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텃밭에서 얻은 시(1-3)

김현거사 2017. 9. 15. 09:28

텃밭에서 얻은 시/1

 

간밤에 내린 비로 텃밭은 천국이다

함초롬히 젖은 땅에 상추 싹 돋아나서

튼실한 하얀 뿌리가 예쁘기 그지없네

 

천지가 축복이고 땅이 곧 은혜로다

민들레는 약성 좋고 질경이도 상약이네

뜯어온 상추 몇 잎과 아침 상 채려보세

 

 

텃밭에서 얻은 시/2

 

산들바람 시원하고 꽃잎들은 휘날리고

밭가엔 살 찐 봄쑥 향기롭게 돋아나고

멀리서 뻐꾸기 우니 없던 흥도 절로난다

 

하마나 내고향은 모심기 끝났을까

남쪽 하늘 바라보니 푸른 산 막아섰고

새하얀 찔레꽃 위로 나비가 날아간다

  

 

텃밭에서 얻은 시/3

 

산뽕나무

 

텃밭 옆의 산뽕나무 뿌리가 약이로다

약탕기에 다릴 적에 냄새부터 향기롭고

황금빛 산뽕 다린 물 보기도 아름답다

 

당뇨로 고생하던 우리 집 백년지기

산뽕 다린 물 먹고 두어 달 지나가니

어느새 당뇨 수치가 사십이나 내려갔네

 

 

 

 

밀짚모자 눌러쓰고 밭둑에 앉았으니

청운의 푸른 꿈은 남가일몽 이었던가

아득히 흘러간 세월 무심키만 하구나

 

 

도마도는 묘종 심고 옥수수는 씨를 심고

참외와 수박 묘종 재미 삼아 심었으니

올 여름 과일 농사는 미리부터 풍년이네

 

땀 흘려 일한 후에 냇가에서 발 씻으니

돌 아래 작은 가재 나왔다가 도로 숨네

가재야 그러지 마라 친구하고 살아보자

 

천지가 축복이고 땅이 곧 은혜로다

민들레는 약성 높고 질경이도 상약이네

뜯어온 상추 몇 잎과 아침 상 채려보세

 

삼성동 집 꽃

 

 2005년 7월

 장마비 그치니 글라디오라스가 피었다.  노란색 흰색 연분홍이 화려하다. 종로 5가에서

사온 알뿌리가 그동안 매화와 철쭉 등이 꽃 피어 떠들썩하던 봄엔 조용히 침묵하더니,

이제 7월에 꽃을 피운 것이다. 

  

 

 이리 아름다운 자태 자랑하고 싶어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글라디오라스가 선생이다.

사람도 이런 점 배워야 한다. 함부러 나서지 않고, 때를 기다릴 줄 알고, 제자랑 않고,

아무 때나 덜렁대지 않는 점은 사람도 배워야 한다.

 

7월이면 정원에 원추리꽃이 핀다. 나는 이 꽃을 볼 때마다 고향 생각을 한다. 어머님이

자주 다니시던 청곡사 법당 앞에 이 꽃이 피었다. 일찍 돌아가신 약골 고모님댁

장독대에 이 꽃이 피었다. 첫사랑 소녀 그립던 망경산 절벽에 이 꽃이 피었다.

스물에 염세 자살한 단짝친구 뼈 조각을 노송 가지에 숨겨둔 '당미'언덕에 이 꽃이

피었다. '당미'는 그와 내가 남강에 다이빙 하고, 쇼펜하우엘과 니체를 읽던 곳이다.  

 

 진주에선 원추리를 '비새'라 불렀다. 고향 생각나게 하는 풀을 고향초라 한다면

원추리는 나의 고향초다. 그래 나는 지리산 매니어 후배에게 부탁하여 노고단에 피는 원추리꽃 사진을 얻은 적 있다. 그 높은 곳에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산안개에 덮힌 윈추리꽃 군락이 환상이었다.

 

  

 

  원추리는 어린 잎과 꽃은 나물로 먹고, 덩이뿌리 말린 것은 훤초(萱草)라 해서 황달과

이뇨제로 쓴다.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우울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망우초(忘憂草)라

부르기도 하고, 임신한 부인이 이 꽃을 지니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하여 의남초(宜男草)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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