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상

'자네 결혼식처럼 스님 많이 온 건 처음 보았네.'

김현거사 2019. 7. 30. 12:00

' 자네 결혼식처럼 스님 많이 온 건 처음 보았네.' 


 촌놈이 서울 와서 처음 직장이라고 나간 곳이 장춘단 공원 옆이다. 동국대 교정 안에 있던 조계종 총무원 산하 불교신문이란 곳이다, 결혼식은 조계종 총무원 강당에서 치럿다. 부모님께는 '이제부터 자립할려고 하니, 아무 것도 신경쓰실 필요없다'고 선언했다. 우리 부부 둘 다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청춘이었다. 세상 무서운 줄 몰랐고, 돈 무서운 줄 몰랐다. 그래 철학과 동기끼리 결혼했다. 서양철학 전공한 색씨는 시재가 있어 <학원>에 자주 시를 실리다가 표지 모델도 했고, 동양철학 전공한 신랑은 친구 자살하자, 자기도 자살한다고 군대 들어가고, 섬으로 돌아다니다가 5년만에 마음 잡고 서울 올라와, 자기가 섹스피어의 함렛인양 세상 외면하고 심각하게 도서관에만 틀어박히는 바람에 엉뚱하게 대학 4년 전학년을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둘 다 돈 많고 권세 많은 소위 금수저 집안으로 혼처를 정할 수 있었지만, 철학한다고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그게 무슨 고고한 선택이라고 미련하게 철학과 동기와 결혼했다. 고스톱 하고많은 패 중에서 흑싸리 껍데기를 선택한 것과 같았다. 그 결과 고생 골짜기로 굴러떨어져 세상 인심이 얼마나 야박한지, 돈이 얼마나 귀중한지 허벅지게 맛보았다.  

 결혼을 조계종 총무원 강당 손수 청소하고 거기를 결혼식장으로 꾸몃으니, 예식장 비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혼수라고 캐비넷 하나 장마에 침수되었던 이문동 뚝방 동네 가장 싼 단칸방에다 놓고 신혼 살림 차렸으니, 도움 줄 곳 스스로 차단한 결과였다. 20만원인가 결혼 축의금이 그 집 마련 자금의 전부였다. 

 주례는 대학 은사이신 이상은 박사였다. 법주사로 신혼여행 다녀와서 인사를 가니, '내 평생 주례를 많이 서보았으나, 자네처럼 스님 많이 온 건 처음 보았네.' 하신다. 하기사 어느 결혼식장이 하객 반 이상이 빤짝빤짝 빛나는 백 촉 전구 비슷한 스님들이겠는가. 아마 총무원에 출근한 스님들이 강당에서 누가 결혼한다는 소릴 듣고, 신부 얼굴이나 한번 볼려고 우르르 몰려왔을 것이다. 아마 나 빼고 조계종 총무원 강당에서 결혼한 사람은 조계 역사상 전무후무할 것이고, 일개 중생 결혼식에 그처럼 많은 스님 출동한 일 역시 종단 생긴 이래 전무후무할 것이다. 이런 고승대덕의 엄호 아래 시작한 신혼은 가련한 중생으로서야 광영 아니랄 수 없다. 



 주례 이상은 박사는 북경대학 수석졸업한 분이다. 그 당시는 중공이 유교를 배척하는 바람에 이교수님이 세계 최고의 유교철학자다. 대만대는 박사 코스 시험 출제와 채점을 이은상 교수님에게 맡겼다. 그만치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런 동양권 최고의 대학자 주례로 결혼했으니, 영광이다.

 

 학교에 노장철학 담당했던 또 한 분 교수가 계셨는데, 김경탁 교수다. 철학과 30명 중 요즘 말썽 많은 도올을 비롯해서 29명이 서양철학 지망생이고 나 혼자 동양철학이었다. 두 분이 마치 내 과외선생처럼 번갈아가며 개인 지도 펼치셨다. 김경탁 교수는 수강과목 전부 A 학점 주셨고, 제자가 4학년 되자 1학년 중국어 시험지 채점을 맡기셨다. 그런데 인생 참 오묘하다. 그냥 대학원 진학하면 순풍에 돛 달 것인데,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 나는 딴전 부리고, 반대로 교수님이 날 잡아놓으려고 눈치를 보셨다. 나는 교수 직업보다 사회의 목탁인 기자가 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래 동아 조선에 응시하여 보기좋게 낙방 한 후, 그제서야 내 전공 가까운 불교신문에 입사한 것이다. 거긴 진짜 목탁 있는 곳이다.

 불교신문 시험장엔 동국대 불교학과 출신들이 20여명 왔었다. 그러나 동대 총장 비서였다가 불교신문에 오신 송재운 편집국장, 운허스님 밑에서 역경원 역경부장으로 일한 박경훈 주간 입맛에는 고대 출신이 땡기던 모양이다. 동대 출신은 몽땅 떨어트리고, 타대 출신 2명만 뽑았다. 나와 고대 심리학과 출신 고예환이 홍일점 여기자로 들어간 것이다. 


남의 집 안방에 타 대학 출신이 딸  낭이 이 ㅂ수가 학생을 잡으려고 될 일은 여 족보 있는 분들이 집중적으로 가르킨 덕분에 불교신문에 응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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