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맛 내는 법에 대하여

김현거사 2016. 10. 21. 05:44

 

 

 

 맛 내는 법에 대하여

 

 음성에 사는 지인의 양어장에서 붕어 여덟 마리를 잡았는데. 요리법에 대하여 의견이 구구하였다.

주인이 붕어를 그냥 추어탕처럼 만들어 먹곤했다고 하자. 객이 안타까왔다. 객은 붕어찜이야말로 천하일미라고 주장했다.

 맛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붕어찜 만드는 법을 찾아 안주인에게 새로 소개하기로 했다.

 거기 보니, 재료는 참붕어, 시래기, 무우, 마늘, 생강, 된장, 참기름,  매실액, 설탕, 진간장, 고추가루, 청주, 양파, 대파이다. 고추장을 넣으면 텁텁해지니까 고추가루를 넣으란다. 

 손질법은 비늘은 칼로 벗기고, 꼬리와 지느라미는 가위로 쓱쓱 자르고, 붕어찜에 양념이 잘 들어가도록 뱃대기에 칼집 내고, 아가미를 떼어내 민물고기 특유 냄새를 잡으라고 되어있다.

특히 압력밥솥에 넣어 뼈가 흐물흐물하도록 익히는 것이 붕어찜 비결이라 한다. 그래야 뼈채 씹어  인체에 필요한 칼슘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하기사 짜장면도 맛있게 먹으려면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우선 돼지고기, 짜장 분말가루, 물, 맛술, 후추가루, 마늘, 식용류, 당근, 양배추, 애호박, 양파, 브로콜리, 면이 있어야 한다. 팬을 가열한 후에 고기를 볶아야 하고, 거기 맛술 한숟가락도 첨가해야 한다.

 면을 만들 때도 그냥 물만 넣고 적당히 비비는 것이 아니다. 중국집 고수가 면 만들 때는, 밀가루 반죽을 수십번 주무르고, 탁탁 손에 침을 발라 도마 위에 몇번씩 가혹하게 패대기를 치고, 이놈을 두어번 어깨 너머로 획획 돌려서 길다랗게 늘렸다가 줄였다가 한다.

 이래야 면에 뽈깃쫄깃 탄력있는 살아있는 면이 된다. 이정도 공력 들어가야 맛있는 짜장면 맛볼 수 있다.

 

 글맛도 공력이 필요하다. 좀 복잡할 것 같지만 맛을 내려면 이 정도 과정은 필요하다. 재료만 들이밀어 사람 답답하게 할 필요없다.

 글감이 돼지고기라 생각해보자. 생으로 몽땅 익혀서 내놓으면 그게 뭐가 되는가. 정교한 칼질이 필요하다. 새우젖 양념 첨가도 필요하다. 

 설탕도 그렇다. 만약 설탕 한 숟갈을 객에게 내놓아봐라. 객이 뭐라 하겠는가.

 그걸 빨갛게 잘 익은 총총 썬 토마도 위에 얹어보라. 하얀 백자 접시에 올려보라.

 또뽑기처럼 연탄불에 녹여서 납작한 새나 짐승 모양을 만들어 보라.

 기계에 돌려 하늘에 날라가는 구름 같은 구름사탕으로 만들어 보라.

 후자는 특히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굴리며 주변에 몰려들어, 신기한 눈빛으로 아무리 말려도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맛 내는 법에 대해서 촛짜라 잠시 연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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