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리 길 1

고향 가는 길

김현거사 2018. 4. 14. 08:53

 

  

   고향 가는 길

 

  떠나있어도 고향은 누구나 마음 속에 살아있다. 나는 최근 고향 신문에 고향의 산, 강, 달, 시냇물, 미인을 수필로 쓴 적 있다. 이제 고향 가는 길을 더듬어 보자.

 고향 가는 차에서 맨 처음 보는 풍경은 안성이다. 거긴 끝없이 넓은 들판이 있고, 흘러가는 실개천이 있다. 그 걸 보면 노고지리 우짖던 신안동 들판, 벚꽃 아름다운 당미언덕 눈 앞에 떠오른다.

 대전 지나면 잠두마을이 나온다. 거긴 금강이 산태극 수태극으로 굽이치는 마을, 봄에 복숭아꽃 곱고, 여름엔 나지막히 엎드린 다리에서 피래미 낚는다. 뒤벼리 풍경 비슷하다. 뒤벼리 작은 낚시배엔 항시 고기 잡는 노인이 있었다. 절벽 밑 오솔길엔 오래된 기와집 있고 복숭아꽃 붉었다. 약수암도 생각난다. 망경산에서 뻗은 절벽 밑 남강은 너무 푸르고, 백사장은 너무 깨끗했다. 

  인삼랜드에서 잠시 쉬고 육십령 터널 지나면 고향 다 왔구나 하는 생각 든다. 거기가 지리산 줄기인지 덕유산 줄기인지 모르겠다. 멀리 알프스 산록처럼 웅장한 산줄기가 보인다. 아침엔 안개가 서기 어린 능선을 휘감고있다. 저런 풍경 보고 살아야 웅혼한 기상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 풍경은 볼 때마다 사나이 가슴에 불을 지른다. 

 준수한 봉오리나 부드러운 능선 모두 즐거움 대상이다. 나는 바위의 기상을 살피고, 능선의 광활함을 살피고, 강변 명소를 살핀다. 모든 풍경이 굳이 마원(馬遠)이나 황공망(黃公望)의 산수화일 필요 없다. 산을 화폭인양 울긋불긋 물들인 산벚꽃, 그윽한 오솔길이 바로 산수화 원본이다. 

 생초 지나면 지리산이 옆에 보인다. 지리산의 특징은 웅장한데 있다. 골은 한없이 깊고, 바위는 한없이 크고, 물은 한없이 맑고, 능선은 한없이 부드럽고, 구름은 한없이 희다. 지리산은 수많은 계곡을 품고있다. 중산리, 대원사, 백무동, 뱀사골, 피아골, 화엄사, 칠선계곡이 그것이고, 계곡 마다 절이 있다. 대원사, 내원사, 쌍계사, 칠불사, 화엄사, 천은사가 그것이다.

 나는 이 신령한 무릉도원 아래서 성장한 것이 늘 자랑이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 먹고 자란 내 혈관엔 그 피가 흐른다. 지리산의 장점은 순후한 인심이다. 중산리는 곶감철에 가면 홍시는 얼마던지 따먹어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생감으로만 곶감 만든다. 원지는 추어탕 시켰는데 노릇노릇한 갈치구이 두 토막 나온다. 이건 서울서 맛볼려면 세종대왕 초상화 한 장 꺼내야 한다.

 나는 타향 살면서 늘 지리산 약초처럼 영험해야지, 경호강 강물처럼 맑아야지 하며 살았다. 덕산 정자 기둥에 써붙인 시가 있다. '천석들이 종을 보라.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마치 두류산과 같다. 하늘이 울어도 함부로 울지 않는다.' 늘 남명선생의 선비정신 생각했다. 

 차가 산청 지나면 문득 남강 상류란 팻말 보인다. 진양호가 어딧나 찾노라면 원지 나오고, 차는 금방 시내로 진입한다. 서부로타리 지나면, 문디 고향 사투리 반갑고, 곧 장대동 터미날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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