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가을장미

김현거사 2011. 9. 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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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장미

 선풍기와 에어켠 찾다가 어느날 문득 홑이불 찾으면 가을이다. 아침 외출시 긴소매 찾으면 가을이다. 9월은 본격 단풍철 아니다. 그러나 가을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산책길의 개울 물소리 쓸쓸해지고, 풀섶의 풀벌레 소리 가슴에 닿는다. 9월은 여름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매정한 여인이다. 

 그 9월이 오면 꽃이 달라진다. 더 곱고 청초하고 애처러워 진다. 꽃이 이별을 말하고  돌아선 여인의 뒤태 같다. 시들어가는 봉선화는 지난 여름을 그립게 만든다. 이슬 맺힌 칸나는 가을을 더 애잔하게 한다. 어디서 9월의 노래가 들리는듯 하다. <9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가로수의 나뭇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이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 뿐 ...>

 9월은 사람을 외롭게 하는 달이다. 여름이 추억되는 달이다. 9월이 오면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피지만, 우리를 어딘가 철새처럼 먼 하늘가로 떠돌게하고, 가로수길 밟고 쓸쓸한 거리를  한없이 걷게 만드는 꽃은 따로 있다. 장미다. 청초하고 고운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마치 떠나간 여인 같다. 장미는 철 지난 쓸쓸함으로 우릴 가슴 아프게 한다. 장미는 아름다워 더욱 우릴 가슴 아프게 한다. 장미는 여름의 끝을 선언하는 매정한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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