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리 길 1

진주 음식

김현거사 2018. 4. 12. 17:37

 우리가 여행을 갈 때는 가는 곳 음식을 챙긴다. 부산하면 자갈치 회요, 언양하면 불고기다. 안동 하면 헛제사 밥이요, 통영이라면 멍게비빔밥과 여객석 터미날 김밥이다. 진주는 무엇인가.  누구는 천황식당 비빔밥이라고 하고, 누구는 하연옥 냉면이라 한다. 누구는 헛제사밥이라 하고, 누구는 촉석루 앞 장어골목을 말한다. 



 요즘은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다 보니, 각 지역은 그 지역의 독특한 브랜드를 내세우고 홍보한다. 특히 지방자치제 영향이 크다. 행정책임자가 임명제가 아니고, 그 지역 선거에서 뽑다보니, 선심성  ㅅ주교통이 조

    

 

  진주 냉면 먹고와서

 

  태조 이성계는 '조정인재(朝廷人才) 반재영남(半在嶺南), 영남인재(嶺南人才) 반재진주(半在晉州)'라고 했다. 이런 내고향을 항상 서울 출신 아내에게 자랑 해오던 차였다. 그래 어느 날 큰맘 먹고 아내와 진주로 갔다.   

 양반은 그 집 음식 보면 안다. 우선 냉면집부터 찾아갔다. 진주는 맛고장이다. 지리산과 남해 바다에 신선한 재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냉면과 육회비빔밥이 유명하다. 진주냉면의 특징은 교방요리란 점에 있다. 교방요리란 기생집 요리를 말한다. 진주 기생은 평양기생과 함께 조정의 큰 잔치에 초대되던 전국 제일 기생으로 시서화는 물론 가무 기예에 통달한 예술가다. 그래 천리 멀다않고 한양 풍류객이 찾아왔다. '잡으시오 잡으시오. 이 술 한 잔 잡으시오. 불노초로 술을 빚고 신선이 사는 연못 복숭아로 안주 삼아 만수무강 하십시오'. 권주가다. 그때 연주한 악기는 8 종류가 있다. 쇠(金)로 만든 것은 '편종', '요', '탁‘, '정', '순', '방향', '향발', '동발'이 있고, 나무(木)로 만든 것은 '부', '축', '어'가 있다. 돌(石)로 만든 것은  '경'(12매)이 있고, 실(絲)로 만든 것은  '금', '슬', '현금', '가야금', '월금', '해금', '비파', '대쟁'이 있다. 대(竹)로 만든 것은 '소', '약', '관', '적', '지', '당적', '퉁소', '대금', '중금', '소금', '당필률', '태평소'가 있고, 바가지(匏)로 만든 것은 '생', '우', '화'가 있다. 흙(土)으로 만든 것은 '훈', '상', '부', '토고'가 있고, 가죽(革)으로 만든 것은 '진고', '뇌도', '응고', '대고', '소고', '교방고', '장고', '세요고' 가 있다. 술잔은 이런 고풍스런 분위기에서 돌아갔고, 냉면은 그 풍류객들이 기생들과 놀다가 이슥한 밤에 야참으로 잡숫던 별미다. 입맛 까다로운 한량이 별미로 먹던 야참과 서민들 식사 대용이던 평양냉면 함흥냉면은 출발이 다르다. 

  그런 전통으로 진주는 일제시대까지 기생조합이 있었고, 기생은 품계가 있어 품계에 따라 일급 기생 불러 주연을 열라치면, 인력거를 보내서 데려오고 인력거로 모시어 보냈고, 보수는 일반인 수 십 배 였다고 한다. 진주 냉면 집도 두어군데 남았다. 

 고향 떠난지 50년 이다. 이현동 <하연각>이란 집에 가보니 상 차림 기품 있다. 묵직한 놋그릇 맘에 들고, 멸치와 바지락, 홍합, 해삼, 전복 등 짭조름한 해산물로 맛 낸 육수가 깊이 있다. 우리나라 냉면 양대산맥 중 평양은 돼지고기 편육을 내지만, 진주는 좀 다르다. 소고기육전 기름기 적은 우둔살로 만드는데 계란 입히고 기름에 부쳐낸 것이 쫄깃하고 고소하다.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KBS TV에서 진주냉면 취재를 나왔다가 나에게 카메라 들이대길래, 아내 앞에서 한번 걸찍하게 진주 냉면 역사를 풀었다. 

 진주 비빔밥도 유명하다. 중앙시장 천황식당은 박정희 대통령이 진주 올 때마다 들린 곳이다. 부드러운 나물에 올린 참기름 친 소고기 육회 부드럽고, 선지 들어간 소고기 무우국 시원하다. 식사 후 반드시 청해서 먹어보지 않으면 후회할 음식이 있으니 석쇠 불고기다. 

 이튿날 진주성에 올라가니, 성곽의 총구 사이로 보이는 물안개 핀 아침 남강이 운치있다. 촉석루의 촉석(矗石)이란 무엇인가. 돌이 삐죽삐죽 솟은 모양을 말한다. 강 건너 대숲도 푸르다. 프랑스 여행한 사람이 쎄느강이 한강 보다 초라하더라는 말 들은 적 있다. 라인강의 고성이 논개의 충절이 전해내려오는 진주성과 비교되겠는가. 의암(義岩)을 둘러본 후 서장대 가는 길 너무 아름답다. '고향의 푸른 언덕'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잘 조성된 푸른 잔디 덮힌 언덕, 고목을 금실로 수놓은 아침 햇살이 가슴 사무치게 아름답다. 이런 데를 산책하는 사람들 한 없이 부럽다. 무얼하러 이곳을 떠났던가. 나는 무지개를 찾아 떠난 소년이었던가.   

  아침 식사는 오교장 집에서 했는데, 부인의 음식솜씨 놀랍다. 진주 중앙시장은 '중 상투와 처녀 불알 빼곤 다 있다는 곳'이다. 제철인 죽순요리 뽈래기 구이가 천하별미다. 식사 후 진양호 가는 길에 인사동 골동품 거리 지나갔다. 돌절구 맷돌 불상 돌탑 등 석물들 많다. 습지원에 들르니 거기 물버들 드리운 강물에 놓여진 꼬부라진 화강암 징검다리, 그 아래 핀 창포와 붓꽃들이 그림이다. 수련 밑엔 오리가 헤엄치고 다닌다. 강 건너 푸른 산빛 절벽을 가리웠고, 하얀 해오라비 한가로이 물가를 거닌다. '진주가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미쳐 몰랐어요.' 아내가 감탄한다. '여기 와서 저기 절벽 아래 낚싯배 하나 띄우고 한번 살아봅시다.' 나도 맞장구 쳐줬다.

 청보리 핀 습지원 산책길에 뽕나무 있다. 오디 몇 개 따먹으니 소년 때로 돌아간다. 진양호 올라가는 산길은 벚꽃이 화사하다. 밑에 노란 인동초, 하얀 자스민꽃 보인다. 진주가 이리 꽃이 아름다운 고장이던가? 오교장 아파트 울타리에도 자스민꽃이 향기로웠다. 전망대에 올라가 커피 시키고 바라보는 호수 시원하다. 하늘은 흰구름 품었고, 물결은 굴곡진 섬 품었다. 연초록 신록은 바람에 싱그럽다.

  섬에 산책길이 보인다. 가로등도 보인다. 밤 물결에 비친 불빛이 낭만적일 것 같다.  '다시 한번 그 얼굴을 보고 싶구나. 몸부림 치며울며 떠난 사람아'. 속으로 남인수 '추억의 소야곡' 한구절을 불러보았다. 

 (2013년 6월)여수는 갯장어 샤브샤브요, 해남은 떡갈비요, 강진은 한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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