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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전벽옥루상량문/한글 풀이

김현거사 2013. 2. 12. 08:57

청다 이유식 선배님 가계수필에 본인 댁에 허초희가 짓고, 명필 한석봉이 쓴 <광한전벽옥루상량문> 사본이 있다고 한다. 내 평소 진주에는 논개와 산홍이가 있고, 강릉에는 허초희와 신사임당이 있다고 생각던 터, 27세의 작고한 풍류 허초희의 수필을 검색해보았다.

<광한전벽옥루상량문>

 

보배로운 지붕이 하늘에 드리워지니         

구름위의 수레인 듯 빛과 모양의 경계를 넘었고

영원할 누각에 해가 비치나니

노을빛 기둥은 티끌 같은 세상에서 벗어나게 하는구려

비록 목수가 궁궐의 벽과 기와를 기억하여 재주껏

틀어 올려 지었다고는 하나

아름다운 광한전은 마치 푸른 신기루에 덮인 듯하여

청성장인의 휘장을 짓던 예술을 여기에 다하였고

벽해왕자가 금궤를 만드는 묘방을 다 베푼 것 같으니

이는 하늘이 지은 것이지 사람의 힘이 아니로다

이제 광한전 주인의 이름은 신선의 반열에 올라 상량문에 실렸으니

(이러한 누각을 기다린다함은)

태청궁에서 용을 타고 아침에 봉래산을 떠나 저녁이면 

방장산에 묵듯이         

학을 타고 삼신산을 떠나서 왼편에는 구릉을 떠안고

오른편에는 큰 물결이 이는 절벽을 지나

천년의 현포를 가려는 것과 같음이요

황정경을 잘못 읽어 인간 세상에 대해 꿈을 안았다는 이유로

하늘에서 쫒겨나 기약 없는 귀양살이를 하던 중에

적승과 인연을 맺긴 하였으나 곧 뉘우치고 돌아가기를 바랬으니 이것은

병속에 신령스런 영약인 달의 검은 모래를 담으려 하자

갑자기 달이 사라진 형국과 같음이라

하여

관청에노을이짙게 깔릴 때까지 기쁜 마음으로

부지런히 하루를 보낸 후에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다면 

난새가 생황을 불고 봉황이 피리를 부는것과 같은 

신령스런 즐거움을 갖겠으나

지금껏 즐겨하던 것과 같은 구태의연한 모임을 지속 한다면

청상이 휘장과 병풍 속에서 회한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과 같음이니

어찌하여 궁전을 비추는 태양의 은혜로운 빛을

손바닥으로 달을 가리는 벼슬아치들로 하여금 관장하게 하리오

백성들이 바라는 것은 관리들의 숭고함 일진데

발로 팔하를 밟고 다니며

명망으로 마을과 누각을 제압하여 가난한 살림을 찍어 낸다면

백성은 나무아래서 조차 편히 잠들 수가 없을 것이오

만일 

예상우의곡을 연주하여 난간 옆에서 구경하는

소박한 아이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한다면

영롱한 노을빛 노리개는 마치 신선의 옷자락인양

화관위의 진주는 별빛처럼 빛나리니 이것이 관인의 참 모습이 아니겠소 

 여러신선들의모임을생각하니오히려군자됨은

누각의  회합 때

일산이 있는 수레에 부인을 태워서 선비가 이끌고 온다면

백호를 타고 원나라의 사신으로 가는 모습일지니

이는 작은 실 한 올로 후일의 황금갑옷을 만드는 격이라오

또한 류안이 경전을 옮겨 전하기를

날렵한 두 마리의 용이 있는데

한 마리는 여자만 잡으러 하루를 소진하는데 비해 다른 한

마리는 바람처럼 팔도를 주유하며 산천을 호령하였다 하니 

이와 같음이 아니겠는가

밤이 지나면 상원님들은 흐트러진 머리를 세 개의 관으로 다듬고

낮에는 주인의 따님을 만나서 명주실(생각)과 북(붓)으로

아홉 무늬 비단(詩文)을 짠다면

요지의 남쪽에는 참 선비들의 모임이 우뚝 서리니 백옥루에 모인 동료들은

북두칠성(한겨레)으로 묶여 있을것이외다

또한

당나라의 우두머리는 지팡이를 짚고 멀리까지 다니며 경계를 세워

임금의 자리를 얻게 되었다고 3장에 나와 있으며

수나라의황제는화신과바둑 한 판으로

온 천하를 승부에  걸었다고 한 것처럼

고도로 잘 짜여진(구성) 붉은 누각(목표)이 없다면

어찌 붉은 절기의 아침(밝은 미래)이 오겠는가

이에

구해(九海)에 격문을 전하고 십주(十州)를 옮겨 놓은 다음

장인이 좋은 재목인 목성(오행)을 골라 누각에 가두었으니

기둥은 산을 견딜 듯 단단하며 색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여

땅에 뚫은 구멍에는 신령이 깃들도록

깊이 돌아보며 생각과 재주를 여기에 다하였으니

두루 단련된 대장장이가 쇠를 녹여 만드는 화로를 다룰 수

있듯이 거듭되는 지혜로 범주를 정하여 행하였으리라

또한

아침노을에 꼬리를 드리운 무지개는

은하의 강가에서 물을 마시고

머리를 치켜든 붉은 무지개는 여섯 마리의 큰 자라가

봉래섬을 이고 있는 듯하니

현판에는 북두칠성 두 번째 별이 안개 속에서도

 밝게 떠오를 등촉을 지펴 놓고

여기에 행랑(글귀)을 더하였으니 겉으로는 구름인양 하나

흐르는 별빛으로 비단을 짰음이라

기와는 물고기 비늘처럼 이어졌고

계단은 기러기 행렬과 같아서 붉은 기를 받들고 있는듯하고

안개가 짙게 끼었을 때 달빛이 비친다면

깃대를 세운 듯도 할 것이니

이제 난설헌이 설립한 삼진(三辰)의 누각은 오행의 법도에

맞추어 짰으므로 목에 틈새(문자)가 벌어져 

막혔던 숨이 통하는 형국이라(蘇)

그리하여 주옥같은 벼리(사물의 근본됨)를 문설주와

난간에 새기니  누각을 잘 보호해야 할 것이오

또한   

용마루에는 신선이 있는 듯 봉황의 기운을 불어넣어

누대를 가치롭게 하고

선녀가 창가에 앉으면 거울처럼 맑은 물에 비친 모습이

난새가 쌍을 이룬 것 같으니

어머니 방문 앞의 비취색 주렴인 듯

책상 뒤의 푸른 병풍인 듯 신비하건만

이러할진데

연못(난설헌의 누각)에 공맹(중화)이 검붉게 퍼져서

한 낮에도 상서로운 무지개가 자욱하니 

봉황(주인)은 본보기가 될 만한 연회를 베풀어

이 연회가 치하를 받도록 정성을 다 할 것이며

수백의 신령을 구하여 수천의 성현으로

널리 퍼져 이어 가도록 해야 할 것이오

나는 

얼룩기린이 꽃을 밟고 있는 북해에서

서왕모(도가사상)를 맞이 하였고

푸른 소가 누워있는 풀밭의 서관에서

노자(무위자연)를 영접하였으니

칠성 누각은(瑤軒) 막마다

비단무늬(이상)를 펼 수 있도록

처마를 낮추고 휘장은 노을빛으로 하여

왕벌에게 꿀을 바치기 위해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벌처럼

과일을 입에 문 안제가 부엌을 드나들며

구슬을 건네는 듯 소중하게 사용하여야 할 것이오

그러나

쌍성의 나전피리와 안향의 은쟁은 바르거나 굽은 소리들을

합쳐서 천지간에 고르게 할 것이나

완화의 노래와 비경의 가무가 울려 퍼진다면 이것이

신령스런 소리와 섞여 마음을 어지럽힐 것이며         

용머리 주전자에 든 술을 봉황 잔에 따르면서

학을 등에 업고(자아포기) 기린의 육포로 안주를 삼으니

대자리에 앉음새는 등불에 비쳐 아홉 갈래의 빛처럼 흔들리고

푸른 연근과 백도와 여덟 바다의 산해진미까지 소반에 담겼으니

홀로 탄식하는 것은 문설주에 군자의 글귀가 부족함이라

하여 신선들의 좋은 시를 올리려 하였으나

청평진사 이백은 고래 등에서 취한지 오래되었고

옥루에서 시를 짓던 장길 이하는 간교함이 지나치니

새로운 궁전에 새겨질 글은

산현경을 힘써 갈고 닦아 하늘의 문에 닿은 채진인이 적합하니

그는 티끌 같은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나 구천의 황제가

되었으나 도리에 어긋난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였던 신선이었다오

그리고

강랑은 재주가 다하여 오색찬란하던 그의 꿈은 시들었고

양객은 시를 서둘러 짓기에 주발 속에 겉도는 설익은 밥과 같으니

서서히 붉은 붓대(의지)를 잡은 다음 차분히

붉은 종이(다스림)를 펼친다면

샘에서 솟아나온 물이 강으로 도도히 흐르듯 거침이 없으리니

왕안석의 글을 빌릴 필요가 없을 것이오만

구절이 아름다우나 문장은 흐트러졌으니 아직은

재주와 행실이 뛰어남을 면치 못하였소

그러하기에 본인은 詩의 비단 주머니에서

신령스런 말들을 꺼내어 광한전에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쌍대들보에 걸어두고 거룩한 여섯 방위의 근본이 되게 하려하오

 

어영차! 동쪽으로 대들보 올리세 (봄)

새벽이면 신선은 봉황을 타고 궁전으로 돌아가

뽕나무 밑에서 해를 떠받히니 세상이 밝아지고

수만 가닥 햇살은 아득히 바다를 물들이는구나


어영차! 남쪽으로 대들보 올리세 (여름)

용이 편안히 연못에서 물을 마시듯

꽃그늘 지는 한낮에 졸다가 깨어나

아가씨를 불러 땀에 젖은 저고리를 맡기누나


어영차! 서쪽으로 대들보 올리세 (가을)

이슬처럼 소리 없이 꽃잎 떨어지면 난새는 울면서

비단에 글을 올리고는 머나 멀리 왕모를 맞으려

해지기전에 서둘러 학을 타고 돌아가리라


어영차! 북쪽으로 대들보 올리세 (겨울)

북극성이 담겨있는(칠성판) 망망한 바다에

붕새가 날개짓으로 바람을 일으키니

검은 비구름이 구천에 가득하구나


어영차! 위쪽으로 대들보 올리세 (귀천)

날이 저물 무렵 구름은 휘장을 둘렀는데

백옥상에서 단잠에 들었더니

북두칠성 자루가 도는 소리를 누워서 듣는구나



어영차! 아래쪽으로 대들보 올리세 (꿈)

팔해에서 헤매다보니 검은 구름인가 하였는데

아가씨가 추울 거라며 깨워서 일어나니

어느새 새벽서리가 원앙기와에 맺혔구려

 

 

엎드려 바라오니 이 대들보를 올린 후에

 

아름다운 꽃은 시들지 않고 고운 풀은 늘 푸를 것이며

햇빛도 피어올랐다 사라지듯

이 땅에서 난새(자아)를 다스림이 오히려 즐거움이니

부디 땅과 바다를 변하게 하는

폭풍까지도 다스리며 사시어

창가에 노을이 짙게 끼는 날에

돌아보면 그동안 의지하였던 세계가

바다에 떠있는 작은 집에 불과 하여

뽕나무 밭의 삼천년 세월이 그리 깊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니

손으로는 해와 밤과 별을 다스리듯 하고

몸으로는 바람과 이슬처럼 이 세상을 일깨우소서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명종 18)∼1589(선조 22).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본관은 양천(陽川). 본명은 초희(楚姬). 자는 경번(景樊), 호는 난설헌. 강릉출생. 엽(曄)의 딸이고, 봉(篈)의 동생이며 균(筠)의 누이이다.
일곱살에 '광한전벽옥루상량문"을 지을 정도로 그녀의 천재성은 중국에까지 알려졌다(양조평양록). 

당시 여자로서  딸들에게 글을 가르키거나 학문을 못하던 시절에 오빠 허봉은 동생 난설헌에게 당대 최고의 시인이었던 친구 이달에게 시를 배우도록 했다. 난설헌의 시 213수 가운데 속세를 떠나고 싶은 신선시가 128수나 될 만큼 신선사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허초희는 김성립과 결혼하였으나,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남편은 관직에 나갔으나 방탕했고, 그녀를 학대하기도 했다고 한다. 허난설헌은 젊은 나이에 강물에 몸을 던져 기구한 생을 마감했다. 1563년에 태어나 1589년에 세상을 떴으니 우리 나이로 치면 27살 꽃다운 나이에 피지 못한 꽃으로 지고 말았다.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구나.
부용꽃 스물 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그녀의 삶은 기구했다. 자식을 잃었고 남편이라는 사람과 사랑을 알지 못한채 시들어갔다. 

 

아이를 곡하다(哭子)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서럽고 서러워라 광릉고장에
두 무덤 나란히 앞에 있구나
백양나무 쓸쓸타 바람이 일고
도깨비불 소나무에 비추이누나
지전으로 너히들 혼을 부르고
무덤에 맹물 한잔 부어놓는다
너희들 남매의 가여운 혼이야
생전처럼 밤마다 정답게 노닐고 있으리
비록 뱃속에 아이가 있다 하지만
어찌 제대로 자랄 수 있으랴
하염없이 슬픈 노래를 부르면서
비통한 피눈물에 목이 멘다.

                   

아버지 초당 허엽은 서경덕의 문인이었고, 아들인 하곡 허봉과 악록 허성은 담양에 연고가 있는 미암 유희춘의 문인이고, 허균과 허난설헌은 서애 유성룡과 손곡 이달에게서 배웠다. 이렇게 아버지 허엽, 자식들(허엽, 허봉, 허균, 허난설헌, 허성) 5명은 허씨5문장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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