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종소리

김현거사 2011. 11. 13. 08:07

2008-04-01 (05:01:38)
글제목
종소리
안개 속 들녂을 거닐며 산사의 종소리 듣고 전원에 살면 좀 좋을까?
종소리는 푸른 산 너머에서 날라와 숲이슬 머금은 붉은 진달래꽃 적시고,
흘러가는 냇물 적시고,바람에 살랑이며 구름을 적실 것이다.
종소리가 바로 경건한 법음(法音)이다.
중생이 그 소리를 듣고 고통 여의고 즐그움 얻으라고(聞此鐘聲 離苦得樂)
절에서 친다고 한다.지옥(地獄)에서 아귀도(餓鬼途)에서 축생도(畜生途)에서
고통받는 중생이 고를 여의고 낙을 얻으라고 친다고 한다.

나는 도심에서 새벽 다섯시에 종을 친다.여명 속의 소나무를 바라보며
명상도 하고,향 피워놓고 정좌하여 불교방송 예불 순서 따라 조용히 종을 친다.
30년 전에 조계사 앞에서 산 작은 종은 종신(鐘身)에 푸른 녹이 가득하지만
소리는 맑다.상서로운 구름 속에 두 손 합장한 비천상(飛天像)이 새겨져 있다.
종 앞에 관음죽 화분이 있다.그 대밭 속에 홍옥(紅玉)으로 조각한 포대화상이
죽장자 짚고 앉아있다.죽비로 내 무릅과 어깨를 두드려 먼저 나를 깨우고,
그 다음에 종을 치며 생사윤회 헤매는 중생 모두 이고득락(離苦得樂)하시라고
주변을 깨운다.

우리나라 범종 중에 가장 소리가 아름다운 종이 상원사 동종(銅鐘)과 경주 에밀레종이다.
상원사 동종은 소리가 맑고 은은하여 천상(天上)의 소리고,에밀레종은 스러질 때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애달픈 여음이 슬픈 전설까지 남겼다.‘에밀레에에에~에에~에에’
한없이 긴 그 여음을 숨 죽이고 끝까지 듣노라면 속세의 애환이 짙게 느껴진다.
과연 희대의 천재가 만든 신품(神品)이다.지금은 두 종 모두 박물관에 보관하여
녹음으로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집 종은 크기는 10쎈티 쯤 되는데,모양은 에밀레종처럼 생겼고,소리는 상원사
동종처럼 맑다.종소리는 혈관으로 들어가 속진을 씻어주고,영혼을 맑게 울려주는듯 하다.
영육(靈肉)이 종소리처럼 맑아지는 느낌이다.장미 뿌리를 깍아 만든 자루로 쳐서
그 소리가 장미꽃 닮았다는 생각도 해본다.한가닥 향불은 관음죽 대밭에 안개처럼
퍼져간다.향냄새를 코끝에 맡으며 나는 천천히 종을 울린다.
‘위 없이 깊고깊은 미묘한 이 불법은 백천만겁 오랜 시간 지나가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제대로 만나기 어려워라.’(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遇) 개경게(開徑偈)를 외고,
‘부처님과 조사님 가르침 앞에 지극한 마음으로 예를 올리는’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를
나직히 외운다.스님들 18번인 반야심경(般若心經)과 법성게(法性偈) 욀 때는,
‘법의 경계에 들어서면 늙고 죽는 것이 없고’(無老死),‘생사나 열반이 항상 조화를 이룬다’
(生死涅槃常共和)는 구절을 가슴에 새긴다.시비분별을 벗어나자는 것도 어려운 주문인데,
생사를 여일(如一)한 것으로 보자는 것은 엄청난 초극(超克)을 의미한다.
‘늙고 죽는 것조차도 인연법으로 자연법칙으로 본다’면 희노애락의 인간사는 끝난다.
정신을 번쩍나게 한다.

근래에 108번 엎드려 절함이 건강에 좋다고하여 108참회를 시작하였다.
제사보다 젯밥에 신경쓴 셈이다.나이 들면 먼저 척추에 이상이 온다.
매번 108번 허리 굽히고 엎드려 절하는 것이야말로 허리에 신통한 묘약이다.
시작해보니 서른번만 절해도 온몸이 따뜻해지고 백번 넘기면 심신이 그리 개운 할 수 없다.
108참회 내용도 맘에 든다.‘이 세상 사물을 옳고 그른 것으로 분별했던 것을 참회 합니다.
’참회의 가르침 중에서도 나는 이 대목을 주목한다.차별경계를 넘어서면 극락이다.
옳고 그른 것 분별하는 속세의 가치관까지 버릴려고 참회하며,매일 조금씩이나마
자신을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그런데 묘한 일이다.신선이 호랑이 거느린 산신도(山神圖)가 우리집에서 연출된다.
우리집 욕셔테리아가 내가 염불 외고 절하는 그 시간,작은 호랑이인양 얌전히 옆에 엎드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같이 경배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간혹 머루알처럼 맑은 눈으로
빤히 나를 지켜본다.108참회 끝나면,나는 호랑이 데리고 휜히 밝아오는 뜰을 거닌다.
신선이나 된 듯 마음이 그리 청량할 수 없다.(2008년 3월)

2008.03.31(16:13:40) 수정 삭제
거사의 行을 미물 곤충들까지 다 알아 보는 것인데
쌍수를 들어 칭찬한는데
감화를 주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지옥 중생들도 구제하고
나무아미타불 !

2008.03.31(16:19:59) 수정 삭제
종소리 잊은지 몇달되었는데 거사의 글 속에서 잊은걸 깨닫게 해주는구나
준비하는 이 에게 종소리도 들리는구나

2008.03.31(16:40:50) 수정 삭제
머루알 처럼 맑은 눈이라...

2008.03.31(18:33:16) 수정 삭제
'http://flvs.daum.net/flvPlayer.swf?pwidth=502&pheight=399&vid=3MyEDh5iRhc$'
종소리는 교회나 절이나 다 좋다
마음을 울리니까

2008.04.01(10:24:05) 수정 삭제
허공이 연을 만난  파장. 인연의 참뜻을 알리는 진리의 비춤.해석은 각자의 근기에 맞게

2008.04.01(17:26:11) 수정 삭제
사비 세계속에 극락정토를 그리며,
항상 맑은 눈,정갈한 마음으로
귀거래사의 極을 염웜하는 祈求는 
나무 관세음 보살~,
衆生의 輪回속
나무아미타불~ ```

2008.04.03(17:46:34) 수정 삭제
거사행... 소승이라면 이미 정토에 이르렀을텐데....
대중을 위하여 불국토를 보이고... 仙界를 설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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