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산수화 화법과 수필 작법(5)

김현거사 2013. 1. 14. 10:50

   산수화 화법과 수필 작법(5) 

 

 개자원화보 13책을 통해서 화가가 그림 그리는 법과 작가가 글 쓰는 법이 매우 유사함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선인들이 글을 보고 평하는 말(書評言語)을 소개하고자 한다.

 청윤(淸潤)은 글에 풍기는 느낌이 맑고 깨끗하고 부드럽다는 뜻이다. 청아(淸雅)는 글이 맑고 우아한 느낌이 든다는 뜻이고, 청신(淸新)은 남의 것을 모방함이 없이 맑고 새롭다는 뜻이다. 조방(粗放)은 필법이 거칠고 대담하다는 뜻이요, 웅혼(雄渾)은 웅장하고 힘차다는 뜻이다. 우미직세(優美織細)는 아름답고 섬세하다는 뜻이요, 호고박학(好古博學)은 고전과 경전을 좋아하며, 배운 바가 두루 넓다는 뜻이다. 서예나 글을 보면서 느끼는 이 느낌은 수필가들이 타인의 수필을 읽을 때나, 자신이 수필을 쓸 때 염두에 두고 추구해야 할 것들이다. 서예나 글이나 반드시 청윤과 청아 청신함이 있고, 조방과 웅혼함이 있고, 우미직세와 호고박학이 있다. 여러가지 화풍과 필체가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가려 써야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세치(細緻)는 섬세하고 세밀한 것을 말하고, 세윤(細潤)은 섬세하고 윤기가 남을 말하고, 정세(精細)는 정교하고 섬세함을 말하고, 정묘(精妙)는 정밀하고 묘함이다. 근엄(謹嚴)은 엄숙하고 무게가 있는 것, 중후(重厚)는 무게가 있고 건실한 것을 말한다. 호방(豪放)은 대담하고 거칠음이요, 유려(流麗)는 유창하고 아름다운 것, 풍려(豐麗)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기풍이다. 그 밖에 간명(簡明), 명쾌(明快), 고아(高雅)함을 추구한다. 이 여러 화풍이나 필체는 반드시 수필에 은연중에 나타나야 한다. 수필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이 섬세하고 세밀한지, 섬세하고 윤기가 있는지, 정교하면서 섬세한지, 엄숙하고 무게가 있는지, 대담하고 거칠은지, 유창하고 아름다운지, 풍요롭고 아름다운 기풍이 있는지, 간결하면서 힘이 있는지, 명쾌한지, 고아한지를 찾아봐야 한다.  작가의 심중을 꽤뚫어 보고, 향미를 세밀히 음미해야 제대로 된 태도다.

 고금의 뛰어난 화가는 대개 가슴에 오악(五岳)을 담고, 작은 화폭 안에 능히 만리를 담은 산수화를 그린다. 대(竹)를 그릴 때는, 바람에 불리는 대, 맑은 날의 대, 비올 때의 대, 눈쌓인 대, 달에 비치는 대, 구름에 쌓인 대 등 각 풍정을 그리면서, 흉중에 간직한 세한에도 빛을 변하지않는 높은 절개를 표현한다. 뛰어난 화가의 운필은 재빨라서 마치 미쳐날뛰는 것(狂顚)과 같고, 손은 전광(電光)과 같이 빨라서 붓을 멈추어 어름어름하지 않고, 먹을 찍음에 진한 먹과 묽은 먹을 쓴다. 수필가는 어떤가. 단 한마듸 단어나 문장에도 반드시 기(氣)와 골(骨)이 있어 생기가 풍겨야 하고, 오랜 세월 풍설에 씻기고 닦이고 벗어진 시공을 초월한 운치가 있어야 하고, 작가의 학문과 인격과 시흥이 무르녹아 있어야 할 것이다. 사물을 표현함에 음양(陰陽)과 고하(高下)와 두껍고 엺은 데와 둥근 데와 뾰족한 데, 흙에 묻힌 데와 물에 잠긴 데를 분별하고, 대나무 하나를 표현해도 대나무의 뭇 자태와 그 속에 담긴 뜻이라 할 절조가 잘 나타나야 할 것이다. 운필이 재빨라서 마치 미쳐날뛰는 것(狂顚)과 같아야 하고, 손은 전광(電光)과 같이 빨라서 붓을 멈추어 어름어름하지 않고, 먹을 찍음에 진한 먹과 묽은 먹을 가려 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필세는 이처럼 미쳐날뛰는듯 빠르고 간결하면서 힘 있고, 강조점과 지나칠 곳의 농담을 잘 가려야 비로서 진정한 문장이라고 할 것이다. 개자원화보에는 북종화의 이사훈 곽희 마원 하규의 그림과, 남종화의 왕유 이성 범관의 그림와 여러 화풍이 소개되어 있다. 이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도 이인상, 강세황, 신위, 정선, 안견, 조속, 김정희, 안중식, 김은호, 허건 등이 작품을 남겼다. 이 산수화 작품과 이론을 수필의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번 격조 높은 수필 작법의 교재로 삼아봄도 바람직 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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