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정 글

쓸쓸한 계절

김현거사 2013. 5. 23. 19:15

 

  

  

  

   쓸쓸한 계절

 

 세월에 잊혀진 노래가 있다. 우연히 그 노래를 다시 들으면 반갑기도 하지만, 쓸쓸하기도 하다. 최근에 한 친구가 메일로 보낸 곡을 밤늦도록 들었다.<그린필드>를 들으면서 남강변 <당미>라는 작은 언덕을 생각했다. 그곳에는 햇볕이 키스하고 지나가는 푸른 언덕이 있었고(Once there were Greenfields kissed by the sun), 건너편에는 강물이 흘러가는 골짜기가 있었다.( once there were valleys where rivers used to run). 흰구름 둥실둥실 뜨있던 강 건너 사범학교에는 내가 좋아하던 여학생이 다녔다. 당시 이 노래 함께 합창하던 한 친구는 20대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한 친구는 고향에서 대학원장을 하다가 최근에 떠났다. 노래 가사엔 영원히 잊지말자는 'An everlasting love'라는 단어가 나오지만, 친구는 떠났고, 소녀는 사라졌다.

 

 

 혼자 남은 이젠 추억의 오솔길을 자주 헤맨다. 쓸쓸히 돌아가는 길, 사람보다 꽃을 친구한다. 인생사 복잡다단하던 것도 한 때, 이젠 추억을 친구한다. 요즘은 새벽에 작약을 바라본다. 꽃속의 황금빛 꽃술이 혼자 보기 아깝다. 같이 관상할 친구가 아쉽다. 아침에 봉오리가 열렸다가 저녁에 오무리고, 다음날도 그런다. 언제 저 작약꽃이 시들까 생각케 한다.  금방 떠나갈 친구를 대하는 느낌이다. 곧 무정한 바람 앞에 꽃잎은 뚝뚝 떨어질 것이다. 사랑의 끝은 쓸쓸함이다. 향기 짙을수록 더 쓸쓸하다. 다정도 병이라 한다. 사랑도 병이라 한다. 

 

 

 

 

 5월이라 장미가 볼만하다. 힘차게 피어오르는 소년 때 누구 모습 같기도 하다. 사랑하지 않으려해도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 없다. 그 부드럽고 찬란한 황금빛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러나 5월이 가면 장미도 시들 것이다. 때가 되면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순식간에 70년 세월이 지나갔다. 꽃을 바라보며 이별을 생각한다. 쓸쓸한 바람이 분다. 이제 같이 술잔 기울일 친구도 줄었다. 정을 나누며 같이 노래할 친구도 드물다. 음악도 쓸쓸하고, 꽃도 쓸쓸하다. .<그린필드> 가사처럼 누군가 다정히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이 쓸쓸한 종점에 이제 노래만 애달프다. 

 

비치


 

언젠가 햇살 밝게 비치는 초원이 있었어요
언젠가 강물이 흘렀던 계곡이 있었어요
언제가 흰 구름 높게 뜬 푸른 하늘이 있었어요
그들은 영원한 사랑의 일부이었지요
우리는 그 푸른 초원을 거닐었던 연인이었어요
 

초원은 지금 태양에 말라 사라졌어요
강물이 흐르던 계곡도 사라졌어요
나의 가슴에 몰아친 차가운 바람과 함께 사라졌어요
꿈을 버린 연인과 함께 사라졌어요

우리가 거닐었던 푸른 초원은 어디에 있나요 ?
 

무엇이 당신을 떠나게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
내가 알수 있는 것은 다만 내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이제 이 넓은 세상에 내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하지만 나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 거예요
방황을 계속하면 결코 당신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초원의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결코 행복해질 수는 없다는 걸,

당신이 알 때까지,

푸른 초원과 나에게  다시 한번 돌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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