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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에 젖지마소

김현거사 2020. 1. 12. 18:06

 감상에 젖지마소


 변두리 병원에 갔다가 어떤 가족을 만났다. 할아버지가 치질 수술을 한 모양이다. 꾀쩨쩨한 할머니, 아들, 며느리, 그리고 체구가 말만한 손녀도 따라왔다. 외견상으로 보아, 무슨 높은 관직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부티나는 노인도 아니다. 서민 같은데, 전 가족이 동원된 모습이 부럽다. 자식이 교수, 판사면 뭘하냐,  아무도 옆에 없는데. 내 나이 칠십 넘어 3년 뒤 팔십이다.

 병원 앞 네거리에 노점이 하나 있다. 감, 대추, 곶감, 약초 같은 걸 비닐로 가린 노점에 벌려놓았다. 지난 번 거기서 산 깍은 밤이 좋았다. 차거운 거리에 할멈 할배 둘이 나란히 앉아 서로 도와가며 밤 깍는 모습 보기 좋다. '저 사람들 좀 봐라.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림 같다.' 그러자 아내가 말한다. '감상에 젖지마소. 당신은 그게 병이라오.' 나는 그게 왜 병인지 모르겠다. 같은 과 나온 아내는 매사에  비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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