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텃밭에서 얻은 시(10-13)

김현거사 2017. 10. 13. 06:13

텃밭에서 얻은 시(10)

 

연꽃 

 

비우고 비운다고 다 비워지던가요

씻고 또 씻는다고 다 씻어지던가요

마음을 다스린다고 다스려지던가요

 

쌓이고 덮힌 것이 진흙탕이 이런가요

얽히고 설킨 것이 칡넝쿨이 이런가요

마음을 다스린다고 다스려지던가요

 

연꽃이 피는 철에 연못에 나가보니

處染常淨 그 모습이 그대로 피안이라

가섭의 拈華微笑가 저절로 떠오르네

 

 

 텃밭에서 얻은 시(11)

 

구절초

 

 

전생에 너는 고운 비구니 였었던가

이끼 낀 바위 틈의 두어송이 구절초

청초한 하얀 꽃잎에 이슬이 맺혔구나

 

현생의 백팔번뇌 화엄에선 꽃이라서

구절초 꽃잎 속은 번뇌조차 향이런가 

천상의 그 향기 앞에 두 손 모아 봅니다

 

텃밭에서 얻은 시(12)

 

약초

 

텃밭에 지천으로 널린 것이 약초로다

흰민들레 잎과 뿌리 염증 치료 탁월하고

심지어 질경이조차 만성위염 고쳐준다

 

 

녹용을 부러마라 갈용(葛茸)을 아시는가

칡순을 한방에선 갈용이라 부르면서

녹용을 대신하나니 양기에 으뜸이다

 

도라지 심어놓고 인삼을 부러하랴

뿌리의 사포닌은 도라지도 마찬가지

밭 가득 도라지 심고 무엇을 근심하랴

 

 

텃밭에서 얻은 시(13)

 

세상사

 

땀 흘려 일한 후에 집에 와서 발을 씻고

선풍기 틀어놓고 대청에 누웠나니

번잡한 세상사 지금 내 알바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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