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2050년을 위하여

김현거사 2011. 5. 29. 11:42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 2050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2위가 된다고 보도했다.그래 미국 월가에서는 앞으로 한국을 투자유망처로 꼽는다고 한다.이 소식 듣고나니 옛날 생각 간절하다.

 

 60년대 초반에 군에 입대해서 나는 창원훈련소에서 610 수송병과를 받았다.운전병이라면 다들 '니는 앞으로 죽었다고 복창해라'던 그 시절에 의무병과 나온 걸 일부러 기간병에게 부탁해서 수송으로 바꾼 것이다.당시는 자가용 차란 요즘 자가용 비행기처럼 꿈도 못꾸던 시절이다.그런데 병과를 바꾼 것은 혹시 나중에 사회에 나가 성공하면 자가용도 몰 수 있다는 확률 0프로의 미련한 낭만 속에 저질은 황당한 오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어떤가.건설현장의 노동자도 자가용 타고 현장 출근하고,집 청소 해주러 오는 가사도우미 아줌마도 자가용 타고 오는 경우를 보았다.도시는 자가용이 홍수로 흐른다.'세상에 이런 일이!' 꿈에도 생각 못하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복학하여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올라올 때는 어떠했는가.진주서 서울까지 기차로 12시간 걸렸고,좌석은 아예 없었다.삼랑진서 부산서 올라오는 통일호 갈아타고,통로에도 엉덩이 못부치면,아예 짐 싣는 선반 위에 올라가서 엎드려서 오기도 했다.표 살 돈이 없어 역무원을 피해 화장실 칸에 숨어오기도 했다.그런데 지금은 어떤가?개찰구에 아예 검표원이 서있지도 표를 검사하지도 않는다.인터넷으로 예약하고 타면 한참 가서야 검표원이 딱 한번 지나가면 그만이다.<도둑 기차>란 말 자체가 없어졌다.고속도로도 좋아져서 서울서 진주까지 천리길이 3시간 반이면 닿는다.이걸 누가 꿈에라도 기대했던가?

 

 현재 한국의 세계 1위 수출품목을 산업별로 보면 화학섬유제품 등 섬유류가 23개, 철강금속제품이 12개, 화공품 10개, 전기전자제품 6개 등이다.

 세계 1위의 첨단기술은 삼성중공업의 해저 1만미터서 원유를 뽑아올리는 극지용 드릴십.삼성전기의 전자제품 핵심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LG의 IPS LCD 패널,두산중공업의 해수 담수화 기술,두산중공업의 수소 산소를 결합해 물 전기를 만드는 용융탄산염 연료전지,현대모비스의 지능형 전조등,현대모비스의 에어백,삼성전자의 LED TV,현대로템의 헬리콥터 보다 빠른 시속 400킬로의 차세대 고속철,대한항공의 탄소강화섬유로 만든 항공기 복합 소재 등이 있다.

 

 이런 자료들을 보면 거리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을 누구를 막론하고 어깨라도 또닥거려주고 싶은 고마운 생각이 든다. 다들 멋져 보인다.우리 해방둥이 세대는 6,25를 겪고난 헐벗은 땅에서 초근목피로 피죽 한그릇 제대로 못먹고 살았지만,미국이 보내준 구호물자 가루우유를 먹고 컸지만,학교 졸업 후도 취업난에 목슴을 걸고 애태웠지만,취직 후에도 토요일 일요일 없이 하루 12시간 근무하며 일벌레로 살았지만,저들은 이제 그 부럽던 프랑스 영국 독일 선진국 젊은이들과 당당히 어깨를 맞대고 경쟁하고 활보하는 것이다.

나는 간혹 멍하니 젊은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 거짓 아니다.우리 젊은이들은 앞으로 40년 후면 각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그들은 사주팔자 좋게 타고난 것이다.모질고 험한 팔자는 우리 대에서 끝난 것이다.

 

 그래 간혹 나는 남이 안하는 젊은이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곤 한다.거리에서 앞에 노인이 오는 데도 불구하고 피해주지 않고 닥아오는 젊은이가 있으면 충돌 직전까지 닥아가서 반드시 그들이 어른에게 길을 사양하고 피해 가도록 가르키곤 한다.젊은 남녀가 손잡고 나란히 걸어오며 그럴 땐 그 가운데를 뜷고 통과해버린다.경제만 발전했다고 선진국이 아니다.교양있고 예의 바른 나라가 선진국인 것이다.아파트 공동 화단에 심어진 매실이나 감을 따가는 거지근성의 불쌍한 사람도 있다.반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한번 안아주고 싶도록 예쁘게 인사하는 엘레베타 안에서 만난 동네 꼬마들도 있다.의식이 풍족한 후에라야 예를 안다고 한다.동사무소 우체국 은행에 가보면 이젠 참으로 친절하다. 경제가 발전되면서 모든 것이 옛날 우리 선조들이 누렸던 미풍양속으로 돌아가는 느낌도 든다. 나그네가 지나가면 반드시 집으로 불러들여 밥 한끼 먹여 보냈던 것이 우리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풍습이었다. 그동안 어렵던 시절을 지내며 흙탕물처럼 흐렸던 물이 이젠 차츰 맑아지는 시간이 온 것 같다. 어버이 모시는 효의 사상도 금명간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은퇴한 노인들은 과거와 현재의 가운데에 서있다.너무 젊은이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 하고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된다. 너도 나도 앞장서서 뭔가 할 일이 있다.아름답던 과거 우리의 전통을 살리는 선생이 되어야 할 것이다.앞으로 닥아올 2050년의 영광된 조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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