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 제 3편

진시황을 감탄시킨 문장가/ 한비자

김현거사 2016. 2. 15. 12:30

 

 진시황을 감탄시킨 문장가/ 한비자(韓非子)

 

 진시황은 6국을 통합하려는 자신의 숙원을 위해 인재를 적극 모으고 있었다. 그는 한비자의 저술인 <고분(孤憤)>과 <오두(五蠹)>를 읽고는 깜짝 놀랐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틀림없이 기재일 것이며 자신의 통일대업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사(李斯)에게 감탄사를 연발하며 '이 사람을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소!'라고 했다.

 초나라 출신이던 이사(李斯)는 한비자와 순자(筍子)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그가 한비자를 소개했고, 진시황은 한비자를 얻기 위해 한나라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이사는 한비자가 말을 더듬었지만, 자신보다 재주가 뛰어난 것을 시기하여, 한비자가 한나라를 위해서 진나라를 배반할거라고 참언을 하여, 한비자는 옥에 갇히고 자살했는데, 나중 진시황이 후회하고 용서해주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한비자는 한나라 왕족 출신으로 노자의 무위자연과 순자의 성악설을 배우고, 법가(法家)의 학설을 대성시켰다.

 그의 <세난편(說難篇)>은, 말로써 남을 설득하는 화술(話術)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지적한 불후의 문장이다. 여기 그의 <고분(孤憤)>과 <오두(五蠹)> 두편과 함께 <세난편(說難篇)>을 소개한다.

 

 세난편(說難篇)

 

 상대가 명예나 지조를 동경하여 그것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인데, 막대한 이익을 들어 설득하려 하면, 그는 오히려 이쪽을 지조가 없는 사람이며 너절하고 비천한 사람이라 하여 멀리할 것이다. 상대가 막대한 이익을 동경하는 사람인데, 명예나 지조를 가지고 설득하려 하면, 그는 이쪽을 욕심이 적고 세상 일에 어두운 사람이라 하여 멀리 하려 할 것이다.

 또 설득하려는 상대가 속으로는 이익을 동경하면서 겉으로는 명예를 내세우는 경우에 그를 명예로써 설득하려 하면, 그는 겉으로는 이쪽을 받아드리지만 실제로는 그를 멀리 할 것이며, 그를 이익으로 설득하려 하면, 속으로는 이쪽을 받아드리면서 겉으로는 이쪽을 버릴 것이다.

 또 말이 상대방의 뜻에 어김없이 멋지게 줄줄 나오면, 이쪽을 겉만 번드레하고 실속이 없다고 생각하며, 말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하면, 곧 졸열하고 조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비유를 들어가며 말을 하면, 헛되이 필요없는 말을 한다고 여기고, 반대로 미묘한 뜻을 총괄적으로 요약하고 불필요한 말을 생략하면, 이쪽을 부족하고 약하다고 여기기 쉽다. 말을 빨리 노골적으로 하면서 친근하면, 불손하고 건방지다 하며, 말씨가 귀에 거슬리지 않고 나긋나긋 하면 아첨이 아닌가 의심한다.

 

 용이란 짐승은 잘 친해지기만 하면 올라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목 아래에 직경 한 자쯤 되는 꺼꾸로 박힌 역린(逆鱗)이 있어 만약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이고 만다. 임금 또한 역린이 있다. 유세하는 사람이 임금의 역린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송(宋)나라에 부자가 있었다. 비가 와서 담이 무너졌다. 그 아들이 말하기를 '담을 새로 쌓지 않으면 반드시 도둑이 들 것입니다.' 하였고, 이웃집 노인도 똑같은 말을 했다. 밤이 되자 과연 도둑이 들어 부자는 재물을 크게 잃었다. 그러자 부자는 자신의 아들은 매우 지혜롭다고 여겼지만 이웃집 노인은 의심했다.

 똑같은 말을 하고도 한 사람은 칭찬을 받고 한 사람은 의심을 받았다. 그러니 말은 무엇을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사용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위(衛)나라 임금의 총애를 받는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이 있었다. 왕의 총애를 믿고 허가를 받았노라고 거짓말을 하고 어머님의 병문안에 왕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나라에는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는 사람은 다리를 자르게 하는 형벌이 있었다. 그런데 뒤에 이 말을 들은 왕은 '효자로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에 다리가 잘리는 죄도 잊었도다'면서 칭찬을 했다. 한 번은 왕과 미자하가 놀던 과수원에서 미자하가 자기가 먹던 복숭아가 맛있는지라 먹다가 말고 남은 복숭아를 임금께 바치자, 왕은 '실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구나. 자기의 입맛을 잃고서 나에게 먹여 주는도다' 하면서 칭찬을 했다.

 그런데 미자하가 나이 들어 볼품이 없어지자 총애를 잃고 미움을 받게 되었다. 이때 왕은 '이 녀석은 거짓말을 해서 내 수레를 탔으며, 자기가 먹던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일도 있도다' 하면서 벌을 내렸다.

 본시 미자하의 행동은 변함이 없지만, 그런데도 전엔 어질다고 여겼던 것이 뒤에 가서 죄가 된 것은, 임금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 이다.

 

 고분편(孤憤篇)

 

 고분(孤憤)은 '고독한 분노'라는 뜻인데, 개혁가가 끝내는 좌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파하고.

'올바른 선비는 반드시 멀리 보고 밝게 살핀다. 밝게 살피지 않으면 사사로운 책략을 밝혀낼 수 없다. 올바른 선비는 반드시 강하고 굳세며 곧다. 굳세고 곧지 아니하면 간악한 이들을 바로잡을 수 없다.

 반면 권세가는 임금의 명령이 없어도 멋대로 일을 처리하고, 법을 어그러뜨리면서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며, 나라에 해를 끼치면서 자기 집안 일을 도모한다. 

 

 그런데 올바른 선비는 임용되면 권세가들의 음흉한 실태를 밝히려 하고, 간악한 행동을 바로 잡으려 한다. 이것이 선비와 권세가 양자가 병립할 수 없고 원수가 되는 까닭이다. 권세가가 선비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다.

 한편 권세가는 오래 동안 임금을 사귀어 왔으므로 임금과 싫어하는 일 좋아하는 일이 비슷하다. 임금의 비위를 잘 맞추어 임금에게 신임과 사랑을 못는 일이 드물다. 이웃 제후들은 그에게 기대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를 칭송하고, 관리와 백성들도 그에게 기대지 않으면 업적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그를 칭송한다. 학자들도 그에 기대지 않으면 봉록과 대우가 낮아지기 때문에 그를 선전하고, 임금의 측근도 마찬가지다. 그의 나쁜 일을 숨겨준다. 이 네가지 부류가 권세가를 옹호하는 자들 이다.

 반면 올바른 선비는 임금과의 친분도 없고 혜택도 없으면서 임금의 비뚤어지고 편벽한 마음을 바로 잡으려 하니, 이는 임금의 마음과 반대되는 것이다. 더구나 세력이 비천하고 지지하는 정치 패거리도 없고 외롭고 유별나기만 하다.

 따라서 임금과 먼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임금의 사랑을 받는 자들과 다투면 결코 이길 수 없다. 임금 뜻에 반대하는 선비가 임금 뜻에 맞장구치는 사람과 다투니 이기지 못한다. 새로 온 사람이 오래 사귄 사람과 다투니 이기지 못한다. 낮은 벼슬이 높은 벼슬과 다투니 이기지 못한다. 한 사람의 입으로 온 나라 사람들의 입과 다투니 이길 수 없다.

 올바른 선비는 이런 이치로 인해 몇 해가 지나도 임금을 한번도 만나지 못한다. 반면 권세가는 아침저녁으로 임금 앞에서 홀로 이야기를 나눈다. 군주가 이런 현명치 못한 자들과 선비를 논한다면, 이것은 현명치 못한 자와 더불어 현명한 자를 논하는 것이다. 그러니 올바른 선비가 나갈 길이 어디 있으며, 임금은 어느 때  깨달을  있겠는가?

 

 오두편(五蠹篇)

 

 '오두(蠹)'란 다섯 마리 해충이라는 뜻이다. 한비자는 나라를 좀먹는 다섯 마리 해충과 같은 부류의 인간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첫째는 학자이다. 학자는 서적을 쌓아놓고 변론을 일삼으며 제자를 모아놓고 학문을 닦고 논설을 편다. 선왕(先王)의 도와 인의(仁義)를 말하고, 용모와 의복을 꾸며서 변설을 그럴듯하게 하며 법을 의심하게 하고 임금의 마음을 흐리게 한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밭을 가는 사람이 있었다. 밭 가운데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풀숲에서 갑자기 한 마리의 토끼가 뛰어나오다가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농부가 이것을 보고 그 후부터 일도 하지 않으며 매일같이 그루터기 옆에 앉아서 토끼가 뛰어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 사이에 밭은 황폐해져 쑥대밭이 되고 말아 농부는 온 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 이 수주대토(守株待兎) 고사는 언제까지나 낡은 습관에 묶여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학자들을 비꼬고 있다. 학자 중에는 옛날 정치가 이상적이라 하여 낡은 제도로 돌아갈 것만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것을 오늘날에 적응시키려는 것은 그루터기 옆에서 토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둘째, 언담자(言談者)와 세객(說客) 이다. 거짓으로 외력을 빌어 사기(詐欺)치고  욕심 채우니, 사직에 이익이 않된다. 

셋째, 칼 든 대검자(帶劍者)로서 이른바 협객(俠客)인데, 그들은 늘 무리를 지어 조직을 만들어 이름을 휘날리고 국법을 범한다. 

넷째, 근어자(近御者)로서 임금의 측근(側近) 이다. 뇌물로 축재하며 권세가 청만 들어주며, 수고하는 사람들의 노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다섯째, 상공인(商工之民)이다. 이들은 사치품을 사 모았다가 때를 보아 폭리를 얻고, 농민이 애써 얻는 이익을 힘들이지 않고 뺏아간다. 

 이상 다섯 버러지를 인민이나 군주가 제거하지 못하고 바른 사람 길러내지 못하면, 파망지국(破亡之國)이 된다. 소멸 되어  없어질 조정이라 해도 괴이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