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관한 글

허균의 한정록

김현거사 2011. 4. 25. 10:50

작성자
작성일
2008-09-04 (20:01:10)
수정일
2008-09-06 (09:11:14)
글제목
허균의 한정록에서
사혜는 함부로 사람을 사귀지 않아서 잡스런 손님이 그 집 문을 드나들지 않았다.

가끔 혼자 술을 마시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방을 드나드는 것은 오직 맑은 바람뿐이요,

나와 대작하는 것은 다만 밝은 달이 있을 뿐이다".

-하씨어림-



반사정이 숭산의 소요곡에 살때 고종이 불러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사정이 대답하였다.

"신이 바라는 바는 무성한 소나무와 맑은 샘이 산중엣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하씨어림-

원풍 6년 10월 보름날에 밤에 막 옷을 벗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밝은 달빛이 방안에 비치어 벌떡 일어났으나,생각해보니 함께 노닐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드디어 승천사로 가서 장회민을 찾았더니,회민도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뜨락을거니는데,뜨락은 마치 호수와 같아서 물 속에 수초가 서로 엇갈려 있는 듯하였으니,

대개 그것은 대나무와 잣나무의 그림자가 달빛에 서로 엇갈려 있는 것이엇다.

어느 날 밤인들 달이 없으며 어느 곳인들 대나무와 잣나무가 없으련만,

다만 우리 두 사람처럼 한가로운 정취가 있는 사람이 드문 것뿐이다.

-소문총공집-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고,

시내는 흐르고 돌은 서 있고

꽃은 새를 맞아 웃고

골짜기는 초부의 노래에 메아리치니

온갖 자연 정경은 스스로 고요한데

사람의 마음은 스스로 소란하다.

-소창청기-

독서하기 좋은 때가 있다.

맑은 날 밤에 고요히 앉아 등불을 켜고 차를 달이면,

온 세상은 죽은 듯 고요하고 간간이 종소리 들려올 때

이러한 아름다운 정경 속에서 책을 대하여 피로를 잊고

이부자리를 걷고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이것이 첫째 즐거움이다.

비바람이 길을 막으면 문을 잠그고 방을 깨끗이 청소한다.

사람의 출입은 끊어지고 서책은 앞에 가득히 쌓였다.

흥에 따라 아무 책이나 뽑아든다.

시냇물 소리는 졸졸졸 들려오고

어차 밑 고드름에 벼루를 씼는다.

이러한 그윽한 고요가 둘째 즐거움이다.

또 낙엽이 진 나무숲에 세모는 저물고

싸락눈이 내리거나 눈이 깊게 쌓인다.

마른 나뭇가지를 바람이 흔들며 지나가면 겨울 새는 들녘에서 우짖는다.

방안에서 난로를 끼고 앉아 있으면 차 향기에 술이 익는다

시사를 모아 엮으면 좋은 친구를 대하는 것같다.

이러한 정경이 셋째 즐거움이다.

-소창청기-

어떤 선비가 밤이면 향을 피우고 하늘에 기도를 올리되 날이 갈수록 더욱 성의를 다하자, 어느 날 저녁
갑자기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상제(上帝)께서 너의 성의를 아시고 나로 하여금 네 소원을 물어오게 하였노라.”

선비가 대답하기를,

“제가 원하는 바는 아주 작은 것이요, 감히 지나치게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승에서
의식이나 조금 넉넉하여 산수 사이에 유유자적하다가 죽었으면 족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공중에서 크게 웃으면서,

“이는 하늘나라 신선의 낙인데, 어찌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만일 부귀를 구한다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헛된 말이 아니다.

내가 보건대, 세상에 가난한 자는 춥고 배고픔에 울부짖고, 부귀한 자는 명예와 이익에 분주하여 죽을 때까지
거기에 골몰한다. 생각해보면, 의식이 조금 넉넉하여 산수 사이에 유유자적하는 것은 참으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극락이건만 하늘이 매우 아끼는 바이기에 사람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금뢰자(金罍子)』






2008.09.04(22:25:36) 수정 삭제
합천에 와서 알게된 후배들이 불러주어서
남정강 바위틈에 사는 피리 투망 쳐서 잡아 튀겨 먹는데 끼였디가
소주 몇잔 걸치고 돌아오는 길에
밤벌레와 새 울음들리고
벌써 가을이 오는가  나무향기 무딘 코끝을 흔든다.아직 달은 뜨지 않고

2008.09.05(04:17:07) 수정 삭제
영성아 참 좋구나.
내가 느끼기로는 현재 진주는 너무 도시화 되어
합천이 60년대 우리 청춘시절의 진주처럼 청풍명월 읊으며 살기좋더라.

2008.09.05(09:39:39) 수정 삭제
좋은글 잘봤다.
이제 영성이는 합천사람이 다 되었나 보다.
어디에 있던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2008.09.05(09:57:46) 수정 삭제
산수사이에 유유자적 하는것은
참으로  인간이 누릴수 있는
극락 이건만 ....
가슴에 와닿는글 잘읽었소


2008.09.05(10:04:59) 수정 삭제
허균의 좋은글 소개하시니 많은 도움과
  고전의 색다른 진미를 맛있게 감상합니다.
`홍길동`의 작가 허균님의
폭넓은 생각을  대하다니```!!

2008.09.05(18:11:31) 수정 삭제
영성아~ 933동창명부(재경933 발행,2007년도 刊 )를 보고, 
전화 또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니,
연락이 닿지 않는구나,
합천에 거주하는 곳의 전화와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주면
고맙겠다 , 나의 집 번호:754-1383, HP:017-716-9033이고,
주소:진주금산 장사리 금산 아이파크 104-1201.  연락하여주길```

2008.09.06(09:23:08) 수정 삭제
태운이가 산수가 극락인 것을 제대로 아는구나.
나는 바위 있고 물이 흐르는 곳에 토굴 하나 파고
혜근이가 거기 살모 그 옆에 가서 살고 싶더라.

2008.09.07(19:22:59) 수정 삭제
이번에 그 토굴자리 찾는다고
지리산 다녀왔네요
위에 글같이 될려고 노력하는
창현이 마음이 가상하구나.

2008.09.08(20:45:11) 수정 삭제
자연을 벗삼아 살고 싶구나.
좋은글 잘 감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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