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자이안트(Giant)

김현거사 2019. 2. 6. 11:13

자이안트(Giant)




 아내에게 '자이안트를 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두어번 본 거 같다'는 대답이다. '왜 두번씩이나 보았느냐'고 하니, '미남 배우 록 허드슨과 에리자베스 태일러 나와서 그랬다'고 한다. 당시는 그래서 모두 이 영화 보았다. 

 최근에 와서 이 영화가 택사스 찬미하기 위해서 작심하고 만든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제목부터 그렇다. Giant는 거인 의미한다. 주인공 이름도 그렇다. BiG 베네딕트란 이름도 BiG이 들어있다. 배우도 1미터 90센티 키다리 록 허드슨을 썼다. 그래서 155센티 에리자베스 태일러와 키가 40센티 차이 난다. 경쾌한 휘파람으로 시작되는 주제곡 'This, Then, Is Texas'도 '잠에서 깨어난 거인이 팔을 벌리는 것 같다'는 구절 들어있다. 모두가 큰 거 타령이다. 땅 한 평에 백만원 천만원 하는 좁은 나라에 사는 내가 미 서부에 가서 관광버스가 체리밭 옆을 한 시간 넘게 달리는 바람에 그 넓은 과수원에 기 죽었던 일 생각난다. 


 텍사스는 자이언트다. 영화 첫장면부터 인상 깊다. 빅이 자가용 기차 타고 종마 사러 버지니아의 린튼가 방문하는 데서 시작한다. 자가용 기차란게 뭔가? 설정부터 거창하다. 종마 가격은 1만 딸라, 요즘 시세로 환산하면 1억 정도 금액이다. 거기서 린튼가의 딸 레슬리를 만나 첫눈에 반하여 결혼하고 텍사스로 돌아온다. 




 레슬리는 빅의 텍사스 목장 크기가 얼마인지 묻는다. 빅은 60만 에이커라고 대답한다. 계산 해보니 1에이커 1200평. 7억2천만 평이다. 지리산이 1억 2천만 평이다. 그 여섯 배 쯤 되니 전라남도 땅덩이 만 하다고 생각된다. 저택은 자가용 기차가 서는 역에서 다시 자동차로 50마일 더 가야 한다.

 집에 도착하자 성격이 좀 삐딱한 일꾼 제트 링크(제임스 딘 분)가 나타난다. 그는 전에 빅이 해고했는데, 빅의 누나 러즈가 다시 고용한 사람이다. 제트링크는 레슬리의 미모를 보고 짝사랑에 빠진다. 가난한 자기 처지와 빅의 부유한 처지를 비교한다.

 


 레슬리는 집안 일을 다스리던 빅의 누나 러즈에게 자기는 손님이 아니라 안주인이라고 선언한다. 러즈는 기분이 상해 레슬리의 종마를 거칠게 다루다 낙마하여 죽는다. 이때 제트 링크에게 얼마간의 땅을 상속으로 남긴다. 제트는 얼마 후 그 땅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자 돈벼락 맞은 재벌 되어 거들먹 거린다. 

 여기서부터 빅과 제트 두 사람 인생은 역전된다. 빅은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들에게 문제가 생긴다. 망아지를 사주니, 아이는 울면서 타기를 겁낸다. 텍사스에선 그건 수치스런 일이다. 성장하자 의대에 진학하여 의사가 되겠다고 한다. 빅은 목장 넘길 후계자가 끊겨 고민한다. 아들은 멕시코계 유색인종과 결혼해버린다. 다행히 딸과 사위는 목장을 좋아하나, 빅의 방대한 목장은 구식이라며  싫다고 한다. 2차 대전이 일어나고, 전쟁에 나간 목장 제일 일꾼의 유해만 돌아온다.

 목장에서 말 키우는 시대는 가고 석유 시대가 온 것이다. 빅은 늦게사 석유 채굴에 뛰어든다. 제트는 공항과 호텔을 짓고, 상원의원과 도지사 초청하여 행사를 벌린다. 상원의원은 축사에서 제트를 칭송하고, 제트는 거만하게 술에 취한채 비틀거린다. 자가용 비행기 타고 행사에 참석한 빅 가족 중에 며느리는 미장원 갔다가 유색인종이라고 수모 당한다. 빅의 아들이 흥분하여 항의하다가 제트에게 구타 당하고, 빅과 제트는 결투 벌인다. 한편 개업식 행사의 여왕으로 뽑힌 빅의 둘째 딸 래즈(캐롤 베이커)은 제트를 좋아하는데, 만취한 제트가 자기 어머니 레슬리를 사랑한단 독백을 뇌까리자 단념한다. 집으로 돌아오던 빅의 가족은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가, 유색인종 차별하는 식당 주인과 주먹다짐 벌이다 빅이 땅바닥에 뻗어버린다.

 몇년 후다. 늙은 베네딕트 부부는 과거를 회상하며 깊은 감회에 젖는다. 이때 레슬리는 빅에게 '당신 멋있는 남자야' 라고 한다. 빅은 그동안 잘 된 일 없었다. 아들과 딸은 부친과 대립하고, 제트의 행사에 가서는 며느리가 유색인종이라고 수모 당하고, 식당에선 펀치를 맞고 완전 뻗었다. 그러나 고난 중에서 빅은 텍사스 사람처럼 산 것이다. 레슬리는 살아오면서 그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영화 결론은 간단하다. 텍사스 사람을 칭송한 것이다. 혼자 생각해보았다. 텍사스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남자답고 스케일 크다. 성깔도 있다. 경상도 사람과 비슷하다. 





* 이 영화는 실제 인물인 석유왕 글렌 매카시(Glenn McCarthy)의 삶을 여류 에드너 퍼버(Edna Ferber)가 쓴 소설이 원작이다. 제임스 딘(제트 역)은 당시 99%의 촬영 마치고 촬영 마감 2주전(1955년 9월 30일)에 포르세 승용차로 질주하다가 교통사고로 운명했다.


* 화면의 삼각 표시를 누르면 영화의 메인테마 <This,then,is Texas>,그리고 두개의 다른 테마곡 <The Eyes of Texas>,<Yellow   Rose of Texas>가 흘러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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