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기생 김창현거사의 '집'을 소재로 한 글을 감명 있게 잘 읽었다. 집을 통한 일생의 정리를 한 눈에 보여주는 듯 하다. 몇 년간 서울 야간대학에 적을 두고 동가숙서가식 하던 처지에서 남산에 올라 그 많은 집 중에서 마음을 놓고 쉴 곳이 없던 자신의 신세와 막막함을 탄식하며 언젠가 서울의 집 한채를 가져볼 것인가 뜬구름을 보며 생각한 적이 있다. 집 한 채를 가진다는 것은 일가를 이룬다는 것으로, 그 방면의 일가견을 지닌 전문인을 뜻하기도 한다. 이제 김창현 거사가 수필가가 되었으니 또 하니의 귀중한 집을 갖게 된 것을 축하한다. 나는 김창현거사가 재벌의 비서실장을 지낸 터라, 호기를 부리며 남자다운 삶을 호방하게 누리며 지냈다고 생각해왔으나, 이 글을 읽고는 무척 고생하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나 역시 고교1학년 때 아버지의 별세로 소년 가장의 처지가 되어 앞길이 막히는 처참한 곤경을 겪었기에 또한 서울 생활의 고통과 쓴맛을 보았기에 더욱 이 글에 공감이 간다. 김창현 거사는 타고난 건강과 투지가 큰 자산이고, 아름다운 정신과 멋과 풍류를 지닌 남자 중의 남자이니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쓰리라 생각한다. 처녀 수필집을 받고 경황없이 사느라고 서평도 한 줄 못 보내드렸음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고향 분들 앞에서나마 간단히 심경을 밝히고 언젠가 한 번 만나서 수필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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