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대에서
서장대야 잘 있느냐 호국사도 그립구나
진주에 갈 때 마다 매번 여길 들렀지만
세월이 흘러갈수록 새삼 더욱 그립구나
누대에 올라가면 신안동 넓은 들판
청보리 곱게 필 때 대바구니 옆에 끼고
쑥 캐던 고향 아가씨 웃음소리 그립네
호국사 범종소리 아직도 여전한가
추석이면 달이 밝아 성곽이 대낮인데
웅장한 범종소리가 그 위로 울렸었지
가는 세월 한탄하랴 지는 꽃을 한탄하랴
벼랑의 복숭아꽃 어느 누가 심었던가
낙화만 애달프구나 강물을 수놓았네
애수의 소야곡을 어디서 불러보랴
발 아래 천수교를 혼자서 걸어보니
희미한 가로등불만 추억인양 외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