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매화가 부끄러워한 분이네. 五十年前梅花恥
<眞珠에게>
그대가 진주라면 내마음은 바다일가
깊고깊은 파도 속에 그윽히 묻었더니
어쩌다 오색영롱한 한 알 구슬 되었나.
진주에 어린 빛이 별빛일가 달빛일가
아롱아롱 은구슬 옥구슬로 환생하여
어쩌다 이내 마음 속 야광주가 되었나
<진주에 갈 때 마다>
진주 남강 모래밭에 피어나던 봄아지랑이였나
신안동 보리밭 위로 불어가던 봄바람이였나
생각하면 그 옛날 구슬치기 하던 그리운 동무들이
말띠고개 달빛처럼 아득히 가버린 첫사랑이
깊은 밤 홀로 우는 호국사 종소리처럼
나그네 텅 빈 가슴 속 아프게 울려오네
망진산 절벽 위에 곱게 피던 진달래였나
너우니 버들숲 밑에 헤엄치던 은어였나
생각하면 그 옛날 때기치기 하던 그리운 동무들이
돌아오지못할 세월 저쪽 교복 차림 그 소녀가
하얀 꽃 맑던 칠암동 탱자나무처럼
쓸쓸한 나그네 심사 아프게 찔러오네
<청나비>
검푸른 날개 달린 청나비처럼
오르락 내리락 살랑살랑 날아
훈풍 나부끼는 청보리밭 너머
도라지꽃 곱게 핀 돌담을 넘어
검푸른 날개 자유롭게 퍼득이며
까만 반점 키다리 나리꽃이 핀
소녀네 우물가에 앉을 수 없을까
찬란한 황금빛 아침 햇살에
세수한 수선화를 볼 수 없을까
밤마다 소녀네 탱자울 밖에서
한없이 세레나데 부르던 소년은
너울너울 자유롭게 담을 넘어가는
청나비가 항상 부러웠다.
<푸른 신호등>
버스는 젖은 유리창을 와이퍼로 닦아내며
당신 곁으로 달려갑니다.
라이트 불빛에 비치는 봄비는
평생 지워지지않는 기억들처럼 마구 쏟아집니다.
심야에 깜박이는 푸른 신호등이 빗 속의 당신 모습 같아
버스는 바리톤 쉰 목소리로 크락션 한번 울리고
부르르 몸을 떱니다.
<돌 장승>
달이 없으면 별 아래 서있으리
흰이슬 내리면 이슬 맞고 서있으리
누구를 기다리다 당신은 돌이 되었는가
풀벌레가 그에게 묻고있다.
<코스모스>
너는 떠나간 그 누구를 위해서
영원의 평행선 철로변에서 그 여윈 손을 흔들고 있는가.
너는 떠나간 그 누구를 위해서
가을 수채화같이 하얗고 붉은 손수건을
그렇게 흔들고 있는가
*기타
<당신이 그리웠다>
'당신이 그리웠다'는
가슴 설레는 전화를 받은 적 있다.
마음 떨리고 가슴 설레는 이 말을
먼저 전화 걸어 말 못한 것을 후회 한 적 있다.
눈물의 바다 죽음의 사막 걸어온 캐라반이
나였기에
<그 사람>
오래된 푸른 사파이어처럼
그는 아름다웠다.
달빛 속 경인미술관 뜰처럼
그는 비어 있었다.
백자항아리에 담긴 술처럼
그는 향기로웠다.
안국역에서 만나 인사동 순례하다
<귀천>에서 차 한잔 마시고 헤어진
그의 푸른 스카프가
깃발처럼 맘 속에 나부끼고 있다.
<별이 별한테 물어봅니다>
별을 볼려면 어둠이 필요하듯이
당신을 보는 데 어둠이 필요한가요
별을 보는데 공간이 필요하듯이
당신을 보는 데 은하가 필요한가요
옷깃 한번 스치는 것도 인연인데
어둠 속 멀리서 당신만 쳐다보다가
하나의 불덩이별 가스가 되어
수천광년 저 멀리 유성이 되어
흔적없이 소멸한 별이 있읍니다
그 별을 아십니까
별이 별한테 물어봅니다
<돌아보면 눈물겹지 않은 사랑 어디 있으랴>
돌아보면 눈물겹지 않은 사랑 어디 있으랴.
사람들은 그 모두가 언젠가 그 어딘가서
누군가의 가슴 속 향기로운 꽃이었을 것이다.
기억 속 장미이기도 하고
기억 속 수선화이기도 했을 것이다.
혹은 매화였고,혹은 난초였을 것이다
저마다 청초하고 향기로운 꽃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젊었거나 노인이거나를 막론하고
우리는 언젠가 어딘가서 누군가의 가슴 속에
사모의 불길을 점화한 꽃이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눈물겹지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멀리 밤하늘에 사라지는 유성처럼
우리 모두는 안타깝게 그리운 별이었을 것이다.
2011년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