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잘 알려진 건설회사, B 건설 회장 부인 이야기다. 그녀는 청교도적인 종교관에 물두하고 있었다. 입는 옷도 낡은 걸 기워 입을 정도로 절약정신이 강했고, 주변에 기부금도 듬뿍듬뿍 뿌리곤 했다. 그러나 동창들은 돌아서서 킥킥 웃곤 한다고 한다. 아내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가 모임에 열심히 나오는 것부터 너무 티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R 건설 전무 부인 이야기도 재미있다. 남편이 은퇴하자, 그들은 논현동 요지에 다가구 주택을 지어 아들 딸과 함께 산다. 구리시 강변에 몇 천 평 땅도 있고, 여주에도 커다란 땅덩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부인은 옷을 한번도 사입은 적이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딸과 며느리가 신품 사와서 버리는 것이 아까워 줏어 입다가, 요즘은 아예 취미가 늘어, 동네 쓰레기통까지 뒤져서 남이 버린 옷까지 줏어와 입는다고 한다. 자원을 낭비하기 보다 이게 더 바람직한지 모른다. 여하튼 사람 웃긴다.
나도 이분과 어느 문학상 시상식 끝나고 만난 적 있다. 함께 식사 하면서 그 할매 실력 실감했다. 연단에 있던 축하분 백합꽃을 다발로 챙겨왔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축화분 꽃 손댈 줄 모른다. 거사는 신라호텔에서 회장 막내 결혼 시킬 때 한번 챙겼다. 계산을 비서실서 했는데, 그때 신라호텔 꽃이 하도 아까워 가져왔더니, 꽃이 일주일 가량 거실에 그윽한 향기를 풍겼다.
요즘 우리 동창들은 바둑, 당구, 족구, 등산 등 모임을 한다. 간혹 누가 식사를 점담하기도 한다. 다 은퇴했으니, 회비제로 하면 그만이지만, 고마운 친구다. 이때 돋보이는 친구가 있다. 한 끼 사고 끝까지 말 없이 겸손히 있는 친구다. 많아도 적어도 돈 아깝지 않은 사람 없다. 반대로 하는 친구는 거론 않겠다. 팔십 눈 앞에 두고, 사람 사는 이야기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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