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지 없는 여행/ 서문
칠십 고개 넘고보니 친구들이 하나 둘 기차에서 하차한다. 누구는 화장한다. 무덤에 묻힌다. 혹은 수목장 한다는 소리 들린다. 홀가분히 몸은 병원에 기증하고 가겠다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남의 자서전을 두 번 쓴 적 있다. 하나는 재벌이고, 하나는 동대문 시장 알부자였다. 그는 이북에서 내려온 3.8 따라지로, 담배장사, 밀주장사, 딸라장사, 양색씨장사 등 돈 되는 일 안해본 일 없는 인생이다. 전자는 한국에서 반도체 조립에 성공하여 그 분야 세계 최고라는 기록을 세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두 사람 공통점은 초딩 졸업 정도의 학력이다. 그들은 교양 없고 무식하다. 돈에 대한 욕심은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을 못할 정도다. 인정머리라곤 약에 쓸래야 찾을 수 없었다. 모종의 보답을 전제로 두 사람 자서전을 쓴 마당에 그 분들 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개인 재산 3조(兆)나 되는 재벌이 신문지에 끼여온 광고지를 네 토막으로 잘라 메모지로 쓰는 모습을 보고, 또 동대문 알부자가 자서전 집필하는 사람에게 천원짜리 커피를 대접이라고 하는 놀라운 경우를 접해보며 배운 점 많았다. 그들은 우리가 상상 못할 피눈물 나는 경험을 겪었다. 그들 정신은 보통 사람에게 교훈이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 그들의 인생을 글로 기록했다. 글로 쓰는 데는 내가 그들보다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인생이란 기차에서 하차할 시간이 점점 닥아오는 걸 느낀다. 출발도 그러했지만, 종착지도 알 수 없는 여행이었다. 힘 들었지만, 어떤 여행사 기획자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어떤 분이 기획한 아름답고 오묘한 여행이었다. 망팔(望八)에 그 여행길을 몇대목 음미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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