 우공(愚公)이라는 노인이 산이 마주 보이는 곳에 살았다. 그의 집은 남쪽이 산으로 막혀 있어 나들이를 할 때 멀리 돌아가야 했다. 그래 어느 날, 우공은 가족을 모아 놓고 의논했다.
'우리가 힘을 모아 저 산을 한번 옮겨 보지 않겠느냐? 그러면 곧장 갈 수 있을 것인데?'

 그 말에 다들 찬성이었다. 이리하여 우공은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일을 시작했다. 돌을 깨고 흙을 파서 삼태기에 담아 발해 끝으로 옮겼는데, 워낙 멀어서 한 번 갔다 오는 데 반년이나 걸렸다.

 하곡(河曲)의 지수(智叟)가 웃으며 말렸다.
 '정말 어리석은 짓을 하는구먼.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몸으로 산모퉁이 하나 무너뜨리지 못할 것인데, 그 많은 흙과 돌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에 우공이 말했다.
 '자네는 정말 앞뒤가 꽉 막혔어. 내가 죽으면 아들이 있지 않은가. 아들은 다시 손자를 낳을 테고, 손자는 다시 아들을 낳을 것이 아닌가. 그 아들이 다시 아들을 낳고, 그 아들에게도 손자가 생길 것인즉, 자손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야. 그러나 산은 더 자라지 못할 터이니, 어찌 옮길 수 없단 말인가?'

 산신이 이 말을 듣고, 만일 우공이 작업을 계속하면 큰일이라 생각했다. 천제에게 보고하자, 천제는 그 말에 감동하고 말았다. 과아씨(夸蛾氏, 전설상의 巨人族)의 두 아들에게 지시하여, 두 산을 하나는 삭동(朔東)에, 하나는 옹남(雍南)에 내려놓게 했다. 산을 옮긴 것이다.

 이때부터 기주의 남쪽과 한수 이북에는 조그만 언덕조차 하나 없게 되었다. <탕문편(湯問篇)>

*마오쩌둥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주제로 논문을 썼다고 한다. 이 산의 실제 중국 동쪽에 있는 태행산(太行山)이다. 태행산은 하나의 산이 아니라 거대한 산맥이다. 하북성, 산서성, 산동성, 하남성에 걸쳐있고, 중국의 10대 협곡이다. 한겨울에도 도화꽃이 핀다는 도화곡(桃花谷)과 당나라 때 왕이 난을 피해 숨어 살았다는 왕상암(王相岩)이 있다.

 

 삼신산(三神山)

 

 발해의 동쪽, 몇 억만 리에 커다란 골짜기가 있다. 골짜기는 밑바닥 없는 골짜기로 한없이 깊어서 귀허(歸墟)라 부르는데, 천상계의 모든 물, 은하수 흐름도 전부 이 골짜기로 쏟아지는데, 수량은 조금도 늘거나 줄거나 하지 않았다.

 골짜기 속에 다섯 개 산이 있어서 대여(岱輿), 원교(員嶠), 방장(方丈), 영주(瀛洲), 봉래(蓬萊)라고 한다산의 주위는 3만리나 되고, 산과 산의 사이는 7만 리나 떨어져 있다.

 옥(玉)나무가 자라고 과실은 맛이 있으며, 그것을 먹으면 사람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거기 사는 자는 모두 선인(仙人)으로, 낮이건 밤이건 산에서 산으로 비행하며 왔다 갔다 하였다. 
 다섯 산은 뿌리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늘 물결 따라 솟아났다가 내려갔다가 하면서 떠돌아서, 잠시도 가만 있지 않았다. 선인들은 이를 천제에게 호소하자, 천제는 북극을 관장하는 신인 우강(彊)에게 명하여 커다란 거북 열 다섯 마리가 머리를 들어 그 산들을 머리 위에 실어 산이 한 장소에 멈추게 되었다. 
 그후 용백(龍伯)의 거인이, 이곳에 와서 낚싯줄 드리워서 여섯 마리의 거북을 낚아 꿰어서 전부 메고는 자기 나라로 가서 거북의 껍데기를 태워서 점을 쳤다. 이에 대여 원교 두 산은 북쪽 끝으로 흘러가  바다에 가라앉고 말았다. 이것을 안 천제는 화를 내어, 용백의 영토를 축소시켜 좁게 만들고, 또 용백의 백성들은 키를 줄여서 작게 만들었다.  <탕문편
(湯問篇)>

* 신화 같은 이야기지만 인간보다 뛰어난 성인, 성인보다 뛰어난 신령, 신령을 초월한 자연에 대해 논하면서 인간의 좁은 지식과 고착된 상식과 편향된 시각을 경계하였다. 
 

 싸움 닭 기르는 법 

 

 기성자(紀省)가 선왕(宣王)을 위하여 투계(鬪鷄)를 길렀다. 닭을 훈련한지 열흘이 지나자 임금이 물었다. 

'그만하면 싸움을 붙일 수 있겠는가?'

'아직 안됩니다. 그 놈이 지금 아무 실력이 없이 허세(虛勢)만 부리고 있습니다.' 

열흘 후에 임금이 또 물었다. 

'지금은 어떠하냐?'

'아직 안되옵니다. 그 놈이 지금 다른 닭 소리만 나면 따라 울고, 그림자만 보아도 거기를 향 합니다.' 

그 후에 임금이 또 물었다. 

'지금 쯤은 어떠하냐?'

'아직 안됩니다. 상대를 질투하고, 반드시 제가 이긴다고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 후에 임금이 또 물었다. 

'이젠 그만큼 훈련을 시켰으면 됐겠지?'

'네.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이젠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드는 닭이 있더라도 안색을 변치 않습니다. 바라보면 꼭 나무로 조각한 닭(木鷄) 같습니다. 덕기(德氣)가 아주 완전합니다. 다른 닭들이 감히 응전(應戰)을 못하고 도리어 달아나 버립니다.'  <황제편(黃帝篇)>                           

 

 호랑이 기르는 법

 주(周) 선왕(宣王)의 짐승을 기르는 사람 중 양앙(梁鴦)이란 사람이 있었다. 호랑이, 승냥이, 매, 독수리 같은 짐승도 부드럽게 순종하게 했다.
 왕이 모구원(毛丘園)에게 그것을 전수케 하려고 보냈더니, 그가 호랑이 기르는 법을 설명했다.

'순종하면 기뻐하고 거역하면 분노함이 혈기를 가진 동물의 성품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어찌 기쁨과 분노를 망령되이 표현하겠습니까? 거역하면 범할 뿐 입니다.

 호랑이를 먹임에 감히 산 동물을 주지 않음은 그가 짐승을 죽일 때 노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동물을 주지 않음은 그가 짐승을 찢을 때 노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배고프게 배부르게 하여 그 노한 마음을 관리 합니다. 호랑이는 사람과 다른 종류지만, 자기에게  잘해주면 순종하고 거역하면 죽입니다. 내가 어찌 감히 호랑이를 거역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겠습니까?

 내가 짐승의 마음을 거역하지 않으 조수(鳥獸)도 나를 동료 보듯 합니다. 그래 내 동산에서 놀면서 높은 숲과 광대한 못을 생각지 않습니다. 내 뜰에서 잠 자면서 깊은 산과 그윽한 골짜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치가 그러한 것 입니다.<황제편(黃帝篇)>  

 

 매미 잡는 법

 

 공자가 초나라에 갈 때, 숲 속의 한 꼽추가 매미 잡기를 땅에서 줍듯이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 공자가,

'그대는 방도가 있습니까?'

 물으니, 꼽추가,

'방도가 있지요. 매미 채 끝 공을 두 개 올려 떨어지지 않으면 매미를 놓침이 아주 적습니다. 공을 세 개 올려 떨어트리지 않으면 실수함이 열 번 중 한 번 입니다. 다섯 개 쌓아올려 떨어지지 않으면 매미를 그냥 땅에서 줍듯이 합니다.
 또 내가 조용히 서 있으면 마치 나무 그루터기 같고, 매미를 잡을 때는 마치 마른 나무 가지처럼 조용히 팔을 뻗습니다. 그때 나는 오직 매미 날개만을 집중 합니다. 오직 매미 날개만 집중하니 어찌 잡지 못하겠습니까?'
 이에 공자가 제자들을 보고 

'뜻을 씀에 오로지 하고 정신을 한 군데로 모았으니, 이 꼽추를 장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 했다.<황제편(黃帝篇)>

 

 잘난 여자


 양주(楊朱)가 송나라를 지나다 객사에 들렀다. 객사 주인에게 첩이  두 명인데 그 한 여자는 예쁘고, 한 여자는 못생겼다. 그런데 못생긴 여자는 귀한 대접을 받고 예쁜 여자는 천대받고 있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묻자, 일하는 사람이 대답하길,

 '아름다운 여자는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겨 그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못생긴 여자는 스스로 못생겼다고 여겨 그 추함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양자는,

'제자들아 이것을 기록하라. 현명함을 행하면서 스스로 현명하다고 자랑하지 않는다면, 어찌 귀한 대접을 받지 않겠는가?'<황제편(黃帝篇)>

 

  인재 알아보는 법

 

  진나라 목공이 좋은 말을 잘 감별하던 백락을 불러놓고 말했다.

 '그대가 지금까지 좋은 말을 잘 골라주어 고마웠는데 이제 그대의 나이도 많이 늙었으니, 후계자가 있어야 하겠소. 그대를 대신할 만한 사람이 있겠소?' 

 이에 백락이 말했다.

 '보통 좋은 말 같으면 그 생긴 모습이나 골격을 보고서 알아낼 수 있지만, 천하의 명마는 형체나 골격이나 털빛만 가지고는 쉽게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말은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알 듯 모를 듯 긴가민가하고, 또 너무 빨리 달아나서 남긴 발자국조차 볼 수가 없으니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제 아들 녀석은 보통 좋은 말은 알아볼 수가 있지만 천하의 명마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친구  '구방고'가 있는데, 그가 말에 대해서 저보다 훨씬 많이 압니다.'

 목공은 그 말을 듣고 그를 만나서 말을 구해오라고 했다.

 그는 석 달만에 돌아와서,

 '발견했습니다. 그 말은 사구라는 곳에 있는 암말인데 털빛은 누런빛입니다.'

하였다.  

 목공은 곧 사람을 보내어 말을 보고오게 했더니, 보고 온 사람이,

 '암말이 아니고 숫말인데, 털빛도 누런빛이 아니고 검은 빛 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래 백락을 불러,

 '이번 일은 실패했소. 그대의 말을 듣고 말을 구해오라고 보냈던 사람이 말의 털빛이 누런지 검은지 조차 구별할 줄 모르고, 또 암말인지 숫말인지도 모르니 그런 사람이 말의 좋고 나쁜지를 어찌 알겠소?'

 하였다. 이에 백락이 깊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그 사람이 그런 경지에까지 도달했던가. 이것이 바로 저 같은 사람은 천만 명을 갖다 놓아도 그를 능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구방고 같은 사람은 말의 형체와 골격과 털빛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말의 기상을 봅니다. 그는 말의 정기를 보았고 그 형체를 잊어버렸으며, 말의 내면을 보았고 외면은 잊었으며, 말의 살펴보아야 할 것은 보았고 보지 않아도 될 점은 보지 않았습니다. 구방고 같은 사람은 말의 상을 보는 것보다 더 귀중한 그 무엇을 본 것 입니다.'

 

 돈에 눈 어두우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옛날 제나라 사람 가운데 돈을 탐내는 사람이 있었다. 이른 새벽에 평상시와 같이 옷을 잘 차려입고 시장으로 갔다. 어느 금은방에 들어가서 금붙이를 훔쳐가지고 뺑소니를 쳤다. 관리가 그를 뒤따라가 끝내는 잡히고 말았다. 관리가 그에게 물었다.

 '대낮에 사람도 많이 있고 한데, 어떻게 남의 금붙이를 훔칠 생각을 했는가?'

 그 사람이 대답했다.

 '내가 금붙이를 훔칠 때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금붙이만 눈에 보였습니다.<설부편(說付篇)>

 *돈에 눈 어두우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확금자불견인(攫金者不見人)'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